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새벽 닭 울음소리는 악명 높다. 하지만 닭이 들으면 웃을 소리다. 닭의 받아 적을 수 없는 소리는 그저 귀를 훑고 지나가지만 사람들의 새된 목소리는 베개를 뚫고 들어온다. 이 분들은 다 득음하신 듯,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가히 폭포도 뚫을 만하다. 우리처럼 할 말이 있으면 가까이 가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떨어져 있든 그냥 자기 있는데서 얘기한다. 그렇게 해서 일찌감치 잠이 깬 나는 아침을 시작하는 그들의 거리를 내려다본다. # 사회주의지만 미국을 싫어하지는 않는여행한다는 것은 함께 하던 사람들을 떠난다는 것이고, 떠남
쿠바에서 겪게 되는 독특한 경험 중 하나가 이중화폐 제도다. 미국의 경제봉쇄로 살길이 막막해진 쿠바가 눈을 돌린 곳이 관광산업이다. 그러나 벌어들인 외화 때문에 자국의 물가 체계가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고, 그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외국인 화폐(쿡)와 자국민 화폐(쿱)를 달리 하는 것이었다. 1쿡은 1달러에 상응하고, 1쿡은 24쿱으로 교환된다. 밥을 먹어도 외국인을 위한 식당에선 약간 더 좋은 식사를 24배 비싸게 사 먹는 식이다. 지금은 그 경계가 많이 허물어져 크게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지만 그로 인한 문제는 심각하다. 외
토론토를 거쳐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 도착해 택시에 탄 것은 예정보다 2시간 30분 늦어진 새벽 2시경이었다. 마음은 급한데 짐이 나올 생각을 안 한다. 결국 30분 정도 지난 뒤에야 하나씩 트렁크를 뱉어내기 시작한다. 기사에게 폰에 적힌 주소를 보여주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호텔도 아닌 까사(민박)에 연락도 없이 늦은데다가 주소라고는 달랑 세 단어가 전부였다. 울산으로 치면 울산 남구 신정동 정도 아닌가. 보여주는 나조차도 의심스러운 주소를 보고도 기사는 두말없이 출발한다. '이 놈, 제대로 도착할 생각
캠핑이 며칠간 이어지면 나를 위해 준비된 안락한 침대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잘 마련된 잠자리일수록 기억은 희미하다. 집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게 되면 그곳을 채울 것들이 필요하게 되고 한때 그것이 즐거움이 되지만, 이내 채워진 것들이 나를 구속한다. 애초에 내가 원했던 것은 그것을 멋지게 만들려는 내 욕심에 묻혀버린다. 캠핑을 하며 그것을 느낀다. 내게 필요한 것은 숟가락이고 커피 한잔이며 모닥불이었다는 것을. 그외의 것들은 모두 모닥불의 원 밖에 있는 어두운 숲이다. 있으나 없으나 사실은 같은 것이다. 모닥불의 따뜻한 빛은
야생 동물들의 천국 에토샤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한참을 달리다 헤레로 족 여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제대로 된 가게라기보단 나뭇가지를 얽어 햇빛을 피하는 정도였고, 수공예품들을 내놓고 있는데 판매보다는 사진 찍혀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게 목적인 듯 했다. "원 포토 텐 달러!" 물론 사진만 찍고 사라지는 관광객들을 상대하며 나온 궁여지책이겠지만, 마음 대신 돈이 오고가는 것은 싫어서 정중히 사양했다.# 신의 축복인지 악마가 건넨 독인지여행자들은 여행지에서 돈을 쓸 때 습관적으로 자기 나라 돈으로 환
끝도 없이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하루였다. 달리는 차 안은 먼지가 자욱했고, 갇힌 모래먼지를 빼기 위해 창문을 열면 새로운 모래먼지가 들어왔다. 차갑지만 빌빌거리며 내 몸에 닿지 않는 에어컨 바람과, 뜨겁지만 내 몸의 열기를 잠시나마 훑어가주는 모래바람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해야만 했다. 차창 밖으로 황량한 벌판과 그 너머로 보이는 산들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산과 나 사이에 무한히 존재하는 공기가 태양에 뜨겁게 달궈져 내 시야를 아른아른 흔들어놓아 저 산들을 고흐의 풍경화처럼 만든다. 그 사이에 드문드문 보이는 스프링복스나 오릭스는
치과의사이자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서영교 치과원장의 아프리카 등 1년여 간 세계 각국을 일주하며 겪었던 체험기를 생동감 있는 현장의 사진과 함께 월 1회 연재한다. 편집자한국에서 직선거리로 1만3,000㎞,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사막과 야생동물들의 초원, 대서양을 가진 그곳으로 간다. 아침 일찍 울산을 출발해 광명역과 인천공항을 거쳐 홍콩과 요하네스버그 공항. 총 이동시간을 계산하다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 앉아서 하는 대장정이다. 그리고 드디어 빈트후크 공항으로 가는 마지막 비행기. 울산에서부터 갑자기 찾아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