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팔자 모른다더니 옥다방 주인은 "내가 여기, 이 농촌에 살 줄 누가 알았겠어요. 참말로 사람 일이란 아무도 모른다더니"라고 했다. 말씨가 울산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경남 마산이라고 했다. 경남 의령이 고향이라고 했더니 반갑다는 의미로 웃었다. 참고로 의령사람들은 마산과 부산에 많이 산다. 그녀는 커피를 앞에 놓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인생유전 이야기를 대략 정리하면 이렇다. 이 다방은 60년쯤 됐다고 했다. 앞서 밝혔듯이 처음에는 집주인이 개업했으며 중간에 여러 사람
울산지역 다방 마지막 이야기울산 다방 이야기를 이쯤에서 울주 삼남읍 중남리 옥다방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직도 울산지역 여러 곳에 숨은 다방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내 눈에 띄지 않은 다방은 훗날 기회가 되면 소개하리라 작정한다. 돌아보니 다방 이야기를 처음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 까마득한 세월이 흘렀다. 다방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는 이렇다. 직장에서 자신만만 사표를 내고 나왔는데 사회는 냉엄했다. 오라고 하는 데가 한 곳이 없었다. 방황의 세월이 시작됐고 백수 처지가 오래 지속됐다. 겨우 어느 대학에서 한두 학기 강의할 기
방어진은 다방영업이 재미가 있는 계절이 있다. 멸치잡이 파시가 형성되는 시기인데, 계절적으로는 초겨울부터 이듬해 초봄까지다. 다시 말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약 5개월이다. 이때가 방어진은 멸치잡이 철이다. 멸치잡이 철이 되면 방어진항으로 전국의 멸치잡이 배들이 몰려든다. 약 1만 8,000여 명의 선원이 방어진 앞바다에서 멸치를 잡는다고 한다. 그중 외국인 선원이 8,000여 명이다. 외국인 선원들은 다방영업에 크게 존재가치가 없다. 이유는 다방에 오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어서 배가 출항하지 않는 날에도 이들은 숙소에
시작하면서왜 하필 "비목일까" 울산 동해 끄트머리 방어진항 주변에서 다방으로 흔한 이름이 아니다. 왜 비목으로 다방 이름을 지었을까. 우리는 해마다 6.25가 발발한 6월이면 '비목'이라는 노래를 많이 듣게 된다. 전후 세대들은 사실 비목이란 낱말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다. 그냥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뭔지 모르게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장 터가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벌이는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벌이고 있는 전쟁의 아비규환을 뉴스로 접하면서 우리는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 당
해변다방이 다방은 앞서 언급했듯이 정자시장을 물고 있다. 지난 2022년 여름, 전 울산사진작가협회 이항룡 회장이 서진길 예총 고문님과 함께 점심을 하자고 해서 정자로 갔는데 이 회장 사무실 앞 부두로 나가는 골목에서 해변다방 간판을 봤다. 반가운 마음에 급하게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그리고 근 1년 묵혀 두었다가 2023년 추석즈음에 찾았다. 그러나 아뿔싸! 였다. 그새 해변다방은 간판을 모두 내리고 문을 닫았다. 해변다방 골목은 20년 전만 해도 정자리 해변마을의 번화가였다. 정자 장터 길과 맞물고 있었기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
이쯤에서 울산의 다방들을 거의 찾아냈다고 한 것이 건방진 생각이었다. 아직도 필자의 눈에 띄지 않은 다방들이 울산 곳곳에 있다. 엊그제 을사년 2월 15일 통일교육위원회 울산협의회 이상문 회장님과 점심을 하러 교동 어느 돼지국밥집을 가다 우연히 다방을 발견했다. 준 다방이다. 북정동 우체국 앞 옛길을 따라 우정동 방향으로 가다 장원다방 가기 전 고개 내리막 왼편에 준 다방 간판이 눈에 띄었다. 반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서 이 회장님이 차를 돌리는 동안 필자는 준 다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간판과
