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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권이 없어 휴가를 떠나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 이야기가 어제 점심  시간의 화제가 되었다. 방콕하겠다든지, 정말로 방콕에 가겠다든지 등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다 어느 동료가 7월 말쯤 열흘 일정으로 티베트로 휴가를 갈 계획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말 가운데 휴가를 티베트에서 보낸다는 동료가 "고생하러 가는데요, 뭘!"이란 말로 대구하자,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다들 속으로 진짜 고생 된통 하고 와라 이런 생각을 하지나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돈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가 주식이 대박나면서 치과의사인 여자와 결혼해 치과를 차려주고, 대한민국의 상위 몇 퍼센트만 살 수 있다는 강남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남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 남자의 얼굴에 돈 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말 그렇게까지 대박이 날지 몰랐다는 것이다. 왠지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고 했다. 지금부터라도 주식 공부를 하면 그 개미처럼 대박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나도 여름 휴가를 티베트에서 보낼 수 있을 텐데!

 그러다 문득 글쓰기로 대박난 사람은 없을까 궁금했다. 글쓰기로 대박난 사람? 언뜻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물론 수 십 억을 버는 작가가 없진 않다. 하지만 억대 연봉의 작가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은 이상 내 일이 될 가능성은 낮다. 하여간 대박과 글쓰기는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싶다.

 사실 글쓰기와 어울리는 단어는 따로 있다. 글쓰기는 대박보다는 쪽박과 잘 어울리는 단어이다. 글쓰기를 생각하면 왜 어두침침한 골방에서 면도 안 한 30대 중반의 남자가(혹은 머리 안 감은 여자가) 무릎이 튀어나온 트레이닝복을 입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장면만 떠오를까. 청소를 언제 했는지도 알 수 없는 지저분한 방에서 불어터진 라면을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사람의 불안한 눈동자가 떠오르는 걸까. 분명 뭔가가 잘못되긴 확실히 잘못된 모양이다.

 생각을 바꿔보니 글쓰기만큼 대박인 일도 없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대박은 돈을 버는 문제가 아니다. 글쓰기로 대박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만족할 만한 수준의 글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정도 고생도 없이 대박나기가 쉬운가. 그러고도 우리는 글쓰기를 불필요한 고생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대박을 멀리서, 힘들게만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글쓰기의 힘을 모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글쓰기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되는 일이다. 대박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을지도 알게 되는 것도 글쓰기의 힘이다. 진정한 대박 상품이다. 세상 그 어떤 일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게 해 주고, 삶의 지침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글쓰기 밖에 없다.
 나를 잘 알게 되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될 것이다. 잘 하는 일을 하게 되면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문단이 어렵다면 문장으로, 문장도 어렵다면 단어부터 쓰다보면 나도 모르던 나를 만나는 일이 쉬워 질 것이다. 혼자하기 힘들다면 글쓰는 동호회나 '여행 가서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여행 상품을 이용해도 좋을 듯 하다.

 하나의 생각이 글쓰기가 되고, 쓴 글이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는 다시 관광이 되는 하나의 재료가 다양하게 이용되는(원 소스 멀티 유즈, one-source multi-use) 세상이다. 나를 찾으면 주식을 잘 굴리듯, 돈을 잘 불리듯, 좋은 생각을 잘 굴려 글로 만들면 대박의 길 가까이에 서게 되는 것이다. 대박은 나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글을 쓰다보면 자연히 얻게 되는 부상이다.
 통장 잔고가 티베트에 갈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마시길. 대박은 티베트를 가고, 남극을 다녀와도 겨우 찾을까 말까 한 나를 내 집에서, 내 컴퓨터를 통해 만나게 될 수 있다. 생각하자. 그리고 쓰자. 어디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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