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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헌산 북쪽 기슭 중앙에 자리한 우레들.  큰 바위덩이가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인해 깨어져 산의 계곡을 덮고 그 밑으로 물이 흐르는 돌밭으로 학교 운동장만한 크기로 고헌산의 또다른 볼거리다.

고헌산은 낙동정맥이 남하하면서 북으로 소호령을 넘어 백운산으로부터 그 맥을 잊고, 서쪽은 운문령을 사이에 두고 가지산과 맞닿아 ㄱ자 모양으로 솟아 있는 산이다. 고헌산은 두루뭉술한 산세에 비해 골짜기가 많다. 대통골, 곰지골, 연구골, 홈도골, 도장골, 큰골 등 수많은 계곡이 있다. 고헌산은 높은 봉우리라는 뜻도 있으나 한 고을의 진산(鎭山)으로 받아들였던 것을 볼 때 단지 산의 높이만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고숭(高崇)의 의미가 담긴 높은 산봉우리로 볼 수도 있다. 

    예로부터 높은 산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진산·숭산 등 성스러운 산으로 인식돼 온 듯하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지금도 고헌산 자락에 사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고헌산 산신령께 빌기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헌산은 언양의 진산이다. 이런 영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언양 사람들은 가뭄이 들면 고헌산 용샘(龍泉)에서 소망도 빌고 기우제도 지냈다. 

 고헌산(高獻山)
 높이 : 해발 1,034m
 위치 : 울주군 언양읍·상북면·두서면, 경주 산내면

비가 내리기를 빌었다고 전해지는 용샘.

# 곰지골 방면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
고헌산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동쪽으로는 홈도골, 연구골, 차리 저수지를 품고 있고, 서쪽으로는 낙동정맥이 흘러가는 외항재, 남쪽으로는 대통골과 곰지골, 북쪽으로는 큰골과 도장골을 품고 있다. 고헌산 산행은 여러 곳의 등산로가 있는데, 대표적인 등산로는 울산에서 밀양으로 가는(24번 국도) 상북면 신기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시작된다.

 마을에서 바라보면 산 정상이 훤히 보일만큼 가깝게 느껴진다. 버스정류장(들머리)에서 오른쪽으로 마을 안내 이정표가 여러 개 있다. 고헌사로 향하는 포장도로를 따라 안쪽으로 10여 분 들어가면 강산교라는 작은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를 기준으로 왼쪽을 대통골, 오른쪽(고헌사 가는 방향)을 곰지골이라 부른다. 왼쪽 대통골은 여름 물길 산행을 겸한 계곡트래킹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고, 곰지골은 고헌사를 거쳐 오른쪽 능선길을 따라 상봉으로 향하는 코스가 보편적인 등산로이다.

 이번 산행은 강산교를 지나 고헌사로 향하는 길을 따라 5분 정도 오르다 보면 고헌사를 왼쪽에 두고, 계곡 옆으로 연결된 등로를 따라간다. 곰지골과 이어지는 등로는 초입부터 너덜과 비탈길로 이어진다. 그러나 애를 먹거나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외길에, 산 꾼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산허리를 따라 500여m 정도 올라서면 시야가 제법 트이는 능선에 도착하는데, 아직까지 주변 경관을 모두 감상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든다. 계곡에서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됐을까! 점차 경사가 심해지다가 왼쪽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길로 접어들면 소나무봉 삼거리(곰지골 삼거리) 지점에 도착한다.

여름 계곡트래킹 코스로 인기있는 대통골폭포.

 이 곳은 언양 다개리 방향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이때부터 이어지는 등로는 시야가 확 트이고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에 좋다. 가까이는 배내봉과 이어지는 오두산과 밝얼산, 가지산, 신불산, 동쪽으로는 울산 시가지와 언양 다개마을, 북쪽으로는 백운산이 인접해 있다. 방화로로 조성된 길을 따라 가다보면 다시 비탈길로 접어들고 돌·자갈이 어지럽게 흘러내리는 상단부에 오르게 된다. 여기서 방화로를 따라 가면 고헌산 산불감시초소에 도착하고 오른쪽 숲 사이를 가로지르는 산길이 보이는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능선의 중간 쯤에서 다시 5분 정도 오르면 용샘을 찾을 수 있다. 용샘은 산불감시초소를 기점으로 동쪽으로 300여m 지점에 있다.
 
대통골 여름 계곡트래킹 코스로 인기
산중턱 넘어서면 수려한 경관 펼쳐져
능선따라 이어진 20만평 억새밭 장관
산칼치 전설얽힌 큰돌밭 이색 볼거리

# 소망 빌고 기우제도 지냈다는 용샘
예로부터 언양 사람들은 고헌산 용샘에서 소망도 빌고 기우제도 지냈다. 정족산의 용바위, 치술령과 무룡산 정상 등 울산 근교에서 기우제를 지낸 기록이 몇 군데 전해져 내려온다. 고헌산은 산정에 용샘이라는 우물이 있어 부정을 피하고 하늘과 산신, 용신에게 정성껏 비를 빌었다고 전해진다.

능선을 따라 정상까지 펼쳐지는 20여만 평의 억새평원.

