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이 한국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용 핵심 소재를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고, 전략물자 수출 시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에서도 제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의 정치적 술수다. 한국도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양국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아베는 왜 이렇게 강경한 태도로 일관할까. 여러 가지 배경이 있지만 무엇보다 아베의 뿌리에 깔린 선민의식, 우월주의와 연관성이 있다. 아베의 유전인자는 원초적인 '극우'다. 자민당 파벌
지난주 울산박물관에서 대곡천암각화 세계유산등재 학술자문회의가 열렸다. 회의를 지켜본 기자들은 이날 회의가 상당히 진지하고 실천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른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실질적인 작업이다. 세계유산 등재의 핵심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있다.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유네스코가 운영지침을 통해 정해 놓은 핵심요건이다.이번 학술회의에서 제기된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모두 세 가지다.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여야 한다&
'해상판 노크귀순' 사건이 갈수록 파문을 낳고 있다. 지난 15일 북한 어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것은 기관 고장으로 인한 '표류'가 아니라 의도적인 '기획 귀순'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치밀하게 기획된 귀순에 육ㆍ해군의 해안경비가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표류하던 북한 어선을 삼척항 앞바다에서 발견해 예인했다고 사실상 인정해온 군과 국방부도 조직적인 사건 은폐ㆍ축소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이 해상판 노크귀순으로 거론되는 것은 지난 20
천마산 편백나무 숲길을 걸었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편백나무가 빽빽하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피톤치드가 코끝을 스치고 시야를 환하게 한다. 울산에 이런 치유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다. 숲길 따라 걷다 보면 관문성 한자락과 철기문화의 흔적들이 이어지는 새로운 과거와 만난다. 그 길의 끝에 망루가 있고, 하늘과 닿는 곳에 울산의 또 다른 이야기가 전광판처럼 펼쳐진다. 놀라운 장면이다. 얼마 전 울산 북구에서는 두 가지 뉴스가 있었다. 하나는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북구를 찾아 달천철장을 살펴본 것이고 나머지는 북구청장이 일본의 시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찾았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방북했다는 그는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조선 동지들과 함께 중조(중북)친선협조관계를 설계하고 전통적인 중조친선의 새로운 장을 아로새기려고 한다"는 평양 방문 목적을 밝혔다. 시 주석의 이번 평양 방문은 두 번째다. 지난 2008년 평양을 찾았지만 당시에는 부주석 신분이었다. 1953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시 주석의 아버지는 혁명 원로로 부총리였던 시중쉰이다. 막강한 집안의 자손인 셈이다. 그의 아버지는 원래 섬서성의 토착 공산주의자
휴일 새벽을 뜨겁게 달군 20세 이하(U-20) 월드컵축구가 끝났다. 아쉽게 역전패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한국 남자 선수가 처음으로 골든볼을 들어올리는 영광도 누렸다.이번 결승전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첫결승이었고 이강인의 선제골은 대한민국을 한순간 하나로 만들었다. 어린 선수들의 이번 성과는 두고두고 한국축구의 역사에 남을 일이다.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번 축구대회는 묘하게 울산과 연결돼 있다. 결승이 열린 곳은 폴란드 우치다. 결승 상대는 우크라이나다. 축구대회가
