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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똑똑한 사람들은 많다. 말도 똑소리 나게 잘 하고 논리에도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맞는 말인데 그것이 상대를 기분 상하게 하고 분위기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면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게 어렵다. 

 이번 어떤 정당의 선거 공천에서도 평소 똑소리 나게 쓴소리하며 당을 비판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낙천당했다. 나름 합리적이고 날카롭고 옳은 지적이라며 싫은 소리도 용기내어 한다는 사람들이 대거 탈락한 것이다. 왜 내가 낙천되었느냐고 따져 봐야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것이 정치다. 칼자루를 쥔 사람은 아무리 똑똑해도 뜻이 안 맞거나 전체 분위기를 해치는 것을 원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조건 예스맨도 문제는 있다. 그래서는 자기 소신이나 주관도 없는 사람이다. 보는 사람도 안쓰럽게 본다. 좋은 방법을 찾아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과거 막말 발언 문제로 공천이 취소되거나 지탄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인의 말은 오래전에 한 말이라도 디지털 시대라서 다 저장되어 있다. 과거의 말도 책임이 뒤따른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세치 혀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와 닿는다. 이번 선거에서도 막말 때문에 다 된밥에 코 빠뜨리듯 공천이 취소되며 정치 생명이 끝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정치는 그렇다 쳐도, 사회적 관계에서는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환영 받는다. 옳고 그름을 그 자리에서 칼같이 주장하지 않고 어지간한 일은 그냥 넘어가 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혹자는 그런 태도를 안 좋게 비평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운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반기를 들거나 바꾸려 하면 피곤해진다. 물론 맞는 부분이 있기는 하나,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 없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를 뿐이다. 방법에 따라 장단점도 있다. 말로 다퉈봐야 소용없다. 이겨 봐야 得(득) 되는 것도 없다.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반감만 생기고 양자 기분만 상한다. 

 직접 바둑 두는 사람보다 훈수가 쉽다고 안에서 오랫동안 숙고한 사람과 지나가다가 대충 보고 한마디 하는 것도 다르다. 남들은 쉽게 얘기할 수 있지만, 안에 있는 사람은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고충이 많은 것이다. 

 돈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도 칼 같이 따질 일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돈으로 또는 이해관계에서 좀 손해 보더라도 양보하거나 안고 가는 것이 낫다. 너무 티를 내는 것은 좋지 않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나 잘 하는 사람은 애꿎은 제3자를 동원해 비유를 하게 마련이다.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비하의 대상으로 희화화 했다면 그 자리에서는 웃고 넘겼겠지만, 결국 지탄의 대상이 된다. 정치인들은 일본이나 북한을 상대로 민감한 국민적 감성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것도 자칫하면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금기 사항인 정치, 종교 문제가 나올 수 있다. 본인은 아무리 소신 있게 얘기해도 생각이 다른 사람은 거부감을 갖는다. 계속하면 싸움으로 번진다. 고향, 학력 문제도 조심해야 할 키워드다. 자기주장을 강하게 표현하고 싶거나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의 목소리도 커진다. 막말이나 거친 말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똑똑한 사람은 많다. 똑똑하다는 기준은 많이 알고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다. 학력이 놓은 사람도 아니다. 목소리는 낮추고 주변과 마찰 없이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삶의 고수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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