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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다카마쓰 쇼는 어느 날 아침 엄마와 싸우고 학교에 간다. 그런데 거대한 굉음과 함께 학교 건물이 통째로 사라져버린다. 건물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만 남기고 완전히 사라진 학교. 사람들은 가스폭발 등을 의심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흔적도 없다. 학교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거대한 힘에 의해 가루도 안남기고 폭파된 것인가?


 겨우 지각을 면한 다카마쓰 쇼. 운동장에서 하는 조례에 참석하고 교실로 돌아간다. 엄마와 싸워 아침밥을 먹지 못한 쇼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아이들은 크게 웃는다. 그 순간 쇼는 교실이 흔들리는 걸 느낀다. 세워 놓은 분필이 흔들리다 넘어지고 엄청난 굉음이 교실을 흔든다. 선생님의 지시로 아이들은 책상 밑으로 들어가고 다시 세상이 잠잠해진다. 다시 수업을 시작하는데 운동장에서 다른 선생님이 쓰러진다. 선생님들이 모두 교문으로 몰려가는데 교문 바깥은 황폐한 사막이 펼쳐져 있다. 학교 바깥이 모두 사라져버린 이 난데없는 상황에 학교에 남은 아이들은 공포에 빠진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교문으로 달려간다. 바깥으로 나가겠다는 아이들을 교사들이 어르고 달래 교실로 들어간다.


 최근 출간된 우메다 가즈오의 일본 재난 만화 <표류교실>(전 3권)얘기다. 일본에서 1972년에서 1974년까지 '주간 소년선데이'에 연재된 것을 모은 것으로 일본 재난, 공포만화의 고전이다.


 한국 만화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일본 만화에서 가장 발달한 장르가 '재난 만화'다. 늘 지진의 공포와 함께 살고, 원폭 경험 탓에 종말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 일본에선 지구와 인류의 멸망과 종말에 대한 만화가 유독 발달했다.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거대한 '재난'과 그로 인한 '공포'가 중심 소재가 되어 인간의 숨은 본성을 다루는 것이 이런 만화의 매력이다.


 1970년대 초반 발표돼 수많은 후배 만화가에게 영향을 끼친 이 만화가 40년 세월을 뛰어넘어 한국에서 나오게 됐다. 본래 11권짜리를 3권으로 묶어 만화책으로는 이례적으로 각 권 700쪽이 넘는 두께지만, 단숨에 독자를 빨아들인다. 매번 예상과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이어져 단숨에 읽힌다. 읽다 보면 40년 전 만화라는 사실은 절로 잊어버리게 된다.


 <표류교실>은 제목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지면서 인류 멸망 이후의 미래로 날아간 한 초등학교 이야기다. 코흘리개 1학년부터 제법 반항적인 6학년까지 초등학생과 교사들은 허허벌판에 고립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학교 구성원들은 숨겨져 있던 광기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6학년 주인공이 악마처럼 변해가는 주변 사람들과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며 살아남기 위해 모험을 펼쳐나가는 이야기가 대하드라마처럼 이어진다.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 과학은 인간에게 진정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지, 인류에게 희망은 있는지 묵직한 주제들에 대해 처절하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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