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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복산은 영남알프스 아홉개의 산봉우리 중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는 독립 봉(峯)이다. 낙동정맥이 서서히 남하하면서 고헌산에서 외항재를 지나 신원봉(895m)에서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그 중 하나는 운문령을 지나 귀바위, 쌀바위, 가지산으로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문복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이 능선은 영남알프스 변방에 자리하고 있어 잘 알려지지 않은 막내 격인 산이다. 문복산은 옛날 문복이라는 노인이 이 산에 들어와 평생도를 닦고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또한 삼계리 계곡과 수리덤 계곡은 뛰어난 비경을 자랑하고 있으며, 가슬갑사 유적지, 드림바위, 대부산(조래봉)과도 인접해 있다.


▲ 가슬갑사를 지나 40여분 정도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는 문복산 너럭바위 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대에 서면 가지산, 멀리는 육화산까지도 발아래 펼쳐진다.



언양에서 운문재(령)를 넘어 청도 운문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삼계리 마을이 나온다. 삼계리는 3곳(개살피, 생금비리, 배넘이)의 물이 합수되는 곳이다. 마을 왼쪽엔 물레방아가든과 천문사(卍)를 알리는 큰 돌 표지판이 보인다. 삼계리는 세속오계 발상지를 알리는 유적지도 있다. 이곳을 이번 산행의 출발점으로 해 소개한다.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제법 세 찬 물소리가 들린다. 개살피계곡은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하고 아름답다. 특히 맑은 물은 푸른 소를 만들며 흐르고, 겨울철에도 청류가 흘러 곳곳이 얼어붙은 개살피계곡은 마음의 묵은 때까지도 씻어낼 만큼 깨끗하다. 이처럼 삼계리 마을은 물의 천지라 할 정도로 그 경관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가을철에는 마을 전체가 온통 단풍색깔로 덮힌다. 뿐만 아니라 마을 뒤편 개살피계곡 역시 오색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그 길이도 4㎞에 이른다. 계곡 옆 등산로를 따라 2㎞정도 오르다 보면 길 왼쪽에는 얼마 전까지 가슬갑사지라고 추정했던 절터 흔적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계곡을 개살피계곡이라고 부른다. 개살피란 말은 가슬갑사 옆의 계곡이라는 경상도의 방언에서 유래된 듯하다. 계곡을 따라 가슬갑사 추정지를 지나면 계곡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좌측으로 오르면 옛날 화랑들이 무술을 연마했다는 문복산록을 만나게 되고, 우측계곡으로 오르면 문복산을 오르는 등로이다.
 

영남알프스 최북단 자리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
등산로 따라 이어진 계곡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 자랑
높이130m 거대한 드린바위 암벽등반 동호인에 각광
정상 올라서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5㎞능선 탄복


▲ 가슬갑사 유적지.
# 가슬갑사와 세속오계
가슬갑사는 600년(신라 진평왕 22년) 원광법사가 창건한 절로 삼국사기에는 가실사(加悉寺)로 돼 있으며 가서사, 갑사 등으로 불리어졌다고 한다. 원광법사가 이 절에 머물고 있을 때 귀산과 추향이 찾아와서 일생의 계명을 삼을 교훈을 청했다. 세속오계는 원광법사가 신라의 현사 귀산과 추향에게 가슬갑사에서 내려주었는데 그 가슬갑사지가 삼계부락 일대인 것으로 근래 밝혀지고 있다.


 신원리 본 부락인 염창에서 삼계리 부락에 닿으면 옥류가 흘러내리는 좌측 계곡이 있다. 계속 이어지는 등로는 어느 길을 택해도 문복산 정상에 닿을 수 있다. 개살피계곡 우측 계곡 옆길을 따라 가보자.
 등로와 이어지는 계곡물은 맑다 못해 속살까지 흔히 드러나 보인다. 군데군데 소와 담이 한 곳에 어우러지고 아름다운 반석은 신라시대 화랑들이 이곳에 와서 심신을 단련하고, 무술을 연마하기에 적당한 장소로 보인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이어지는 등로는 오른쪽 개울을 건너기 전까지는 완만하다. 그러나

▲ 가슬갑사 옆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개살피계곡.
계곡을 건너면 길은 약간 가파른 비탈길로 이어진다. 비탈길을 따라 힘겹게 40여분 정도 오르면 경치 좋은 곳에 올라선다. 시야가 탁 트이는 문복산 너럭바위 전망대이다. 전망대에 서면 개살피계곡과 운문령에서 이어져오는 학산대산 능선이 손에 잡힐 듯 이어지고, 그 너머로 가지산, 운문산이 멀리는 육화산까지도 보인다. 여기서 문복산 정상까지는 10여 분 거리에 있다. 너럭바위 전망대를 뒤로 하고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은 운문령으로 이어지고, 왼쪽은 헬기장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등로이다. 문복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드린바위에 얽힌 이야기일 것이다.


 문복산 정상에서 동·북 방향(500m)으로 내려다보면 거대한 바위군을 볼 수 있는데 바위 이름이 드린바위이다. 드린바위는 높이가 130m, 폭이 약 100m에 이른다. 멀리서 바라보면 높은 바위가 위에서 아래로 드리워져 있다 해 '드린바우'라 불리우고 있다. 또한 최근 암벽등반 동호인들에 의해 페이스, 크랙, 오버행 등 다양한 형태의 암벽등반이 이루어진다. 울산에서는 가장 큰 직벽과 오버행으로 이루어진 암벽등반 대상지라 할 수 있다. 드린바위는 남벽과 동벽으로 구분하며 남벽에는 산선배의 추억, 웅담길, 동벽에 보리고개, 으라차차, 하켄잔치 등 5개의 루트가 열려 있다.
 
