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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설계 적용안된 60년대 시설 붕괴·연쇄폭발 우려
고리원전 6.5-신고리 7.0 이상 발생시 안전 담보 못해
울산시, 피해 시뮬레이션·대응 매뉴얼등 걸음마 단계


지난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후쿠시마(福島) 현을 비롯한 일본 동북부 지역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울산지역의 지진 대비책이 걸음마 단계에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울산의 경우 국내 최대 원전 시설인 고리원전과 월성원전을 남 북으로 거느리고 있어 원전시설의 지진 대비책도 특별관리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지진해일 대비시간 100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울산지역의 경우 지진해일(쓰나미)을 대비할 시간마저 100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지나 근해에서 발생하는 강진이 즉각적인 피해를 주는데 비해 지진해일은 시간차를 두고 훨씬 큰 피해를 주는데도 울산을 포함한 동해안 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이런 운명에 처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1983년 5월 일본 혼슈 아키타현 서쪽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7.7)으로 인한 지진해일과 1993년 7월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북서해역에서 시작된 지진(규모 7.8)으로 인한 지진해일이 우리나라 동해안에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줬다.
 더욱이 지리적 특성상 우리나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지진의 진앙지가 유일하게 일본 서해안으로 지목되면서 지진해일 대비 시간도 운명처럼 1시간대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1983년 아키타 근해 지진해일은 한반도 동해안 울릉도에는 77분만에 최대 1.36m(이하 최대치)로, 묵호에는 95분만에 2.00m로, 속초에는 103분만에 1.56m로 각각 도달했다.
 울산지역의 경우 가장 최근에 발생한 지진은 지난해 2월16일 오후 6시53분께 울산시 동구 동북동쪽 64km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리히터 규모 3.2였다.

 최근 국내지질학계가 "현재 우리나라는 지진 다발기에 있고,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강진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와 원자력발전소가 인접해 있는 울산시의 경우 지진에 대한 대비책은 턱없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갈수록 지진발생 증가세

11일 오후 진도 9.0 규모 지진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가운데 울산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 역시 지진과 쓰나미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한반도가 판 경계에서 다소 떨어진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일본보다 발생빈도는 낮지만 실제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에는 2000회에 달하는 지진이 기록돼 있다.

 779년 4월 경주에서 진도 6.5 규모 지진이 발생해 100여명이 사망했고 1518년 7월 서울에서 6.5 규모 지진으로 가옥이 붕괴되기도 했다.
 1643년 7월에도 울산에 7.0 규모 지진이 나 봉화대와 성벽이 무너졌고 1810년 2월 청진에서는 6.5 규모 지진 탓에 사람과 가축이 압사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은 1978년 충북 속리산과 2004년 경북 울진 앞바다에 발생한 진도 5.2 규모짜리였다.
 또 1978년 충남 홍성과 2003년 인천 백령도 앞바다에서도 규모 5.0짜리 지진이 났다. 특히 홍성 지진 당시 2명이 다치고 건물 118동이 파손됐으며 건물 1000여개에 균열이 생겼다.  특히 최근 한반도 주변 지진 발생 횟수가 증가 추세라는 것이 소방방재청의 설명이다.

# 유화공단·원전 최악 상황 올 수도

울산시와 산업안전관리공단, 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석유화학공업단지가 밀집된 울산의 경우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내진설계 강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60년대에 조성된 일부 노후 시설물이 붕괴되면서 연쇄 폭발을 일으키는 등 심각한 위험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시 관계자는 "1988년 이후 내진설계 강제 규정이 적용됐지만 그 이전에 조성된 석유화학공단의 경우 강진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진이 발생할 경우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심각한 위기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석유화학공단 입주 기업들에 대한 지진 대비책이 현재 일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울산시와 소방방재청,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련 행정당국은 각각의 기업이 지진에 대해 어떠한 대비책을 구비하고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강진 발생시 일어날 수 있는 피해규모에 대한 시뮬레이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진에 대한 대비책으로는 시 차원에서 '위기상황 대응 메뉴얼'을 각 구·군에서 '현장조치 메뉴얼'을 구축한 것이 사실상 전부"라며 "강진 발생은 예방할 수도, 발생 시점을 예상할 수도 없어 현재로서는 건축법을 강화하는 대책 뿐"이라고 말했다.

 또 울산과 인접한 고리원전의 경우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가 이뤄져 그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경우 대처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울주군 서생면에 신설중인 신고리원전 3·4호기도 규모 7.0, 중력가속도(지진으로 실제 건물이 받는 힘)  0.3g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이번 일본 강진과 비슷한 8~9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위험해질 수 있다.
 실제 내진설계가 잘 돼 있는 일본도 그 규모를 뛰어넘는 강진에는 문제가 발생했고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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