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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이 무더위와 일상의 권태로움을 이길 수 있으려면 자유로움을 만끽하라. 자유로운 상상력을 활짝 펼쳐 세상을 멋지게 비행하라. 대서(大暑)이던 지난 금요일, 상상력의 날갯짓에 새 동력을 장착해준 멋진 무대가 펼쳐졌다.
 '7월의 시(詩), 북구의 여름'이란 캐치프레이즈 아래 올해로 다섯 번째 열린 대한민국 시노래축제.
 그 날도 한낮엔 폭염이 도시를 집어삼킬 듯이 밀려들었다. 저물녘 장마전선 탓인지 하늘엔 먹장구름이 잔뜩 몰려 들었다. 금새라도 소나기가 퍼붓어댈 듯한 기세였지만, 우선은 석양의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
 행사를 마련한 이들에겐 조바심이 바짝바짝 조여왔을 터이지만, 일상 속의 사람들에겐 정녕 시원한 시간이었으리라.
 아니나 다르랴. 먹장구름이 몰고 온 소낙비가 오락가락 했다. 그래도 밤 그림자가 조금씩 짙어지자 드디어 아름다운 시와 감미로운 노래의 만남의 무대가 북구예술회관 야외공연장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첫 번째 시노래 마당에서는 울산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미경과 박상현의 시노래패 푸른고래의 옥구슬같은 시노래 공연 등이 차례로 펼쳐져 관객들의 흥을 돋궜다.
 두 번째 초대시인 마당에서는 섬진강 시인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김용택 시인이 나와 '시와 영화, 그리고 강'이란 주제의 구수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도종환 시인은 '산방 한담, 산방 정담'이란 주제로 도시문명에 쪼들리지 않는 산골생활의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에 대해 정감 어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때 마침 떠오른 휘영청 밝은 유월 열이틀 달님도 관객들과 어울려 두 시인이 풀어내는 재치 넘치는 말솜씨에 박장대소를 터뜨리는 듯 했다.
 세 번째 마당에서는 동요와 가요와 국악을 거침 없이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크로스오버 가수 이성원의 무대가 펼쳐졌다. 여름밤에 부르기에 딱 알맞는 국악동요 청개구리를 시작으로 산 메아리 바다 메아리 등을 열창했다. 프로그램 사이에는 윤종오 북구청장과 안승찬 북구의회 의장이 차례로 나와 애송시를 낭송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출연자가 '울산이란 말이 별빛처럼 쏟아져 내리네'라는 울산 사랑의 시노래를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날 행사장은 줄금줄금하는 소낙비 속에서도 옴나위 없었다. 몸을 열고 마음을 열고 상상의 문까지 활짝 열어 젖혀 시와 시노래와 자유로운 만남을 이뤄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상의 밤이었다. 출연자와 관객 모두가 함께 웃고 맞장구 치고 추임새를 넣어 가며 즐기는 어울림의 큰마당을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감동의 무대를 이뤄낸 것이다. 그 바람에 한여름밤의 무더위는 어느샌가 저만큼 훌쩍 물러나 있었다.
 이번 시노래축제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열었던 기존의 보고 듣고 즐기는 공연행사로서의 시노래축제로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글읽기와 글쓰기와 말하기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때에 새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시민들의 열띤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어린이와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 독서특강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문학특강과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논술특강이 마련됐다.
 북구지역의 중앙도서관을 비롯한 세 군데 도서관에서 열린 특강에는 좌석이 모자라 발길을 돌리는 시민과 학생이 많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높은 호응이었다. 논술특강에는 놀랍게도 부산 동래지역 중학생 50여명과 지도교사 10여명이 참석했다. 그만큼 시민들이 시대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해서 소통시키는 참다운 문화행사에 목 말라 있다는 증거이리라.
 지난 2006년의 출발은 미약했지만 점차 제 모습을 갖춰 가는 '대한민국 시노래축제'는 진실로 <시는 노래의 정신이고 노래는 시의 몸이라고 합니다. 시노래는 단순히 시와 노래의 만남이 아니라 원래는 하나였던 시와 노래를 찾아가는 시인과 노래꾼의 정신과 영혼의 순례입니다. 그러므로 책 속의 시들이 노래로 울려 퍼지고 영혼의 무게를 담은 노래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감동으로 적시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축제정신에 충실함으로서 이궈낸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다. 제 길을 발맘발맘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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