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2023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는 초·중·고 학생들의 장래희망과 학부모, 교사의 인식 변화를 엿볼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학생의 경우 지난해 10위였던 '공무원'이 올해 17위로, 고교생은 '군인'이 3위에서 11위로 대폭 하락했다. 희망직업 상위 10위에서 중학생은 공무원이, 고교생은 군인이 빠진 것은 2015년 이래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반면 1위 희망직업은 초등학생은 운동선수가, 중·고교생은 교사였다. 초등학생 조사에서 운동선수는 2018년 이래
옛날 사람에게 99살은 한자 일백 백자(百)에서 한 일(ㅡ)를 덜어낸 백수(白壽)이고, 100살은 사람의 수명으로는 최고라는 상수(上壽)다. 천수란 갑의 갑, 곧 두 번의 환갑인 120살이다. 우리 선조들은 하늘이 내려준 수명이 120세라고 알고 있었는지 120살을 천수라고 했다. 하지만 현대 과학에서는 인간의 수명이 이보다 훨씬 더 길어 질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몇 해 전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는 최고 142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그 나이까지 어떻게
요즘 맨발 걷기(어싱·Earthing) 열풍이 불면서 웰빙(well-being) 시대의 신풍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맨발 걷기 정보를 담은 다양한 콘텐츠와 개인적 체험 사례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 그 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맨발로 걷는 게 제2의 심장으로 알려진 발의 혈액을 순환시켜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소식이 회자 된 탓이다. 특히 황토는 항균 작용과 몸속 독소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맨발로 땅을 밟으면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것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자체마다 맨발로
워케이션(Workation·휴가지 원격근무)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휴가지나 관광지에서 휴식과 업무를 병행하는 근무 형태를 뜻한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확산 등과 맞물려 새로운 근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선호도와는 별개로 실제 이를 경험한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직장인 1,112명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0%가 업무 능률 향상(47.4%), 휴식(47.3%), 관광(3.4%)
“여기 무단투기 된 쓰레기가 너무 많은데 빨리 좀 치워주이소!" 하루에도 몇 번씩 수화기 너머로 듣는 말이다. 예전에 비해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남몰래 양심을 버리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봉투에 생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가구 등 대형 폐기물을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버리는 행위, 배달음식 등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을 분리하지 않고 투기하는 행위 등 그 경우도 다양하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규정을 지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이익과 한순간의 편리함을 위해 정해진 기준
안동에 가면 까치구멍집을 볼 수 있다. 부엌을 안으로 들인 까닭에 환기를 시킬 만한 공간이 필요했던지 지붕 위에다 까치가 드나들 만한 환기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집 문지방을 넘어보았다. 주인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먼 곳으로 가버렸다. 훗날 누군가 자신의 흔적을 짚어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잠시 나의 뒷자리는 어떤 느낌으로 타인의 눈에 비칠까 생각했다.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남편이 문득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이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더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감정과 싸운다. 나의 감정과도 싸우고 타
우리 동네에 사는 베트남에서 온 여성이 있다. 한 번씩 그 베트남 외국 여성은 아이와 함께 내가 운행하는 택시에 타곤 했다. 택시를 타고 가며 이야기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결혼이주 여성이었는데, 우리나라 60대 남자와 결혼할 때 나이가 겨우 20살 정도였다. 40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는 결혼이었음에도 베트남 여성은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녀는 동네 작은 고물상을 운영하는 남편과 함께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다. 언젠가 그녀의 손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20대의 고운 손이 아니라 막노동을 한 60대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인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은 전기 동력·저소음 항공기와 수직 이착륙장을 기반으로 도심 환경에서 사람과 화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송하는 차세대 첨단교통체계를 말한다. 점차 혼잡해지는 도로를 벗어나 하늘길을 이용하게 되는 도심 교통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인 만큼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갖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나라도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안전운용체계 핵심기술개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지난 8월 통과시키면서 기술 경쟁력 강
울산에서도 빈대가 처음 발견되면서 시민들은 물론 방역 당국이 불안해하고 있다. 울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울주군 온산읍 덕신리의 한 원룸에서 빈대에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분석 결과 빈대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빈대가 발견된 방에서 살충제 살포 등 방역 작업을 실시해 더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했다. 빈대는 주로 침대나 소파 등에 서식하면서 사람 피를 빨아 먹고 산다. 감염병을 전염시키지 않아 감염병예방법상 관리 대상 해충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단 물리면 피부에 물집·두드러기 등 염증과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대추는 꽤 늦게 열매를 맺는다. 아주 작은 열매가 올망졸망 달린 모습은 경이롭다. 그렇지만 그뿐, 여린 열매가 붉어지는 걸 보면서도 그러려니 지나치곤 했다. 그 안에 우주가 들어있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다. 국화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울고, 간밤에 무서리가 내렸다는 것처럼 시인이 읽어내기 전에는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 시인의 안목은 시를 읽는 독자의 안목까지 넓혀준다. 늦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마당을 본다. 초록으로 빛나던 잔디마저 누렇게 퇴색한 채 햇살에 겨운 모양새다. 이파리를 모두 떨어뜨린 나무들은 앙
