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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62년 울산 첫 수출액 26억 달러에서 올해 1000억 달러 달성이란 '기적'에 이어 울산 산업계가 또 한번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울산공업지구 50주년을 맞는 지역 산업계 화두는 '미래 경쟁력'이다. 울산의 주력산업의 책임자들은 입만 열면 '차세대 먹거리'를 되뇌인다. 미래 사업에 투자는 성장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울산 지역 산업단지 내 기업들은 지금도 저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끊임없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미래 대비를 소홀히 한다면 울산으로서도,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과거의 영광이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울산공업지구 지정 50주년을 맞는 이즈음, 과거의 영광은 뒤로한 채 다시 한번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발끈을 고쳐 매야 할 때다.

非조선 사업 다각화로 불황에도 사상최대 실적
그린에너지·산업용 로봇 등 미래산업 중점육성


#세계 1류 조선산업의 진화

울산은 물론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은 불황을 모르는 기업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도 가뿐히 넘겼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2010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 4000억원, 3조 7000억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부에선 세계 1위 조선사로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과연 그럴까. 매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전체 매출액 중 조선분야의 매출액은 7조849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4조5560억원은 비조선분야에서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와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해외 영농 사업 등을 미래성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덕분이다.
 그 가운데 현대중공업 해양부문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부문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여준 기술력 때문이다. 현재 부유식설비를 육상에서 건조할 수 있는 기술과 시설을 갖춘 곳은 현대중공업밖에 없다. 소위 육상건조공법. 보통 선박이나 선박과 비슷한 부유식설비는 선박을 만들기 위한 시설인 도크 위에서 건조된다. 그러나 도크는 꽉 찼는데 일감은 밀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작정 도크가 비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 육상건조공법 기술개발이 시작됐다. 그 결과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덕분에 해양플랜트 부문의 선두업체로서 현대중공업도 올해 상반기 상당한 수주고를 기록하고 있다. 올 1/4분기 해양플랜트 수주현황은 현대중공업 54억 달러, 삼성중공업 26억 달러, 대우조선해양 16억 달러로 총 96억 달러이며 해양플랜트 수주비중은 현대 80%, 삼성 76%, 대우 45%로 평균 67%로 나타났다.
 풍력발전의 선두주자는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일찌감치 차세대 먹을거리로 풍력발전에 주목했다. 이는 풍력발전의 핵심장치인 블레이드(발전기 날개)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가 프로펠러를 움직여 배가 나아가게 하는 원리와 기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타워를 세워 블레이드를 설치하는 작업 또한 대형 구조물을 조립하는 조선업과 유사하다.

 현대중공업은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 확대를 위해 그린에너지사업본부를 신설해 전담하기로 했다. 이는 향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그린에너지 시장에 전략적으로 대비하고, 관련 사업을 더욱 전문적으로 수행할 필요성에서 비롯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세대 에너지 사업은 조선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고 미래성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기술수준이 육상에서 뿐만 아니라 해상에서까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면 선박의 운행에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조선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변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산업 진출에서도 현대중공업은 국내 1위다.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1만번째 산업용로봇을 출하하는 실적을 일궈냈다.
 현대중공업의 국내 산업용로봇 시장 점유율은 43%에 달한다. 대부분이 자동차 관련 산업용로봇. 현대·기아차 생산라인 자동화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현대중공업 산업용로봇 기술의 발전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다.

 정부는 2013년까지 세계시장점유율 15%, 총생산 30조원대로 키워 세계 3대 지능형로봇 생산 국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0년 국내 지능형로봇의 총 생산 규모가 100조원에 달해 자동차 산업 생산 규모를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현대중공업 산업용로봇 부문이 지니게 될 파워를 새삼 짐작해볼 수 있다.

단순 장치산업에서 고부가 소재산업으로 변모
로드맵 바탕 자원개발·신재생에너지사업 주력

#첨단산업 기로에 서 있는 정유,석유화학

석유화학 단지는 더이상 석유화학 단지가 아니다. 정유업계는 고도화에 이어 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로 사업다각화로 현재 첨단산업으로 올라서는 기로에 서 있다. 과거 대규모 장치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소재산업으로, 밀어내기식 수출산업에서 기술로 무장한 지식기업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수립된 '울산 석유화학산업 발전로드맵'이 울산 석유화학산업의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내도록 할 전망이다.

 SK케미칼, SK종합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효성 등 업체들이 최근 신재생에너지와 신소재개발 등 사업의 다각화에 속도를 붙이면서 석유화학단지를 넘어서고 있다.
 SK케미칼은 태양전지와 반도체의 핵심 재료인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고, SKC는 태양전지용 필름소재 사업에 이미 진출했다.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효성은 지난해 울산에 연간 생산능력 1,000t 규모의 아라미드(para-aramid) 공장을 완공했다. 아라미드는 고성능 타이어·호스·벨트·광케이블 보강재 및 방탄복·방탄헬멧·브레이크 마찰재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소재다. 풍력발전의 선도업체인 효성은 또 올초 태양전지 셀·모듈을 개발, 울산공장에서 시험생산에 들어가면서 종합 신재생에너지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은 '석유'를 떼고 사명을 한화케미칼로 변경했다. 회사명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주력사업이 '탈(脫) 유화' 화하는 추세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한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태양전지 사업, 2차전지 재료(양극재), 탄소나노튜브, 바이오의약품 등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재생에너지와 그린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와 관련 울산시가 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수행한 '석유화학발전로드맵'(RUPI)은 석유화학업계의 미래를 담보하는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울산 산업단지내 기업간 담장을 허물어 단지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는 통합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울산석화단지, 여천단지, 용연.용잠단지, 온산단지 등 4개 단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파이프랙 구축사업(52km)이 추진된다. 또 단지 내 입주기업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에너지 D/B를 구축하고, 실시간 연계를 통해 단지/산업 전체의 에너지 최적 활용과 생산효율 제고를 모색할 계획이다.
 지역 산단 내 정유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 지고 있다. 더 이상 석유제품 사업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 내 정유사들은 휘발유, 등·경유 등 석유제품사업보다는 BTX 등 화학산업과 함께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서며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S-OIL이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산 160만t의 파라자일렌(PX) 공장을 올해 조성한 것도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SJ이노베이션은 무엇보다 자원개발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집중하고 있다. 브라질, 베트남, 페루 등 16개국 34개 광구에서 석유를 이미 개발했거나 탐사를 진행하는 등 자원개발에 대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등 세계 각국 환경규제 강화 맞물려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그린카 연구개발에 박차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울산이 주도

