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의 사회복지 인프라는 장애인시설은 물론 사회약자층인 노인시설도 탁월하다.
 작은 시설하나에서부터 운영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이용 주체들의 편의를 위하는 마음이 넘쳐난다. 장례시설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여기에다 환경인프라는 말할 것도 없다.
 일본 현장취재기 마지막 편에선 장례시설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는 안죠시의 '종합제원'과 오사카의 노인복지시설 '활기찬 에이징센터' 상류와 하류 두곳에 수문을 설치해 이·치수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는 오사카 '도톤보리강 수문' 등을 소개한다.

 

◆화장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안죠시 종합제원

 나고야 교외 평야지대에 위치한 안죠시 종합제원에서는 고인과의 마지막 인사에서부터 화장과 수골, 납골당 안치까지 장례에 관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종합장사시설이다.
 8년전 총 사업비 47억7천600만엔을 투입해 2만여㎡의 부지에 화장동과 대합실, 제례실 3개동으로 건립된 이곳에선 연간 1천여건을 처리하고 있다.
 최신 장비들이 도입됐기 때문에 화장과정에선 냄새도 없고, 연기도 없으며, 다이옥신 등 공해물질 배출도 일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요네다 씨의 설명이다.
 겉으로 보기엔 이곳은 장례식장이라기보다는 공원에 가까워 보인다.
 정성들여 가꿔진 정원과 깨끗한 시설물, 건물 내부는 고급레스토랑에 온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마디로 화장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사람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8년전 시설을 이곳으로 이전할 당시 주민들의 반대도 많았지만, 보조금 지원 등 인센티브와 깨끗한 환경을 약속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안죠시에서는 시설 입지로 주민들의 동의를 구했지만 주민들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시설 주변에 언덕을 쌓고, 나무를 심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활기찬 노년, 오사카 이키이키 에이징센터

 오사카 이키이키 에이징센터는 노인 왕국 일본의 대표적인 노인복지시설이다. 지난 2003년 11억2천만엔을 투입해 완공한 에이징센터는 업무시설과 아파트로 이뤄진 복합건물에 입주해 있다.
 오사카 인구 260만명 중 40만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한 복지시설(문화센터) 총본산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진 시설이다.
 오사카 노인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이 시설에서는 매달 노인강사 양성용 강좌 50여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월간으로 발행하는 노인신문의 독자만 11만명에 이를 정도로 운영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이곳에 개설된 수백개의 강좌를 통해 몇 년간 교육을 받은 노인들은 오사카시의 24개 구에 있는 노인복지센터로 진출해 직접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시설 운영의 목표다.
 그러나 노인리더를 양성할 목적으로 설립된 시설이지만 교육 이수자들이 일선 노인시설로 나가는 것을 꺼리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시설 관계자는 귀띔했다.
 문제는 시로부터 운영비를 지원받으면서도 센터에 개설된 모든 강좌를 유료로 운영하기 때문에 저소득층 노인들은 이 시설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한편, 오사카시는 새로 건립되는 공공건물의 안내판에는 영어, 중국어, 한국어 중 두개 이상의 외국어를 함께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에이징센터 내 모든 안내판에 한글이 적혀 있어 퍽 인상적이었다.
 시설을 둘러본 시의회 서동욱 교육사회위원장은 "노인들이 직접 행정관리를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문제는 시설수준보다는 수요자의 눈높이에 얼마나 섬세하게 맞춰져 있는가 하는 점이 결국 우리나라와 일본의 복지시설 차이로 비춰졌다"고 말했다.

 ◆이·치수를 동시에 잡은 오사카 도톤보리 수문

 오사카시가 수해방지와 수질보호를 위해 지난 1995년 착공, 2000년에 완공한 도톤보리강의 수문과 히가시요고보리강 수문은 일본에서 인공적인 시설로 이·치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대표적인 시설로 손꼽히고 있다.
 수문을 통해 강의 수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됨으로써 시민들에게 친수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됐으며, 유람선까지 운행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폭우, 밀물시 오사카만에서 밀려오는 바닷물의 유입을 차단할 수 있게 돼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의 범람을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상류의 공업지대에서 유입되는 오염된 강물을 도톤보리 수문으로 차단함으로써 2000년 이후부터는 도심 하천의 수질을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2ppm 내외로 유지하고 있다고 오사카시 하천과에 근무하는 니무라 씨는 말했다.
 이들 두개 수문은 만조시 개방하고, 간조시에는 수문을 닫아 오염된 강물의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수문은 수해예방기능과 수질보호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2개 수문을 설치해 이·치수를 하고 있는 오사카시는 현재 친수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도톤보리강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 공사가 완료되면 시가지와 어우러진 새로운 명소로 탄생할 것이라고 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