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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울리고 허공을 헤치는 삼산풍물단의 풍물소리에 연습현장은 이내 신명으로 넘친다.  유은경기자 usyek@ulsanpress.net

 

 "'쿵 쿠쿵 따따따땅 더더더덩 헛!'"
 울산 남구 달동 남구문화원 4층 강당.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겨울 한기가 감돌지만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30분이 되면 이 곳에선 열기와 생기가 넘친다. 신명난 사물놀이 소리가 문화원 건물 전체를 뒤흔든다. 긴장과 흥으로 부숴졌다가 다시 격렬한 진동으로 모아지는 굉음이 떠나갈 듯하다.
 상쇠를 맡은 김지숙(52)씨의 느릿하던 꽹과리 소리가 점점 빨라지는 참이었다. 중간 중간 강약조절로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얼쑤"
 "허이…, 허이…"

 

   30~50대 주부로 구성…창단 5년차
 북을 잡은 지도강사 이하영(31·내드름풍물패)씨의 추임새가 연신 흥을 돋운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장구 잡이의 손놀림도 예사롭지 않다.
 순수하게 아줌마들로만 구성된 삼산풍물단. 올해로 창단 5년째를 맞았다. 30대 후반에서 50대의 주부들이 뒤늦게 '제 물을 만난 듯' 열심이다. 이들에게 스트레스란 없다. 국악을 만나고부터 성격이 밝아지고 덩달아 집안분위기까지 좋아졌다는 게 빈말이 아닌 듯 하다.
 그러나 이들이 이렇게 매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단순한 취미활동만은 아니다. 이렇게 익힌 '소리'로 각종 지역 행사에 봉사활동을 나서기 때문.

 

   작년 남구자체센터 경연대회 1등
 이날 풍물 연습도 마침 21일 대보름 달맞이 행사 때 지신밟기부터 풍물대회, 마지막 대동놀이 공연을 준비하는 참이었다. 남구에서 벌어지는 여러 행사에 빠지지 않고 나서 흥을 돋운다.
 기교면에서야 전문가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이들 아줌마들의 가락에선 인생의 맛이 묻어나온다. 그 가락을 통해 사는 재미를 배운다. 그렇다고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아깝다. 지난해 남구자체센터 경연대회에서 1등을 했을 만큼 나름대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물론 각 문화센터 등에서 점조직처럼 활동하는 아줌마풍물단들이 국악보급과 전통문화 이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겁니다".
 수요일마다 이들 열성 아줌마들을 지도하는 강사 이하영씨의 말이다
 그러나 이들이 나서고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지만 큰 기쁨을 얻는 건 자신들. 평범한 주부인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저 즐겁다.
 "우리나라 축제 등 행사에서 풍물놀이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저희들의 장단놀음이 행사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니 관객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덩달아 우리들도 기쁘죠"
 창단 멤버인 김지숙 단장은 "쉽진 않지만 상쇠, 장구를 두드리며 우리 장단과 가락에 몰입하는 순간만은 비할 것이 없다"며 풍물 예찬론을 펼쳐보인다.

 

   대보름 달맞이행사 대동놀이 공연
 보통 각종 행사활동에 따라나설 만큼의 실력을 갖추려면 1년 정도는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 기초반으로 입문해서 그때까지가 제일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접한 여가활동 가운데 풍물이 최고'라는 이재심(47)씨는 건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좋다고 했다. "동네아줌마들끼리 식당을 찾아다니며 점심을 해결하고 수다를 떨기보다 보람있죠. 뭔가를 배운다는 것도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이하영 지도강사는 "젊은층에서 많이 배우려 들지만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40~50대가 끈질기게 배우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북과 장구를 수백번 치다보면 팔이 빠질 것 같고 몸살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새로운 문화주역으로 등장할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
 이하영 강사는 "풍물이 우리 몸속의 신명을 불러 일으켜 스트레스와 갈등을 소나기처럼 씻어준다"라며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단원들에게 기교보다는 풍물의 공동체 의식에 중점을 둬 지도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번 대보름날, 마을마다 풍악을 울리며 평안을 빌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태화강 둔치에 마련된 대대적인 대보름행사에서 삼산풍물단을 비롯 지역의 풍물패들의 '노는' 모습에 흥을 돋우던 지역민들의 모습은 여전히 찾아볼 수 있었다.
 풍물을 접하면 절로 어깨가 덩실대는 것은 우리 피속에 어쩔 수 없이 스며들어 있는 신명 탓일까.  김미영기자myidaho@ulsano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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