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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울산 북구 어울림보호작업시설 소속 지적장애인 18명이 지리산 등반을 성공한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류민기기자 fbalsrldi@

장애인의 날인 4월20일이 포함된 이번 주는 장애인 주간이다. 장애인 주간에 맞춰 4년째 지역 향토기업이 장애인들의 새로운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행사를 가졌다. 경동도시가스의 장애인과 함께하는 체험행사다. 올해는 지적장애인 18명이 지리산 등반에 도전했다. 그 생생한 도전의 현장에 본지 류민기 기자가 동행, 그들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기록했다.

 

 

   
 

등줄기 사이로 땀방울이 흐르고 있음을 느낀 건 산을 오른 지 2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날씨는 괜찮다. 등산하기 좋은 날씨다. 햇살은 날씨가 추울 것이란 우리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눈부시게 내리쬐고 있다.
 어울림보호작업시설 장애인 18명의 친구들이 함께한 꽤나 화려한 외출이다. 2박 3일간의 일정 중 단연코 눈에 띄는 것은 둘째 날의 '지리산 등반'이다.

 "올라오면서 조금 힘들었지만 쉬니까 좀 낫네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노고단까지 올라갈 거예요. 그래야 남자죠"
 이강용(30)씨의 말에 나머지 친구들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오르는데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들까.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모두들 정상까지 오르겠다고 연신 "파이팅"을 외친다.

 

 

#경동도시가스 4년째 행사 지원

2008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4회째다. 경동도시가스가 북구 어울림보호작업시설에서 일하는 성인 지적장애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화려한 외출 말이다. 한라산, 제주 올레길, 울릉도 및 독도 그리고 올해 지리산. 그러고 보니 친구들이 전국의 가볼만한 곳은 다 가봤다.

#쉽지않은 외출에 등산까지

몇몇 자동차 부품을 반복해서 만드는,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고 함께 일하는 식구들이랑 집 밖 저 멀리 나온 것도 좋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쉽지만은 않은 외출이다.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금 계속"
 완장을 찬 이기봉(22)씨가 앞서가는 친구들을 향해 외친다. 산을 오른 후부터 계속해서 뒤쳐졌던 터다. 그래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어울림보호작업시설 친구들을 후원하는 경동도시가스 구병근 과장이 자신의 가방을 얼마간 들어주고, 사회복지사들은 옆에서 힘을 북돋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가는 친구들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앞으로 오라고 한다. 기봉씨는 천천히, 그러나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4km는 넘게 산을 오른 거 같다. 산 밑을 내려다보니 아득하다.
 강용씨는 "지금쯤이면 힘들 법도 한데…. 알고 지내는 선생님에게 지금 산을 오르고 있는 중이라며 문자메시지를 보내니 '파이팅'이라고 답장을 해주셨어요. 끝까지 올라가서 선생님에게 다 올라왔다는 메시지를 보낼 거예요. 친구들이랑 사진도 찍어서 보낼 거구요. 예쁘신 선생님과의 약속을 꼭 지킬 거예요"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초콜릿도 먹고, 물도 마시고, 자주 쉬면서 올라가지만 힘이 드는지 최준영(32)씨가 땀을 훔치며 숨찬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기봉씨의 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한다. 최씨는 앉아서 쉰지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은데 또다시 멈춰 섰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지 물었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중간에서 멈춰버리면 부끄러운 사람이 될 거 같습니다.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계속 올라갈 거예요"
 기봉씨도 마찬가지다. 노고단대피소까지 얼마 안 남아서인지, 그게 아니면 힘을 내려고 해서인지 김중한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같이 주거니 받거니 '마지막 승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비로소 나 웃는 그날까지 포기는 안 해 내겐 꿈이 있잖아"

#할수 있다는 자신감 생겨

대피소에서 먹은 밥 덕택에 노고단 정상까지 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제 노고단 정상이다. 산들이 마치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자연이 그린 그림 같다.
 그러고 보니 강용씨는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켰다.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켜서 기분이 좋아요. 산에 오르기 전 나 자신과 했던 약속도 지켜서 좋고요. 힘들어도 해내니까 나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자동차 부품 접하게 되면 처음에는 만들기가 힘들겠지만 그래도 도전할 힘이 생깁니다" 강용씨는 자신감도 생겼다.
 
   "제가 여자한테 좋아한다는 표현을 잘 못하는데 이제는 해보도록 노력할 거예요.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정상까지 올라와서 기분이 좋다며 기봉씨는 사진을 찍고 있다. 준영씨도 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웃음꽃이 피었다. 류민기기자 fbalsrl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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