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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화 바람이 거세다. 연초부터 조짐이 일더니 얼마 전에는 울산시에서 '국제산업중심, 세계 속의 울산'을 비전으로 울산 국제도시화 사업추진계획을 내놓았다. 한걸음 더 세계 속으로 나아간 느낌이다. 광역시 승격 10주년에 작금의 한미 FTA를 중심으로 한 국내ㆍ외적인 여건 변화를 감안할 때 적절한 방향임에 틀림없다. 당장, 한미 FTA로 한미간의 교역규모가 14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EU의 15.3조 달러, NAFTA의 15.1조 달러에 이은 세계 3대 경제규모이다. 바야흐로 국제 경제의 본무대에 진입하게 된다. 아시아 경제권의 부상이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는 의미도 동시에 갖는다.
 이제 시작인 한미 FTA 복잡한 대차대조표를 작성하고, 분야별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지만 언필칭 한국의 산업수도인 울산에게 변화된 환경이 기회임은 분명할 것이다. 향후 5년, 10년 동안 적절하게 대처하고, 기회를 살려간다면 수출 1천억 불 돌파는 물론, 그 이상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는 선택의 문제를 이미 넘어섰다. 다소 개념상의 논란은 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가 게임의 법칙으로 작용하는 국제화와 국제도시의 길은 불가피하다.
 울산시가 내놓은 10대 과제, 30개 시책은 자유무역지역지정, 항만경제권 활성화 기반조성, 국제회의 및 해외 유명 연구소 유치 등 국제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을 중심축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계획들이 제시돼 있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며, 기대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울산은 한반도에서 가장 뿌리 깊은 국제도시였다. 천년왕국 신라 최대의 국제무역항 울산항이었다. 근 20여만 호가 있었다는 왕도 경주의 번성이 울산에서 나왔고, 울산을 통해 일본과 중국으로 확산되어갔다. 금으로 덮은 집이 35채나 있었다는 것은 사실 유무를 떠나 신라의 번영을 상징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항해과를 졸업하고, 해운회사에서 항해사와 선장으로 일하다 인생 후반부에 고려대에서 한국사를 전공한, 특이한 이력의 최근식 교수는 역저 '신라해양사연구'에서 울산항의 가치와 역할이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9세기 동해와 황해, 남해와 남중국해를 휩쓸었던 신라의 해상패권을 이야기하면서 울산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이슬람 상인까지 도래할 정도로 울산은 활발한 국제교역의 중심이었으며, 신라인들은 한중일을 넘나들며 각계각층에서 역량을 발휘한 고대의 '세계인'이었다.
 역풍항해를 위한 돛과 노, 수밀격벽구조 등 고대의 '첨단' 기술력의 총아인 '신라선'을 발판으로, 지남거(나침반)를 활용한 첨단 항해술로 제해권을 확보했다는 것이 최 교수의 분석이다. 신라인들에게 동해와 황해, 남해와 남중국해는 원양이 아니라 지중해였다. 일본이 대 중국 외교사절을 파견하면서 건조했던 선박이 '신라선'이었으며, 중국에서조차 신라선의 우수성을 공인하고 있는 것은 '신라선'이 곧 글로벌 스탠다드였다는 것이다.
 중국에 신라방을 개척한 1200년 전의 신라는 이렇듯 당당한 세계적인 국가였으며, 그 동력이 울산이었다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시대와 제도, 문화와 여건은 다르지만, 앞선 기술력과 개방성, 경제력, 글로벌 스탠다드 등 국제화의 모든 길이 신라에 있었다는 것은 국제도시로의 도약을 꿈꾸는 울산이 주목해야 할 역사이면서 현재이다. 울산이 지향하는 국제도시의 모델은 멀리 있지 않다. 울산이 뒷받침한 신라가 국제도시의 원류이자 모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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