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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연말이면 되풀이되는 꼴불견 가운데 하나가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고 다시 까는 작업이다. 시민들은 이때마다 관할구청에 항의하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근절되지 않고 계속돼 왔다. 이는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 예산을 소진하지 않으면 결국 차년도 예산에 보도블록 교체를 위한 예산을 배정받지 못하고 삭감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잔여예산을 쓰고 보자는 심리다. 그런데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이 같이 마음대로 보도블록을 파헤치고 다시 까는 행위가 엄격히 제한되게 된다. 9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보도블록의 전면 교체 주기를 10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을 개정하고 지자체에 18일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국 257개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그동안 보도블록 교체를 제한하는 정부 지침은 없었다. 이에 따라 지자체가 10년 내에 보도블록을 교체해야 할 경우 도로법에 근거한 도로관리심의회의 승인을 얻은 뒤 공사를 실시해야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보도블록의 내구연한은 보통 9년에서 11년 사이라서 10년 동안 함부로 교체를 못하게 했다"면서 "이를 통해 예산 낭비가 가장 심한 행정으로 지적되는 잦은 보도블록 교체가 시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보도블록의 내구연한이 평균 10년이라고 해서 이를 기준으로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예컨대 보도블록은 호우나 태풍 등 예기치 않았던 기상악화와 타 공사에 다른 훼손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단순 내구연한만을 앞세워 교체시한을 못 박는 것은 편의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현재의 공기와 예산으로는 보도블록 시공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즉 보도블록 자체의 내구연한뿐 아니라, 기층공사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예산과 공기를 과감하게 늘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울산지역에서 이뤄지는 보도블록 교체공사만 하더라도 대충대충 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았는데, 공사가 끝나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필요 이상으로 빈번하게 이뤄져, 예산낭비를 자초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다. 또 지방행정 불신의 대표적인 빌미가 됐다. 당초 설계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처구니없는 예산낭비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건설교통부가 별도의 지침까지 마련, 이를 단속하고 나선 것 역시 바로 이 같은 점에 주목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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