 언양이라는 지명도 고언산(헌의 고음은 '언')에서 유래돼 '고언산 아래의 양달진 곳'이라는 뜻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고헌산은 높은 봉우리라는 뜻도 있으나 사실은 한 고을의 진산으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볼 때 단지 산의 높이만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고숭의 의미가 담긴 높은 산봉우리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태화강의 상징적 발원지이기도 하다.

 용샘을 둘러 본 뒤 산불감시초소를 기점으로 서쪽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완만하다. 군데군데 데크도 있다. 가을철 주능선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 길을 따라 펼쳐지는 20여만 평의 억새평원은 등산 애호가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특히 고헌산 억새는 영남알프스의 다른 산 억새에 비해 키가 좀 큰 편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견디려고 자랄 때부터 튼튼하게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 또한 장쾌하다. 서쪽 2봉(1,022m)은 경남·경북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울산도심과 언양, KTX역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날씨가 좋은 날은 멀리 동해까지 조망이 가능하고, 서쪽으로는 문복산과 드린바위가 손에 잡힐 듯하고, 남쪽으로는 신불산과 간월산, 가지산이 그 위용을 들어내고 북쪽으로는 백운산과 단석산이 구름 속에 아련하다. 또한 남서쪽 8부 능선에는 고헌산우레들이 자리잡고 있다. 우레들은 고헌산 용샘과 더불어 등산 애호가들의 발길을 끓어 당기는 신비로운 곳이기도 하다. 고헌산 산행시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 쯤 이곳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 큰 바위밭 아래로 계곡 흐르는 우레들
상북면 고헌산 북쪽 산기슭 중앙에는 우레들이라 불리는 넓은 돌들긍(巖田)이 있다. '돌들긍'이란 큰 바위덩이가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인해 깨어져 산의 계곡을 덮고 그 밑으로 물이 흐르는 돌밭을 말한다. 상북면 덕현리 삽재마을 광바위를 옆으로 휘돌아 경주 산내로 넘어가는 외항재에 오르면 바로 앞산 고헌산 중턱에 있는 우레들이 보인다.

고헌산 정상 표지석.

    학교 운동장만한 큰 돌 들긍이 가운데 능선을 두고 동서로 나뉘어져 있는데 서쪽의 것이 더 넓다. 이 돌들긍 밑으로 사철 물이 흘러 '우르릉 쿵쿵'하는 소리가 들리므로 우레소리 같다 해 예로부터 '우레들'이라 했다. 산세가 아주 가파르고 험하며 여느 돌들긍 보다는 특이하게 이곳에는 사람의 출입이 불가능한 사지이다. 가파른데다 얼기설기 어지러이 쌓여있는 이 돌밭은 한 발짝만 내디뎌도 와르르 무너져 산짐승마저 피해간다는 곳이다. 이처럼 사람이 출입하지 못하는 곳이라 지금은 주변의 수목이 번성해 그 면적도 많이 줄어들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우레들 가운데는 큰 돌샘이 하나 있는데, 그 곳에는 산칼치가 살고 있다고 한다. 어른 서너 발쯤 되는 긴 산칼치는 원래 바다에 사는데 가끔 육지에 올라올 때는 시퍼런 빛을 내며 이곳에 들어와 서식하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또 바다로 돌아가 그 피해로 그해 농사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무하러 간 머슴이나 소 먹이러 간 아이들, 봄철에 나물 캐는 아낙네들이 잘 모르고, 이곳에 접근하면 멀리서 마을 노인네들이 못 들어가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한다. 우레들 돌샘에 살고 있는 산칼치가 놀라서 바다로 도망을 가면 이 지역에 가뭄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레들 전설은 반대편인 동쪽(두서면 차리쪽) 정상 아래에 있는 용새미와 함께 고헌산의 신비로운 2대 전설로 남아 있다.

 하산하는 길은 여러 곳으로 열려 있다. 가지고 온 차만 없다면 아래로 나있는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1시간 30여 분이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길에 도착하게 된다.
 
☞ 산행코스
신기마을 버스정류소-보성빌라-강산교-고헌사-개울(곰지골)-방화선-용샘-산불감시초소-고헌산- 회항(4시간 30분 정도 소요)

□ 찾아가는 길
▷승용차:  언양→궁근정→신기마을 입구→진우훼밀리아 아파트→강산교(다리)→고헌산 주계곡(곰지골) 들머리→소나무봉 삼거리→용샘→정상→원점 
▷시외버스:  언양→석남사행→신기마을 입구→진우훼밀리아 아파트→강산교(다리)→고헌산 주계곡(곰지골) 들머리→소나무봉 삼거리→용샘→정상→원점
 
□ 주변 먹거리·숙박 안내
▷혜원한정식: 상북면 궁근정리 498-27 정식, 파전, 동동주(052-264-5292)
▷송학정: 상북면 산전리 926-1 오곡백숙, 삼계탕, 돌솥정식(052-254-4342)
 
□ 다양한 산행코스
▷제1코스 : 장성마을→북능선→정상→1022고지→남능선 갈림길→남능선→궁근정리(14㎞ 7시간 소요)
▷제2코스 : 신기마을→서봉→고헌산 정상→산불초소→고헌사→신기마을(12㎞  5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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