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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도농복합도시로 크게 산업단지지역, 도심주거지역, 농산어촌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농산어촌의 문제는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인구유출을 통한 지역의 급격한 쇠락에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풀어 나가야 될 지 모른다는 점이다.

 

울산의 대표적인 자연생태환경인 동구 주전동의 몽돌해변.
울산의 대표적인 자연생태환경인 동구 주전동의 몽돌해변.

 

향토지식재산

지역 자원 활용 지적창작물로 새 비즈니스 모델 발굴 가능

 

향토지식재산은 전통이나 경험, 지식, 유무형 지역 자원을 활용해 만들어진 지적 창작물이다. 이는 곧 우리 지역에 내재된 지식과 기술, 문화를 의미하며 지방화와 세계화를 연결시키는 고리이자 세계 속에서 우리를 빛낼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다. 또한 향토지식재산은 일자리 창출 한계라는 현실 속에서 지역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향토지식재산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전통지식으로는 병영 은장도, 온양 외고산옹기마을, 북구 달천철장 등이 있다. 둘째, 공유지식분야는 반구대암각화, 천전리각석, 울산태화루, 울주간절곶, 태화강국가정원, 쇠부리축제, 마두희축제 등이 있다. 셋째, 경험지식 분야로는 상북면 복순도가, 삼남읍 머거본, 해월당, 주전미역, 울주서생배, 언양불고기 등이 있고 자연생태환경으로는 동구 대왕암, 주전몽돌해변, 영남알프스 등이 있다.

 농산어촌의 향토지식재산은 개별적으로 사업을 지식재산 소유 주체(지자체·개인·단체)가 독점적으로 추진해나갈 경우 지역사회와는 분리될 수 밖에 없으며 향토지식재산을 통한 경제적, 사회적 성과 또한 지역에 내재 되지 않는다.

 향토지식재산의 지역공동자산화 의미는 전통지식, 공유지식, 경험지식 및 자연생태환경 등의 향토지식재산을 지역공동체(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와 함께 지역의 도전과제에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플랫폼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향토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공동으로 지식 재산화해 지역공동체와 함께 공유하고 새로운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지역공동자산화의 진정한 의미이다.

 지역공동자산화 추진의 예를 들어보면 상북면에는 '복순도가'라는 기업이 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막걸리를 생산해 온 곳으로 지금은 자식들이 대를 이어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다. 복순도가는 경험지식재산으로 한 집안의 가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어느 정도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유지식 사례인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반구대암각화.
공유지식 사례인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반구대암각화.

 

 하지만 어디까지나 복순도가는 개인 기업이며 모든 지식재산권은 기업의 소유로 돼 있다. 지역공동자산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의 공동체들과 소통하고 상북면 지역을 복순도가 마을로 만들어 주민들이 이 브랜드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순히 막걸리나 전통주 영역뿐만 아니라 음료, 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과 홍보를 통해 복순도가를 즐기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프랑스의 와이너리를 보러 오듯이 상북면 지역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면 상북면이라는 지역의 경제는 활성화가 가능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을 원하는 젊은 청년들의 지역 유입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지역공동자산화 전략의 실행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활동중인 다양한 공동체와의 협업과 지역 주민들의 지역공동자산화에 대한 인식전환, 행정의 지원 및 전문가조직의 협조가 필요하다. 즉, 지역혁신공동체 플랫폼이 구성돼야 하는 것이다.

 울산의 농산어촌에는 다양한 향토자원들이 있고 이를 각 지역별로 특색있게 지식재산으로 전환하면서 지역공동자산화 한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 및 수입증대로 지역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토자원의 발굴을 통해 향토지식재산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면 향토지식재산은 지역공동자산화 단계를 거쳐 사업화 모델이 된다. 이러한 과정들은 상당히 전문적이며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리빙랩은 이러한 지역공동자산화가 이루어진 향토지식재산의 사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울산의 전통지식인 외고산옹기마을.
울산의 전통지식인 외고산옹기마을.

 

초일류 산업문화도시 전환

주력산업 축적 기술·데이터 미래 먹거리 산업 유치 도움 

1962년 정부로부터 특정 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인구 6만여 명에 불과했던 조용한 농어촌 울산은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정책에 의해 중화학 공업이 자리 잡는 공업도시로 탈바꿈했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중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 울산은 석유·화학·자동차·조선 등 국가기간산업 발전을 주도하기 시작했으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점차 ICT 등 지식기반 산업으로 재편되면서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울산의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이 주춤하기 시작했고, 자동차·조선 산업도 2000년대 호황을 끝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수도라는 위상을 흔들리게 할 만큼 전통 주력 산업의 둔화는 울산의 새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울산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 구분되고 모방이 어려운 지역 자원의 발굴과 활용이 필요하다. 

 울산의 대표적인 향토지식재산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이 인정하고 전세계가 인정하는 울산만의 독창성, 차별성은 무엇인가? 아마도 산업문화일 것이다. 울산의 산업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산업화를 이루어낸 울산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이며 차별화된 콘텐츠이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산업의 중심으로 60여 년간 축적된 제조데이터와 기술자들의 암묵적 지식도 어느 도시보다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제조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한 AI분야, 스마트제조분야, 안전환경분야의 기업들이 지역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면 관련 기업들의 유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근접할 수 없는 '초일류 산업문화도시 울산'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산업문화를 울산의 향토지식재산으로 정의하고 시민들이 지역공동자산으로 인식, 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험지식 사례인 울산 울주군 상북면의 전통주 복순도가 양조장.
경험지식 사례인 울산 울주군 상북면의 전통주 복순도가 양조장.

 

 산업문화도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다양한 과학·기술·산업·사회·문화 영역의 혁신 활동을 통합해 지역혁신공동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산업문화도시의 개념과 비전을 정립하고 분야별로 주제와 활동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지역혁신공동체는 논의의 초기 단계부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리빙랩 방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 지역혁신공동체를 산업문화도시 전환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

 2023년 선정된 문화관광체육부의 법정문화도시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울산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세부사업들에 산업문화도시로의 전환을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을 배치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스스로가 산업문화도시로의 전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김인호 울산리빙랩네트워크 사무국장
김인호 울산리빙랩네트워크 사무국장

 반구대 암각화에는 선사인들이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북구 달천철장은 오래전부터 지역에서 철을 생산해왔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왜 울산에서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발전했는지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선사·역사문화와 산업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적 산업문화도시 울산의 미래모습은 산업 발상의 원류가 된 선사·역사문화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도시, 개발도상국들이 롤모델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도시, 산업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세미나와 학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하는 도시, 축적된 제조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관련 국내·외 기업들이 방문하는 도시, 안전·환경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기업과 연구자들이 방문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울산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먹거리와 함께 쉬어 갈 수 있는 아름다운 산업문화도시 울산이 돼야 할 것이다.  김인호 울산리빙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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