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내 인생의 첫 개인전은 막연한 미래의 두려움과 젊음의 열정이 혼재한 시간이었다. 무엇을 하든 처음 이라는 단어는 긴장과 설렘을 동반한다. 내가 처음 개인전을 펼친 갤러리는 아름다운 부산 광안리 해변에 있었다. 월드타운 이라는 이름을 가진 빌딩은 전 층이 갤러리로 구성 돼 있었으며 아름답고 포근한 바다의 풍경과 영혼의 울림을 주는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지금은 광안대교가 생겨 빠르고 화려한 도시의 느낌은 있지만 당시의 자연스러운 포물선 해안과 바다가 어우러진 편안한 풍경은 사라지고 말았다. 전시를 열
한국국제아트페어인 키아프(KIAF)의 전시관계로 서울에 왔다. 키아프는 올해로 13회를 맞은 국내외 유수한 갤러리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아시아 미술계의 대표적인 행사이다. 지난해 주빈국이 독일이었고, 올해는 동남아시아를 주빈국으로 선정해 비슷한 듯 다른 동남아의 재미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시도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며, 작가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작품들은 감동과 사유의 문을 열어준다. 가끔 서울에 전시 또는 강의 들으러 올 때면 늘 만나는 벗이 있다. 오늘도 그랬다. 오랜만에 벗을 만나 내
지난주 건강 검진을 받았다. 점심은 간단하게 먹고 저녁은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뭐 하루 한 끼면 문제없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 배가 더 고픈 것 같았다. 내 머리에는 순식간에 맛있는 차와 음식들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 배가 고프니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먹는 걸 아주 좋아하던 사람인데 위가 좋지 않아 몇 년째 음식을 마음대로 먹지 못해 힘들어 하는 친구, 암으로 고생하시는 선생님, 그리고 진실을 알고 싶어 단식을 하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도 생
나는 요즘 북구예술 창작소라고 하는 레지던스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곳 북구 레지던스 공간에는 영상, 퍼포먼스, 설치, 사진, 회화 등 각기 다른 장르의 작가 5명이 입주해 있으며 나는 거의 매일 그곳으로 출근한다. 그날은 여우비가 조촐하게 내리는 아침 이었다. 우리 집에서 타박타박 오 분 걸어 마을버스를 타고, 신복 로터리에서 104번 버스로 여유롭게 환승을 했다. 버스의 좌석은 이미 다 차버렸고 마지막 뒷좌석에 세 네 살쯤 보이는 남자 아이가 엄마와 이모로 보이는 두 여성분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 꼬마가 참 귀여워
울산신문은 7월부터 매주 수요일 독자들에게 맛깔난 감상이 담긴 그림 한 점을 선사합니다. 서양화가 김창한, 김덕진, 동양화가 기라영, 갤러리 아리오소 윤태희 대표가 전하는 4인 4색 그림감상법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제 초등학교 시절인 1970년대 당시 카메라는 매우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가끔 우리 동네에도 리어카에 커다란 그림을 싣고 다니는 사진사 아저씨가 오시곤 했습니다. 이동 사진관인 셈이지요. 동네 사람 중 누군가 사진을 찍으면 괜스레 마음이 두둥실 뜨곤 했어요. 아저씨의 리어카에는 멋진 물레방아 풍경, 서울의 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