한국 축구가 일을 냈다.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FIFA 주관 축구대회 결승진출이 이뤄졌다. 우승은 보너스지만 결승 진출 자체로 한국축구는 이미 벽을 넘어섰다. 이 모든 것은 '밀레니얼 세대'의 겁 없는 도전이 만든 새로운 역사다.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의 사회학자 닐 하우,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1991년 출간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통칭해서 부르는 용어다. 이들의 특징은 흔히 개인주의로 오인돼고 있지만 사실은 일반화
우리들은 대한건아 늠름하고 용감하다~ 이기자 이기자 이겨야한다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공식 응원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후렴구 한 구절은 박자에 맞춰 흥얼거릴 만도 하다. 모기윤 작사 김희조 작곡의 이 노래는 1980년대까지 국가대표 경기마다 시작을 알리는 응원가였다.이 노래의 시작과 함께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의 이름과 얼굴이 하나씩 크로즈업되고 태극기와 함께 승리를 다짐하는 결의가 자막으로 흘렀다. 스포츠에 지나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심는다며 그때의 결기는 흘러간 옛노래가 됐지만 50대 이상의 세대들에겐 여전히 심장을
허블레아니호는 지난달 29일 오후 9시5분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에 들이받혀 순식간에 침몰했다. 이날 이후 우리에게 다뉴브강은 비극의 강이자 고통의 강으로 각인되고 있다. 하지만 다뉴브강은 이미 오래 전부터 비극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유유히 흐르고 있다. 유람선 침몰 지점의 바로 위에 놓인 머르기트 다리는 부다페스트의 화려한 다뉴브 강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도심의 휴식처인 머르기트 섬을 연결해 유동 인구가 많은 명소지만, 이번 참사 이전에도 2차대전 당시 수백
흔히 범어라고 알려진 산스크리트어는 고대인도 전역을 지배한 고급언어였다. 일상어라기보다는 경전이나 기록용 언어로 전승된 산스크리트어는 지금은 소수언어로 전락했지만 최근 다시 부활의 조짐도 보인다. 인도의 방송 매체에서 산스크리트어 방송이 다시 재개됐고 산스크리트어 문학 활동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인도 북부의 마디아프라데시 주에는 여전히 산스크리트어가 일상 언어로 존재한다는 보고도 있다. 느닷없이 왜 산스크리트어를 이야기하느냐면 바로 우리말과의 유사성 때문이다. 표기문자로서의 한글과 우리의 일상 언어로서의 한국어는 산스크리트어와 친인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이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적분할) 이후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가는 것을 막겠다"며 삭발했다. 송 시장은 “현대중공업의 본사는 조선 산업의 종가(宗家)인 울산에 있어야 한다"며 “현대중공업은 반세기를 함께한 울산을 외면하지 말고, 본사 울산 존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 광역단체장의 삭발 투쟁이 보도를 통해 나가자 지방정부의 수장이 가진 결기가 느껴진다는 반응과 중재에 나서야 할 위치에 있는 시장이 투쟁에 동참해 난감하다는 반응이 뒤섞이고 있다.삭발은 결의의 상
지난주 창녕에서 따오기 10마리가 우포 하늘을 날았다. 성공 여부를 떠나 야생 방사 행사 자체로 엄청난 의미를 가진 일이었다.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의 따오기 복원 노력은 눈물겹다. 지난 2008년과 2013년 중국이 기증한 2쌍이 출발점이다. 무수한 난관을 뚫고 인공 증식을 통해 360여 마리 이상을 증식하는 데 성공했다.문제는 자연방사였다. 인내가 필요하고 적응기간은 더 오래 결렸지만 드디어 해냈다. 따오기는 우리의 새다. 10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및 러시아 극동지역 남부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거나 번식을 하
잔뜩 찌푸린 주말, 열차에 몸을 실었다. 태화강역에서 해운대 센텀역까지 동해남부선의 열차는 생각보다 빠르고 편리했다. 아직 구간 곳곳에 건설의 삽질이 계속되고 있고, 사라진 철로와 새로 깔린 철로가 임무를 교대하는 모습이 소란스럽지만 이제 곧 복선전철의 시대가 현실화 될 것 같은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부산에 머물다 돌아오는 길에는 호기심에 호계역을 찾아가 보기로 하고 열차표를 바꿨다. 얼마 전 쇠부리 축제가 끝난 북구는 철의 도시다. 그 북구가 지금 요동을 치고 있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이 가시화 되면서 북구가 울산의 중심이