수암로 내 유일하게 살아남은 까치다방까치다방에서 한걸음에 수암시장이 있다. 수암시장은 울산 재래시장 중에서 신정시장과 더불어 쌍두마차라고 해도 될 만큼 장사가 잘된다.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처음에는 마을 소방도로를 중심으로 난전을 펴다 점차 확대되면서 오늘날의 시장 규모를 갖추었다. 재래시장은 비좁은 골목이 매력이다. 골목이 널찍하면 횅댕그렁한데 비좁다 보니 어깨가 부딪히고 그래서 이웃끼리 정이 든다고 한다. 수암시장은 특히 한우고기가 유명하다. 이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야음시장과 혼동하기도 한다. 수암시장 덕분에 이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열렸다. 누구나 편안을 누릴 수 있는 을사년이 되길 소원해본다. 지난 2023년 8월 말 까치다방과 공주다방 등 공업탑 로터리에서 야음시장까지 다방들을 돌아봤다. 아쉽게도 그간 다방들이 이미 문을 닫고 간판마저 흔적을 감추었고 야음시장 재개발로 상가 2층에 있던 공주다방과 한성다방들도 철거를 앞두고 있었다. 다행히 공사 가림막을 설치한 틈새로 옛날을 엿볼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 기억들을 모았다. 2023년 8월 어느 날 기억이다. 모기 아래턱이 떨어진다는 처서가 지났다. 처서 덕을 본
봉계는 아직도 다방이“봉계에 다방이 몇 개쯤 있을까"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요새 도시나, 농촌이나 다방이 어디 있노"라고 제대로 숨도 쉬지 않고 직답한다. 하지만 “아니올시다"이다. 봉계는 아직도 다방들이 여전히 영업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3년에 갔을 때도 유리창에 50년 전통 스티커를 붙였던 정다방이 2023년에도 당당히 50년 전통을 그대로 붙인 채 영업하는 등 봉계에는 모두 6곳의 다방이 있다. 아니 더 있을 수도 있다. 필자의 눈에 띈 것만 여섯 곳이다. 정다방 그 주변으로 유림다방, 수연다방, 로또다방, 길다방,
12월 들면서 날이 갑자기 춥다. 서울 등지에는 폭설이 내렸고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갑진년 끝자락에서 꽁꽁 언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다방이다. 울산권역에서 방어진을 제외하면 다방들이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흘러나오는 노래는 옛 향기겠지요 라고 한다면 두툼한 외투 걸쳐 입고 봉계로 가 볼 일이다. 봉계에 가면 따끈한 다방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봉계는 전통 다방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실 다방이 많은 봉계는 한우 생고기 특구로 유명한데 생고기는 양념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의 고기를 말한다. 생고기를 불판에 올리
함월다방잠시 언급했듯이 함월다방도 수년 전 문을 닫았다. 지하 입구 출입문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다. 계단에 쌓인 빛바랜 우편물이 문 닫은 지가 제법 됐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다방은 10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마담이 혼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마담을 만나지는 못했다. 문이 닫혀 있었다. 이웃한 현대다방에 가서 함월다방 마담 소식을 들었다. 현대다방 마담은 함월다방 마담이 아파서 근래 병원에 자주 들락거린다고 했다. 그시절 최대 번화가 약속장소로 인기함월다방은 이 일대 지명인 함월 즉 달을 품은 마을이란 이름을
시작하면서며칠 전 입동이 지났다. 절기로는 겨울이지만 아직도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주말 밀양 얼음골 일대는 2024년 주춤주춤하는 끝물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역시 풍경이 좋은 카페는 빈자리가 없었다. 얼음골 사과밭 주인들도 옛날에는 불룩한 돈 망태를 쥐고 남명리 단골 다방에서 커피 한 잔에 피로를 풀었다. 그 다방들은 어디로 갔을까. 어떻게 한꺼번에 사라지듯 했을까. 최소한 남명리 일대에 씨를 할 다방 하나는 남겨뒀어야 한다. 그 다방을 찾아오는 낭만 가객들에게 그리움의 단풍 엽서를 선물할
다방 입구 오토바이가 사라졌다는 것은 커피 배달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배달이 없는 시골다방이 여태까지 문을 열고 있을까. 필자가 지난 2013년 4월 30일 오후 아내와 이 다방에 들렀다. 주인 혼자 있었다. 주인은 한가했다. 아예 이 시간에는 손님이 없을 것으로 짐작했던지 테이블에 자수를 어지럽게 펼쳐놓고 있었다. 주인은 방울방울 매달아야 하는 자수 작업을 하다 보니 눈이 침침하다면서 돋보기를 쓰고 있었다.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먼저 커피를 시켰다. 사실 처음에는 메뉴판이 안 보이길래 물어봤더니 메뉴판을 벽에 붙이지는 않았지만,
