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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존귀함도 알아야
습관적인 집착 떨쳐내고
삶의 가치 다시 점검 할 때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을 보내고 나니 다시 온 세상은 꽃물결로 출렁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는 이 좋은 달 4월 초여드레! 세간의 생사를 넘어선 대비(大悲)의 성인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수백 겁을 지나 얻은 불생불멸의 열반언덕을 등지고, 고해(苦海)의 뜨거운 불꽃 속인 우리들 곁으로 오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나시어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사자후를 외치셨습니다. 이는 누구나 자신의 존귀함을 깨우쳐야 하며,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나의 존재가 소중한 만큼 다른 이들도 존귀함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부처님의 탄생의 가르침을 되새겨 삶의 주인으로서의 당당함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원력을 수희찬탄하며, 자비행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를 너무나 필요로 합니다. 우리에겐 아직 막혀있는 사이와 비어있는 공간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세상이 소통하지 못하고 분열하고 갈등하는 어리석음이 너무나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만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고집이 우리 사회를 살기 협소한 곳으로, 그래서 답답한 곳으로 여기게 합니다.
 이제 우리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천오백 년 전 오셨지만 오늘 다시 우리들에게로 모셔야 하기에 온 마음을 다해 부처님 오시는 길을 닦습니다. 연등으로 불을 밝히고 나눔으로 잔치를 열고 기쁨으로 장식을 하고 부처님 오시기를 바랍니다.
 이미 온누리에 충만해 계신 부처님을 오늘 다시 모셔야함은 우리가 아직 부처님을 우리의 가슴으로, 우리의 삶으로 모시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저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우리의 세상에 항상 계심을 자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세상에 부처님의 자비가 지혜가 넘쳐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세상 이치를 인연연기라 하셨습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멸하므로 이것이 멸한다."
 이 세상 모든 존재하는 것은 빠짐없이 인과 연으로 이어져 서로에게 영향이 되고 관계 지어져 있다고 했습니다. 연기의 가르침을 통해 세상 모든 것은 스스로에게나 서로에게 소중한 것이며, 모든 존재를 소중히 여길 때 우리의 삶은 지혜의 삶으로, 행복의 삶으로 바뀌어져 간다고 하십니다.

 안타깝게도 세상 모든 것은 연기의 이치대로 흘러가고 순응하는데 우리만 그 사실을 잊고 삽니다. 생각으로는 고개를 끄덕여 이해하면서도 내 삶에는 그 가르침을 제쳐두고 자기에 대한 집착만 키워갑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이 고통의 원인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길들여진 습관을 이겨내지 못하고 중독된 삶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습관적인 집착에 중독되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집착의 끈을 더 움켜잡습니다. 부처님께로 돌아와 부처님께 방법을 물어야 합니다. 세상의 부귀 권세까지도 내려놓고 텅 빈 소유로 온전한 행복을 증명하셨던 부처님의 방법으로 우리 삶의 가치를 다시 점검해 볼 때입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우리 각자의 도량인 자신의 삶을 먼저 정화하고 장엄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 모든 것을 깨우며 살려내는 봄기운으로 내 안의 어두운 공간을 밝혀내고 우리 안에 길들여진 불편한 관계를 툭툭 털어내어 맑히는 공부를 시작해 보십시오.
 우리 각자가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만 보태면 우리들은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아름답게 치장하고 그 행복을 누리는 것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즐겨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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