# 높은 바위 겹겹이 드리워진 '드린바위'
드린바위는 드려지듯 험한 곳이므로 좀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는 석이버섯이 바위틈에 붙어 자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도 석이버섯을 따서 먹기도 했다. 그런데 이 드린바위에는 옛날에 지네와 거미들도 살고 있었다. 그 지네는 어찌나 큰 지, 거미 또한 서말지 소댕(솥뚜껑)만 했다고 한다.


 옛날 어떤 남정네가 석이(石耳)버섯이 몹시 먹고 싶었다. 그는 어느 날 드린바위에 길고 튼튼한 줄을 매어 바위의 아래쪽으로 내려가 석이를 찾아 따기 시작했다. 인적이 닿지 않는 곳이니 석이가 많아 버섯을 따는데만 정신이 팔려 바깥세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었다.

▲ 암벽등반 동호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높이 130m의 거대한 드린바위.
 드린바위 멀리 동·남쪽에는 고헌산이 그 위용을 자랑하듯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고헌산 우레들 부근에 살던 한 아낙이 석이버섯을 따는 남편에게 새참을 가져다 주기위해 흰죽을 쑤어 머리에 이고, 우레들을 지나가다가 맞은편 드린바위를 바라보았다. 이때 석이를 따고 있는 남편이 매달려 있는 줄을 지네가 물어뜯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오금이 저려오고 깜짝 놀란 아낙은 그만 다리를 헛디뎌 우레들에 흰죽을 쏟아버렸다. 아낙은 '여 보소! 여 보소!' 버섯 따는 남편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그는 버섯 따는 데만 전념하다 보니 고함소리가 들릴리가 만무했다. 다시 목이 터질 듯 큰 소리로 '여 보소! 여 보소! 거기 아무도 없소! 우리남편 좀 살려주소!'하며 손나팔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를 여러 번 되풀이하니 겨우 사내는 무슨 말이 들리는 듯 이곳을 바라보며 손으로 응대를 하는 것이었다.


 아낙은 손짓 발짓을 하며 지네가 줄을 끊는다! 지네가! 했다. 그제야 그는 말을 알아듣고 위를 쳐다보니 지네가 나와 줄을 물어뜯고 있지 않은가? 이때 어디선가 서말지 소댕(솥뚜껑)만한 거미가 나타나 지네를 물리치고, 거미줄로 줄을 이어 남편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 곳이다. 이후로 경주 산내사람들은 고헌산을 '고함산'이라 했다고 전한다. 지금도 날씨가 맑은 날 드림바위 위에서 고헌산을 바라보면 전설처럼 우레들 8부능선 쯤에는 그때의 전설을 뒷받침 하듯 아낙(부인)이 놀라 다리를 헛디뎌 넘어지면서 흰죽을 쏟은 밥알자국이 희미하게 보인다.
 
# 동서남북 탁트인 정상 풍광 또한 빼어나
정상에서의 조망 또한 뛰어난다. 동쪽으로는 경주 산내면의 대현 3리(중마을)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백운산과 고헌산이 손에 잡힐 듯 이어진다. 왼쪽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는 도수골 만댕, 옹강산과 대부산(조래봉)과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운문령, 가지산, 운문산, 억산이 서쪽으로는 삼계리 마을이 지척에 있다. 또한 운문댐이 만수가 되면 조망이 가능해 더욱 뛰어난 풍광을 볼 수도 있다. 문복산 정상에서 운문령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은 그 길이가 5㎞에 이르고, 표고차도 100m 정도로 산행하기가 좋다. 능선에 올라서면 2시간 거리로 주변 탁 트인 전망과 봄철 흰 철쭉 고목을 만날 수 있고, 관목의 터널 길을 즐길 수 있으며, 겨울철 설경의 부드러운 능선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 문복산 정상 표지석.
 이렇듯 울산에서 청도방면 운문령을 넘어 삼계리에 신라시대 화랑들이 심신을 연마하던 곳으로 여름철 계곡산행을 병행한 물길 산행을! 가을철엔 단풍산행을! 겨울철엔 1,000m 이상의 설경에서 능선을 따라 걸으며 산행의 즐거움을 키워 봄이 좋을 듯 싶다.
 하산은 여러 방면으로 길이 열려 있다. 원점 회귀나 운문령 방향을 주로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정상에는 운문령(5.1㎞), 삼계리(4㎞), 마당바위(1.1㎞), 대현3리 마을회관(3.5㎞)이라고 표기된 이정표가 서 있다. 가지고 온 차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어느 곳을 택해도 1시간 30분 이내면 마을까지 도착할 수 있다. 또한 하산 후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지산 온천에서 지친 피로를 풀며 간단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사시사철 등산객들의 발길이 끓어지지 않는 곳이다.

# 산행 코스
운문면 삼계리-개살피계곡-가슬갑사터-개살피계곡 갈림길(우골)-너럭바위-문복산(총 8.1㎞ 4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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