시작하면서단풍잎이 고운 가을이 절정이다. 며칠 전 고교 동기 몇 명과 오랜만에 부부 모임을 했다. 7080 청춘들은 이제 모두 정년퇴직했다. 그리고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서울, 대구, 합천 등에 흩어져 살고 있어서 자주 모이기가 쉽지는 않다. 모임 가진 날 하필 비가 내렸다. 합천 친구가 창밖을 보며 걱정했다. 마늘을 심어야 하는데 근래 비가 자주 내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때 문득 생각이 났다.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야, 비 오면 촌 다방에 가서 커피나 마시면 되지 않나, 요새는 다방에 안 가나, 촌
시장 상인들의 창고로 전락한 여우다방먼저 이 다방을 들먹이는 이유는 10년 전 왔던 기억이 나서다. 다방은 2층으로 시장건물이다. 들어가면 실내는 탁자가 4개, 한 개는 소파 형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알프스시장 터미널 쪽 첫 골목으로 들어가면 언양 경희한의원과 마주 봤다. 당연히 계단을 같이 이용했다. 2023년 3월, 모처럼 여우다방 문 앞에 섰다. 그러나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불빛이 없다. 이미 여우들이 굴을 떠난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아쉽게도 여우들은 굴을 버리고 어디
울주 서부지역 5개 읍면 경제 중심지 언양언양은 울산과 부산 경주로 통하는 교통요충지에 있다. 도로망의 편리로 한때는 울산 도심만큼 통행량이 많았던 곳이기도 하다. 2010년 11월 1일 개통한 KTX 울산역(통도사 역)은 개통과 더불어 전국 5대 역으로 부상했다. KTX 울산역(통도사 역)은 밀양과 양산사람들까지 언양 와서 신발에 흙을 묻힌다고 한다. 이 역을 이용하면 영남알프스 일대와 통도사 등을 관광하는데 매우 편리한 여건이다. 특히 간월산자락에서 해마다 가을이면 산악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해가 갈수록 울산 울주 산악영화제는
딸기밭 미팅 후 찾았던 다방남창에서는 이유 불문하고 걸어야 편했다. 읍사무소에서 농협을 지나는 길, 옹기종기 시장 들머리 쪽에 중앙다방이 있었다. 건너편 파출소 앞에 돌다방이 보였지만 우리는 중앙다방에 들어갔다. 주인은 60대 초반 정도, 털털거리는 선풍기가 첫눈에 들어왔다. 올드한 맛도 있지만 중앙이란 이름이 주는 뉘앙스에 끌렸다. 홀이 썰렁했다. 벽에 매달린 듯 걸려있는 낡은 텔레비전에 눈길을 주고 있던 주인이 반겼다. 우리 말고는 손님이 없었다. 우리는 다방에 왔으니 먼저 다방 커피를 시켰다. 필자만 냉커피였다. 그러나 원재료
시작하면서참으로 무더웠던 여름이 얼추 끝나가고 있다. 9월 마지막 날까지도 한낮은 여전히 반소매 옷을 생각나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상관측 118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기상청은 10월 시작하면서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서늘해질 것이라고 했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땀이 삐질삐질 한날 333, 다방 커피에 각 얼음을 띄워서 한잔 마시면 더위가 싹 가셨던 날이 새삼 추억으로 떠오른다. 이럴 때는 과거 추억을 소환해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올해 봄에 다방을 찾아다녔던 때 풍경 스케치다. 3월 들면서 봄볕이 따뜻하다. 추위가
태화로터리서 시청 방향에 자리한 한성다방 요즘은 거리 어디를 둘러봐도 커피전문점이 대세다. 오늘 찾아가는 한성다방은 옛날 고속버스 터미널이 있었던 태화로터리에서 시청 방향 중앙로를 따라 200m 지점에 있었다. 태화로터리에서 영생약국까지는 '가나다방'과 '한성다방'이 있었다. 그리고 뒷골목에는 앞서 말한 제일다방 등이 여관 지하에 있었다. 제일다방을 찾아낸 것도 우연이다. 사실 다른 사람들은 다방만 보이면 차를 세우는 필자를 보고 약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필자는 다방을 찾는 일이라면 적극적이다. 수년 전 어느
시작하면서각얼음을 띄워주던 다방 냉커피가 생각나는 2024년 여름이다. 해가 갈수록 여름이 더 더워지고 있다고 한다. 봄과 가을은 여름 등쌀에 밀려서 한 달씩 자신의 계절을 단축하고 대신 여름은 3개월에서 5개월로 늘어나게 됐다. 이렇게 가다가는 어느 순간 아예 봄과 가을이 찰나에 지나가 버릴지도 모른다. 지난 겨울2023년 1월, 태화로터리를 중심으로 일대 다방을 돌아봤다. 지난해 겨울 대한민국은 국토 전체가 거대한 냉동창고로 변했다. 강원도지역은 체감 온도가 무려 영하 40도에 도달했다. 울산도 56년 만의 강추위라고 한다.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