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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항은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메카인 울산지역에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계획을 갖고 있고, 울산신항 남항지구 9개 선석 중 3개 선석이 문을 열어 울산항만 규모가 커지는 등 성장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러시아의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사가 울산항의 오일허브사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의 이러한 관심은 울산항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방안에 '러시아'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추가했다. '러시아'라는 키워드는 울산항의 재도약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석유 소비 동북아 이동
최근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석유 소비의 중심이 동북아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 3대 오일허브 외에 동북아 지역 오일허브 구축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일허브는 저장탱크를 이용해 혼합·제조·정제 등의 부가가치 활동을 거쳐 석유를 중개 및 거래하는 석유물류의 중심 거점을 말한다. 동북아지역의 석유 소비량은 세계소비량의 19%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의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대상지인 울산이 동북아를 아우르는 석유물류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2020년까지 1조 6,000여억원을 들여 울산신항 남항과 북항 일원 89만 9,000m²에 2,840만 배럴 규모의 원유·석유제품 저장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생산 유발효과만 울산 2조 5,000여억원, 전국적으론 4조 4,000여억원에 달한다. 이 사업을 통해 전국 2만 2,0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기며 부가적인 항만산업과 금융·서비스업도 발전한다. 사업은 모두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1단계 북항지역 사업은 2013년부터 매립 및 저장시설 건립에 들어가 2015년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오일허브 사업이 성공하면 원유를 단순히 수입, 정제해 팔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석유물류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오일허브는 단순히 항만·탱크시설이 들어서있다고 해서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석유물류의 확보가 중요하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은 싱가포르와의 경쟁적 관계는 설정돼 있지만 석유물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돼 있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에 활로를 가져다줄 기회가 다가왔다. 최근 울산항만공사 박중식 감사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원유수출 컨퍼런스에 참가해 코트라의 협조를 얻어 러시아 로즈네프트사 임원과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지역사업을 논의, 로즈네프트사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당장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두바이유보다 물류비 절감 효과

   러시아의 ESPO유 수송을 위한 송유관 공사 현장.
러시아 연방정부는 동시베리아·극동지역 석유·가스 자원개발을 국가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인식하고 지역개발계획에 연계한 장·단기 자원개발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에 전체 석유수출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대한 수출비중을 현재 3%에서 30% 수준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러시아는 원유 매장량 기준으로 전세계 원유의 5.7%에 해당하는 약 600억 배럴로 세계 7위이며, 생산량 기준으로는 하루 약 80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와 1,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또 러시아는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27%인 48조㎥가 있고, 연간 5,900억㎥ 규모의 생산을 하고 있어 천연가스의 매장량, 생산량 모두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에스포(ESPO·동시베리아-태평양)유가 등장하면서 동북아 석유시장을 겨냥한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들간의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에스포유는 두바이유 수입보다 수송기간이 짧고 수송비가 적게 드는 등 지리적 이점과 품질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09년 말 이르쿠츠크 타이세트에서 연해주 코즈미노를 잇는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을 개통, 하루 3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2014년까지 원유수출량을 하루 100만 배럴까지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사할린에서 생산되는 원유까지 합하면 하루 140만~150만 배럴까지 수출이 가능해진다. 동시베리아 송유관을 통해 공급될 물량은 동북아 3개국 전체 수입수요의 약 10~15%를 조달할 수 있는 물량이어서 동북아 원유 수급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연간 300만톤의 안정적인 원유공급선이 확보될 수 있게 된다.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을 통해 공급될 원유물량에 기초해 동북아지역 내에 새로운 석유시장이 형성된다면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 모든 국가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울산, 원유처리 시설 등 인프라 풍부
동북아지역에서 석유시장 개설 필요성과 그 가능성은 다양하게 논의되어 왔으나 아직까지 아시아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싱가포르 석유제품 현물시장만 있을 뿐 동북아지역을 대표할만한 국제적인 석유시장은 형성돼 있지 못하다. 러시아산 원유가 동북아시장과 유럽시장에 공급되면 중동원유의 아시아 프리미엄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은 SK에너지, 에쓰오일 등 단일지역에 정유공장이 집중돼 있어 러시아가 생산하는 원유처리가 가능하며, 배후에 대규모 소비국가가 포진해 있고, 물류 및 통신 인프라 기반이 공고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원유의 가공, 처리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관심이 있는 러시아가 울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지역 사업에 러시아가 더해진다면 세계 석유시장에서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와 경쟁할 수 있는 동북아 지표 원유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 스코보로디노에서 코즈미노까지 원유선적 터미널 2단계 사업이 2015년 완공 예정이어서 투자유치가 추진되면 같은 해 완료 예정인 울산 1단계 북항지역 사업과 맞물려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울산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민자유치 정책 단일화와 러시아의 투자 의지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울산신문자료사진

#전문인력 확보 등 마스터플랜 준비
울산항만공사 박중식 감사는 "로즈네프트사가 고유가 혜택으로 자금사정이 양호해 해외투자에도 적극적인 만큼 러시아를 투자의 파트너는 물론, 오일허브의 성공적 운영요소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며 "현 동북아 오일허브 기본계획은 국가 재정투입을 전제로 마련한 로드맵으로, 정부의 투자원칙 단일화가 필요하다. 민간투자 방식이라면 투자회사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오일허브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지역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러시아'가 중요한 키워드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울산이 동북아 석유시장의 중심지로서 위상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국제석유시장이 갖춰야 할 제반 시장조건을 체계적으로 확충함과 동시에 러시아와의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보람기자 usy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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