'탄소중립 그린도시'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른지도 오래됐다. 도시의 녹지환경은 시민 삶의 질에 직결될 뿐아니라 도시 이미지를 전달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간주돼 왔기때문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문제와 잦아지는 기상이변 등으로 그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도시숲은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에 대응할 뿐 아니라 잘 가꿔놓으면 그 자체로 중요한 도시 자원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울산시, 2026년까지 산업단지 일대 도시숲 조성 그린도시 박차 무엇보다 도시숲은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내 집 앞 공원처럼 드나드는 곳 중 하나인 울산의 대표정원인 태화강국가정원은 올해 봄부터 다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국가정원이 관광지라는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의 산책과 힐링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다가 다시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지난해까지 잔잔하고 조용한 공원 산책로인 마냥 느껴졌다면, 올해부터는 다시 다양한 음악, 행사, 이벤트 등이 등장하면서 옛 태화강국가정원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방문객들의 계측기 집계, 설문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2년 5월 대비 2023년 5월
이제는 두툼한 패딩을 꺼내 입을 정도로 추워진 날씨에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정부와 병원에서는 독감 예방접종을 안내하는데,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독감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사람과 안 맞아도 된다는 의견들로 종종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반인들은 겨울철 추운 날씨 때문에 기침과 재채기를 하면서 머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기약을 먹어도 빨리 낫지 않고 증상이 심해지면 독감에 걸린 건 아닐까 하고 의
신문에서 어느 유명 여류 소설가가 쓴 글 중에 '친구를 선택하는 기준'이라는 것이 있었다. '즐거운가? 배울 점이 있나? 매력적인가?'라고 했다. 성별도 다르고 세대차이도 있으니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는다. 작가의 성별이나 나이에서는 그대로 맞는 말일 것이다. 내 기준은 '편안한가? 배울 점이 있나? 어울릴 공통점이 많은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이 나이에는 편안한 사람이 좋다. 까다로워서 피곤한 사람이거나, 주장이 강해서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피한다. 배울 점이 있으면 좋다. 단순히 지식의 차원이 아니다. 인터넷에 다 있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일제히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정보를 지자체 누리집과 위택스 등에 공개했다. 체납자의 이름, 상호(법인명), 나이, 주소(영업소), 체납액 등이 담겼다. 이들은 1,000만 원 이상의 지방세와 지방행정제재·부과금을 1년 이상 내지 않은 자들이다. 명단 공개는 당사자에게 사전 안내 후 6개월 이상 자진 납부 및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악성 체납자 공개는 결론적으로 조세 형평성과 납세 순응성 면에서 잘한 일로 여길만하다. 울산시 역시 '2023년 지방세 및 지방행정제재·부과금' 고액·상습 체납
통화 긴축과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가계대출이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부채도 마찬가지다. 줄기는커녕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불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발표된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서 확인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과 가계의 대출은 이달 들어 보름 사이에만 5대 은행에서 다시 2조∼3조원 더 늘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비롯한 적지 않은 기업들이 대출로 위기를 막기에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해석돼 우려가 크다. 오는 30일 열리는 한
공공기관에 민원전화를 걸면, 통화내용이 녹음된다는 안내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상담사 보호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전화연결음을 듣는다. 카드사, 은행 같은 곳의 콜센터도 반말이나 폭언을 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부터 나온다. 몇 년 전엔 생소했던 “감정노동"이 이제는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전국에 직무상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업 감정노동자는 1,2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인구가 약 2,85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취업인구 10명 중 약 4명은 감정노동자인 셈이다. 업무 중 고객을 대하는 일이 있다면 정도의
지난 17일 사상 초유의 일로 충격과 우려를 준 정부행정전산망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의 마비 및 장애 사태가 19일 점검 결과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부는 밝혔다. 하지만 정상가동 여부는 현장 민원 업무가 재개될 월요일 상황을 봐야 정확히 판단될 것으로 예상된다.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는 전날 오전 재개 후 주민등록발급 등 24만여건의 민원이 정상 처리되는 등 현재까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장애의 원인은 새올 인증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 이상이라는 것도 밝혔다.사실 이번
텃밭을 갈무리한다. 싱그러움도 지나고 탐스럽게 달렸던 과일들과 푸른 채소들도 이제 때가 다 된 것 같다. 텃밭에 남은 농작물이라고는 가을무가 전부다. 이것저것 다해봐도 그나마 괜찮은 것이 무다. 무는 채소 중에서 유일하게 이 밭에서 제대로 수확하는 농작물 중에 하나다. 야심차게 여러 농작물을 심었지만 제대로 수확한 농작물이 없었다. 인물 없는 푸성귀들을 이웃들에게 건네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나마 무는 자식 농사에 빗대자면 체면치레는 해 주는 셈이다.주말농장을 경작하면서 무슨 전업 농부들의 농심을 따라가겠는가, 그러나 일을 시작한 지
찬 이슬이 맺힌다는 한로, 이름도 예쁜 이 한로라는 절기가 내 관심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얼굴도 본 적 없는 한 마리 새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정확하게 몇 년 전 인지는 기억에 없다. 완성되지 못한 시 속으로 새를 끌어들인 것이 5년쯤 전이니 얼추 그 무렵이 시작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덥고 습한 그해 여름 어느 새벽이었다. 난데없는 새 울음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불면증이 길어지면서 잠에 대해 유난히 예민해져 있던 때였다. 뒤척이다 새벽녘에 겨우 잠든 단잠을 날카로운 새 울음이 깨워버린 것이다. 무슨 새가 저리도 앙칼지게 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