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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산(香爐山)은 영남알프스의 산군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영남알프스의 지맥이 능동산에서 허리를 틀어 하나는 낙동정맥으로 이어가고, 다른 하나는 천황산(사자봉)으로 이어져 재약산(수미봉)과 사자평을 거처 재약봉(코끼리봉)으로 이어지는 재약지맥을 이룬다. 재약지맥은 재약봉을 지나면서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가 싶더니 향로산에서 다시 한 번 솟구쳐다가 백마산과 향로봉을 정점으로 밀양댐에 잠긴다. 분기점에서 향로산은 16.5㎞, 백마산은 18.5㎞, 향로봉은 21.3㎞ 가량 떨어져 있다. 또한 정상에 올라서면 영남알프스의 막내격인 문복산을 제외하곤 남부능선에 있는 모든 산이 조망이 가능하여 영남알프스의 최대의 조망 터로 알려져 있다. 
 

▲ 백마산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밀양댐. 멀리 토곡산도 보인다.

 

# 가난한 삶 이어가던 배내골 지금은 전원주택 단지로
'사는 것이 외롭다고 느낄 때는 지리산의 품에 안기고, 기운이 빠져 몸이 처질 때는 설악산의 바위 맛을 보아야 한다' 라는 말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몸과 마음이 무거워진 7월도 이제 중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영남알프스의 산군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밀양 향로산은 골산과 육산의 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향로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크게 두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밀양 표충사 입구에 있는 바드리마을과 배내고개를 넘어 밀양 원동으로 이어지는 69번 지방도로(배내골)를 따라 가는 길이다. 69번 지방도로(배내골)를 따라 양산시 원동면 선리마을회관 앞에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배내골은 한 때 대낮에도 부엉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산골 사람들이 가난한 삶을 이어가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배내천을 따라 형성된 펜션 형태의 전원주택 단지들이 그려내는 풍경들은 그 당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 선리마을서 시작해 좁은 길 가다보면 어느새 걷기 좋은길
선리마을에서 언곡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언곡교(다리)를 지나 배내교회 방향으로 간다. 길 왼쪽으로 시내물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오고 배내교회 방면 갈림길에서 향로산을 조망해본다. 멀리 암벽으로 받쳐진 봉우리 뒤로 향로산 정상이 보인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조금만 가다보면 언곡마을회관이 보이고, 다람쥐골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다람쥐골 언곡은 다람쥐가 사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시멘트포장길이 끝나고 흙길이 시작되면서 차량 1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산길이 이어진다. 마을주변에는 사과나무가 많이 심어져있고 주민들은 농사일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언곡마을 지나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가산마을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초입부터 외지인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최근 잦은 비로 인하여 무성이 자란 잡초와 수풀이 산행을 어렵게 하였고, 영남알프스의 둘레길로 알려져 있지만 등산로 정비가 전무한 상태로, 한 사람만 겨우 다닐 수 있는 길로 변하였다. 수풀을 헤쳐 가며 첫 번째 개울을 건너면 오래전 화전을 일구며 농사를 지어온 전답 터가 나온다.
 이곳을 벗어나 두 번째 개울을 지나 조금만 걷다보면 길 오른쪽으로 조그마한 집 한 채가 보인다. 십여 년 전 도시의 삶의 시달림을 피하여 산 넘어 바드리마을에 정착해 있다가 몇 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 온 신봉열씨를 만날 수 있다. 신씨는 폐허가 된 집을 수리하여 풍운정토굴(風雲淨土窟)이라는 정자를 마련하여 속세에서의 번뇌를 잊고 길손들의 길 안내 역할을 해주기도 한 분이기도 하다. 이곳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오지 중 오지로 알려져 있지만 수일 내 전기가 들어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조금 뒤 민가가 4채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가산마을에 도착한다. 가산마을 뒤로는 우뚝 솟은 향로산이 아침햇살을 받아 아름다운 풍광을 더해준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五指) 중 오지로 알려진 곳이었다. 최근에 전기가 들어와 TV, 냉장고 등 문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 동등이재 기준으로 오른쪽 백마산, 왼쪽엔 향로봉
가산마을 첫 번째 집 오른쪽 울타리 옆으로 달음재(장군미)로 오르는 산길이 있다. 그러나 백마산으로 가려면 마을 앞 임도를 따라 오르는 것이 한결 편하다. 임도길은 맞은편 능선으로 연결되는데 이 길을 따라가면 동등이재에 도착한다. 이곳은 얼마 전 밀양송전탑 설치 공사로 인하여 마을 주민과 한전 직원들 사이에 대치를 하며 시위를 벌였던 공사 현장이다. 이정표에는 백마산-1.13Km, 바드리마을-2.44Km, 향로봉-2.6㎞로 표기되어 있다. 이곳을 풍류동에서는 동등재라 부르며, 선리 방향에서는 까치목이라 하기도 하는데, 밀양시와 양산시 경계선 상에 위치하고 있다. 동등이재를 기준으로 오른쪽의 백마산과 왼쪽의 향로봉으로 연결되고, 고개를 넘어가면 풍류동마을과 바드리마을이 나온다.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오른다. 위아래로 있는 두 개의 무덤을 지나 제법 가파른 능선 길을 따라 오른다. 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면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갈래의 굵은 가지를 만들어 낸 소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주변 나무 아래에는 이상하게도 풀 한포기 자라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동등이재에서 출발한지 20여분 뒤 왼쪽으로 서서히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고 좌우로 돌담 모양의 돌무더기가 군데군데 이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이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피난처(避難處)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백마산성(山城)터이다. 그러나 삼한시대 이전에 축성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산성의 높이는 1m도 채 안돼 보이지만 길이는 정상 주변을 감싸고 있을 정도로 상당히 길었던 것으로 추측이 된다.

