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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토끼의 해다. 오붓한 산길을 걷다보면, 한가로이 졸고 있다가 인기척에 놀라 높은 지대로 달아나는 토끼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깡충 뛰는 토끼 모양처럼 새해 초 부터 기계, 전기, 전자, 건설 등 대부분 업종이 상승세를 보이며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훨씬 넘어 서면서 우리 경제에 청신호를 보냈다. 자동차, IT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 견조한 성장세를 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경제의 이러한 거침없는 상승세를 우려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지속되는 유럽의 재정 위기,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폭등과 불안한 환율 등으로 각종 공공요금 인상과 전세가 상승 등 서민 물가부담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발생으로 축산 농가에 엄청난 피해와 함께 내수경기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5%의 성장률 전망을 제시하며 201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경제 전망 기관들이 4%대 초반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제시한데 비해 정부만 5% 내외라는 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물론 정부 전망치는 정책적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점에서 높은 전망치에 대해 시비를 걸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경제를 너무 낙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금융 위기를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무역 의존도는 2009년 기준으로 80%가 넘는다. 중국이 60% 내외이고 미국과 일본이 모두 20%대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경제 규모는 작은데 국내 실물·금융시장은 거의 완전 개방 상태다. 주식시장을 예로 들면 투자자의 30% 이상이 외국인 투자자다. 이번에 국내 주가 2,000선 돌파의 주역도 외국인들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만약 유럽 재정 위기가 재발하거나 남북한 긴장 상태가 고조된다면 국내 주가나 환율은 크게 요동칠 우려가 높다.

 국내 수출산업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취약점이다. 이밖에 소득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런 문제점들은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계속하여 하락시킬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방향이 이러한 경제구조 취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내놓지 못한 장밋빛 전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울산의 올해 중점 시책을 보면 지역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첨단 분야 자본유치를 위해 울산자유무역지역을 조성하고, 취약계층 사회 일자리 및 서비스 확충을 위해 지역형 예비사회적기업을 지정, 육성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구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동북아 오일허브, 2차전지산업 육성 등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울산만의 성장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성장일변도의 정책에 밀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문화, 환경 정책이 뒤걸음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울산시가 이들 경제외적인 정책들을 설명하면서 '경제적 성장 기반'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칫 경제적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복지 정책도 환경정책도 뒷전으로 밀리는 듯 비칠 수 있다.

 누구나 보이고 싶고 과시하고 싶어 한다. 잘했었다라는 평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럴려면 진정성이 있고 책임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정책운영이 필요하다. 판단은 국민, 시민들이 하기 때문이다.
 토끼가 위기감을 느끼면 높은 곳으로만 뛰는 것은 앞다리가 짧아 내리막을 뛸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다. 토끼띠에 내놓은 정책당국의 장밋빛 전망과 정책 속에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취약점은 없는지 냉정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내려오는 길이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험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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