영국의 비틀스 박물관이 방탄소년단(BTS)을 공식 초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세계 최대 비틀스 상설 전시관 '비틀스 스토리'는 “BTS가 영국 방문 때 박물관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초청장은 “친애하는 진, 슈가, 제이홉, RM, 지민, 뷔, 정국에게"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비틀스 스토리 측은 “최근 (미국 CBS TV)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콜베어 쇼) 방송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비틀스 정신을 세계에 선보이는 것을 기쁘게 지켜봤다. 1964년 2월 비틀스가 &
5당 대표와 함께 만나자, 안된다, 1대1로 만나자. 내용보다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샅바싸움이 영수회담으로 옮겨 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5당 대표 회동에 대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대1 회동으로 역제안을 하자, 청와대가 '조건부 1대1 회동' 가능성을 언급하며 수정제안을 하는 등 만남의 형식을 두고 밀당이 계속되고 있다. 군소정당을 배제한 채 대통령과 맞상대하겠다는 제1야당의 자존심과 정국 주도권을 한국당에 내줄 수 있다는 여권의 방어론이 맞서고 있다.'영수회담(領袖會談)
문재인 정부가 2년을 맞았다. 집권 초반기의 변곡점을 찍고 이제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집권 청사진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딱 2년 전 오월 아침에 취임 일성을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 따뜻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지지하지 않은 국민 한분 한분도 섬기겠다고 밝혔다. 정치인의 말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울산을 찾았다. 부산과 경남에 이어 세 번째 장외투쟁의 전략지역으로 울산을 택했다. 전날 경남 거제에 있는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황 대표는 통영·창원·양산을 훑으며 '민생투쟁 대장정'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에 대해 “문재인 정권이 좌파독재를 완성하고 연장하기 위해 무리한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는 장외투쟁은 오래된 투쟁 방식이다. 야당이 여당을 상대로 하는 항거의 수단이자 정치적
5월이다. 눈부시게 푸른빛이 지천이다. 푸른 5월, 충분히 게으른 연휴이고 싶어 슬금슬금 울산 한 바퀴를 72시간 동안 거닐었다. 슬도부터 대왕암, 장생포와 간절곶을 돌아 반구대암각화 두리번거리다 각석과 봉계를 찍고 경주 언저리에서 정자바다와 관문성, 박상진호수공원 빙그러니 돌아 동천 따라 명촌을 지나 십리대숲에서 멈췄다. 내고장 울산은 참 곳곳이 이야깃거리다. 가는 곳곳이 진풍경이고 소담스런 이야기가 소곤거린다. 자연과 함께한 시간을 지나 극장가에 들어서자 사정이 달라졌다. 줄줄이 어벤져스다. 개봉 10일 만에 1,000만 관객을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뒤를 이은 나루히토(德仁·59) 새 일왕이 공식 즉위했다. 일본에서는 공식 기록이 남아 있는 8세기 후반 이후 일왕으로는 역대 두 번째 고령에 즉위를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역대 일왕과 연호 사전을 편찬한 요네다 유스케(米田雄介) 고베(神戶)여대 명예교수의 연구자료를 근거한 것이다. 이 자료를 근거로 하면 나라(奈良) 시대의 49대 고닌(光仁) 일왕(재위 770∼781년) 이후 몇 명을 제외하고는 생년월일 기록이 남아있다. 즉위 시 최고령은 고닌 일왕으로, 당시 60세 11개월이었다. 나루히토 새 일왕은 59
진짜 금은 도금을 할 이유가 없다. 진짜와 가짜가 뒤엉킨 세상이니 이런 말이 나온다. 가짜는 분칠로 사람들을 속이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문제가 터지면 역시나 근본부터 들여다보게 된다. 바로 울산시립도서관 이야기다. 울산에 시립도서관이 들어선 것이 딱 1년 전이다. 울산과 도서관의 역사는 오래됐다. 어쩌면 근대적 의미의 도서관은 울산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엄대섭 선생이다. 울산과 지척인 경주에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 도서관이 있다. 지금의 경주시립도서관이다. 경주시립도서관의 전신인 경주읍립도서관의 초대관장이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