몸과 마음 무거워진 7월 중순
골산·육산의 묘미 두루 갖춘
백마산 정상 거쳐 향로산까지
조망찾아 떠나는 5시간 여정

# '백마산''향로산 백마봉' 쓰인 2개의 표지석
백마산(776m)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조망이 탁 트이는 전망대가 한 두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정상은 마지막 전망대 위쪽 10여m부근에 있다. 정상 왼쪽은 바위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절벽방향의 나무들을 잘라내 주변의 조망이 시원스럽게 트인다. 발아래에는 바드리 마을의 농가들이 산자락 곳곳에 듬성듬성 운집해있고, 그 옆으로는 밀양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동등이재에서 백마산까지는 30분, 선리마을에서는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백마산 정상은 펑퍼짐한 분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정상에는 두 개의 표지석이 있다. 백마산이라고 쓰인 정상표지석 외에도 '향로산 백마봉'이라고 쓰인 표지판도 세워져 있다. 이곳 역시 주변 나무아래에는 이상하게도 풀 한포기 자라고 있지 않고 있다. 기이한 현상이다. 대부분의 산행지도에도 '백마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백마산 표지석 하나로 통일됨이 맞을 듯하다. 정상 옆 이정표에는(향로산-1.96Km, 향로봉-3.73Km)와 '평리 녹색농촌체험 팜-스테이(farm stay) 마을'에서 세운 안내판 두 개가 있다. 평리 녹색농촌체험 팜-스테이에서 세운 이정표를 자세히 살펴보니 까치목-0.5㎞, 발치산초소-0.3㎞로 표기돼있는데, 발치산초소를 찾을 길이 없었다. 산악인·중앙농협 신복지점잠

▷ 산행코스
선리마을→MMF연수원→언곡마을→언곡(다람쥐골)→풍운정토굴(민가)→가산마을→갈림길(동등재)→백마산성→백마산→장군미(달음재)→향로산→917봉→선리갈림길→628봉~424봉~선리마을 로 이어지는 코스로 산행 거리 약13㎞ 5시간 30분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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