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과 울주군은 전통적으로 씨름과 소싸움의 고장이었다. 특히 봉계와 언양 일대에서 사육되는 싸움소는 힘이 좋기로 전국적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울산의 소싸움은 안타깝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어져, 가장 토속적이며 한국적인 우리의 전통 민속 문화인 소싸움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울산의 '소싸움'이 부활한다. 시작은 지난 2006년 언양과 봉계가 전국 유일의 먹거리 특구인 한우불고기특구로 지정되면서 울주군이 특구활성화 방안으로 소싸움대회 유치를 검토하면서부터다. 수 년간의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쳐 드디어 오는 9월 17일, 18일 이틀동안 울주문화원 주최로 울산 소싸움 대회가 봉계 특설경기장에서 개최된다. 울주문화원은 올해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점차 규모를 확대시켜 진주와 청도 등 기존 소싸움대회보다 더욱 내실있는 전국 최고의 대회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여기에는 본보도 동참한다. 울산 소싸움 대회 유치의 성공 가능성과 향후 발전 방안을 짚어본다.

#국내 10여곳 해마다 개최

소싸움은 농경사회에서 목동들이 심심풀이로 내기를 걸고 소끼리 싸움을 시킨 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후 소싸움은 마을이나 씨족 단위로 확산되어 서로의 세력을 과시하는 행사로 발전했다.
 전통적으로 소싸움으로 유명한 고장은 경북 청도와 경남 진주, 창원, 밀양, 의령, 전북 정읍 등 영·호남 일대 농경문화가 지배했던 곳들이다. 울산과 울주도 전통적으로 크고작은 소싸움이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소싸움은 일제 시대 때 우리 민족의 협동단합을 제압하기 위해 강제로 폐지되었다가 광복 후에야 부활했다. 그 명맥을 조심스레 이어오던 소싸움은 1990년 영남 소싸움대회가 청도에서 열린 이후 국내 10여곳의 고장에서 해마다 개최되고 있다.

▲ 봉계 황우쌀 황금들녁.
#울주, 소싸움 최적의 조건

뒤늦게 소싸움의 불을 지핀 울산 울주군은 소싸움대회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언양과 봉계에서 불고기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불고기축제에는 소싸움대회 만큼 맞춤형 축제도 없다. 불고기축제에서 소비된 소가 100두를 넘는데, 소싸움대회가 곁들여지면 2~3배까지 더 소비시킬 수 있다는 것이 대회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 축산농가들의 지적이다.

 또 울주를 홍보하는데 소싸움대회 이상으로 효과적인 이벤트는 없다. 축산농가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엄청난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오는 9월 열릴 울산소싸움대회는 불고기특구 활성화에도 큰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는 전국에서 싸움소 40두가 모여 1박2일 동안 시범경기 형태로 치러지며, 내년부터는 최소 200두 이상의 소들이 참여하는 상설경기로 승격시킬 계획이다.
 
#천문학적 경제적 파급효과 기대

경북 청도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의 이목까지 끌게 된 것은 바로 매년 봄마다 열리는 '소싸움 축제' 덕분이다.
 청도 소싸움축제에는 외국인 2만명을 비롯 연인원 30만명이 몰려든다. 청도 인구의 3배가 넘는 관광객이 소싸움 하나를 보기 위해 청도로 몰려간다. 경기장 입장 수입금 3억원을 포함해 총 120억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올렸던 것으로 나와 있다. 청도라는 지역브랜드를 홍보한 효과까지 감안하면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다.

 소싸움대회 하나로 일약 전국적인 스타로 떠오른 경북 청도군 이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 바로 울산 울주군이다. 청도군은 외지인들의 접근성에 있어 울주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울주군에서 소싸움대회가 자리를 잡게 되면 연간 200~3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 축산농가 기반조성 기대

▲ 봉계 한우 불고기.
 울주가 자랑하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먹거리축제에 소싸움대회까지 성공리에 치러지면 그야말로 축제의 3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진다고 할 수 있다.

 울산지역 축산농가 기반 조성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소싸움은 고급육 생산기반을 구축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 기업체와 축산농가가 협약을 맺어 '1기업체 1소 갖기'운동 등을 대대적으로 추진, 지역 축산농가를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된다.
 울주군 관계자는 "현재 울산지역 싸움소는 2~3두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싸움대회가 성공적으로 이어진다면 지역 축산농가의 기반 조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국 내로라하는 싸움소 40마리 출전

소싸움대회가 시작되면, 울주군은 뙤약볕 쏟아지는 계절보다 더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다. 1톤에 육박하는 황소들이 힘을 겨룰 때마다 쇠뿔 부딪히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려오면 소싸움장은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뒤바뀌기 때문이다.
 소싸움에서 소들은 그냥 뿔을 맞대고 단순히 힘자랑만 하는 것 같지만, 밀치기·머리치기·들치기·뿔걸이·옆치기 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한다. 또 소에게도 특기가 있어 싸움에서 오래 견디는 소를 '견디기 소', 뿔로 잘 찌르면 '찌르기 소' 덮치기를 잘 하면 '덮치기 소'라 한다.

 한 경기를 끝내는 데는 약한 쪽이 싸움을 포기하고 달아날 때까지 보통 10~20분쯤 걸리지만, 짧으면 단 몇 초만에 결판나는 수도 있고, 길게는 3시간 이상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싸움소는 보통 송아지 때부터 특별하게 훈련시킨다. 송아지가 자라 싸움소가 되려면 두 살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고 체급인 갑종 경기에 참가할 때까지 보통 5년간 싸움소로 출전해 경험을 쌓는다.

 변양섭 울주문화원장은 "올해 소싸움대회는 시범경기 형태로 진행되지만 전국에서 내놓라는 싸움소 40마리가 출전하기로 해 한층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질 것"이라며 "구제역과 한우값 폭락 등으로 침체된 언양과 봉계지역 한우식당과 축산농가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hani@ulsanpress.net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