산업 규모나 고용면에서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지역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현대차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산업은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석유자원 고갈에 따른 대체에너지 개발의 필요성, 지구온난화 그리고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자 자동차업계는 친환경 '그린카' 개발에 눈을 돌렸다. 이제 환경문제를 성장의 제약조건이 아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한 것이다. 세계 메이저 자동차회사들은 저탄소 사회 구현이란 국가 정책과제에 발맞춰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울산에 최대 사업장을 둔 현대자동차도 이런 변화의 추세에 맞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기아차는 미래형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연료전지차 분야의 연구개발(R·D)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세 분야에 모두 투자하는 자동차회사는 세계적으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카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카를 공개하며 그린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3년 7개월 동안 2508억 원을 투입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LPi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2010년은 중형급 하이브리드카로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을 공개하면서 친환경차 양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울산의 미래 성장 동력 가운데에서도 핵심 산업이다. 그래서 현대차가 지난해 9월 선보인 양산형 전기자동차 '블루온'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대차는 약 1년이라는 짧은 연구기간에도 불구하고 최고 사양의 전기차를 개발해냈으므로 전기차 상용화의 시점이 예상보다 한층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울산 지역 내 부품업체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통한 생생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협력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제1과제로 인식하고 다방면에서의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블루온' 역시 개발 과정에서 현대·기아차와 관련 중소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완성한 결과물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상용화가 앞당겨질수록 지역 경쟁력 또한 높아지는 만큼, 공업지구 50년 이후 50년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B리모티브·삼성SDI 2차전지 공장 잇따라 유치
클러스터 조성 등 중점육성 글로벌 거점 도약 기대


#울산시 제4의 주력산업 본격 추진

울산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지산업'과 '원전산업'이 최근 급부상했다.
 특히 전지산업은 울산의 자동차 산업을 바탕으로 차세대 자동차 전지산업의 메카로 지자체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는 지역의 신성장동력이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대를 연 SB리모티브가 본격 가동되고, 삼성SDI의 IT용 소형 2차전지 공장을 유치함에 따라 전지산업의 글로벌 거점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에 이어 전지산업을 울산의 제4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덕분에 기업체의 2차전지ㆍ태양전지 생산과 대학ㆍ연구기관이 이끄는 연구개발 클러스트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
 삼성SDI와 독일 보쉬는 2013년까지 SB리모티브 울산공장에 5억달러를 투자해 2015년까지 연간 18만대분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서 생산된 2차전지는 독일 BMW에 공급된다.
 삼성SDI 울산사업장은 브라운관 생산공장 이미지를 탈피해 올해 상반기부터 휴대폰과 노트북PC 등에 사용되는 IT용 리튬이온 소형 2차전지 셀을 생산한다. 앞으로는 대용량 전력저장용 리튬이온 2차전지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덕분에 2차전지의 4대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소재산업에 대한 울산 지역 기업들의 진출 및 시설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 2차전지 업계가 세계 선두권으로 급부상하면서 후방 산업군인 소재산업 기업들이 신규 설비 구축 및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정밀화학과 한화케미칼이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전해액을 만드는데 필요한 전해질 'LiPF6'를 국내 유일하게 제조하고 있는 후성은 올해 울산 공장에 454억원을 투자, 제조 능력을 두 배로 키우고 있다. 코스모화학도 울산에서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차 전지에 대한 2차 전지의 소재, 원천기술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며 그 차이가 분명하다"면서도 "최근 지역 내 석화업계를 중심으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2차 전지의 4대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음극,전해질,분리막 등 소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현재 지역 소재 기업들의 전지사업 투자액만 3조167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협력업체 150개사를 포함한 고용인원은 1만869명, 2020년에는 20조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2연구원 설립·일체형 원자로 실증사업 유치 등
울산시 '원전 마스터플랜' 경제효과 17조원 육박


#일본 대지진 사태 우려속 R&D 기반구축 시급

원전 사업도 울산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일본 대지진 사태로 원전산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울산의 탄탄한 원전산업 기반과 역량이 미래 먹거리라는데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울산시는 이 같은 기반을 바탕으로 원전산업을 도약시키기 위해 지난해 말 제2 원자력연구원 설립과 중소형 규모 일체형 원자로(SMART) 실증사업 유치 등 '원전산업 육성발전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생산 유발 11조6937억원, 부가가치 유발 5조865억원으로 예상된다.

 물론 앞으로 울산이 원전산업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원전관련 기술력 확보를 위한 R&D 기반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울산시는 "일본 원전 폭발이후 다소 조심스럽지만, 전세계적으로 원전의 효용성은 널리 인식되고 있고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중장기적으로 원자력기술 개발 노력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화에 적극 나서야 수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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