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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봉은 호미지맥의 한구간인 치술령이 남하하면서 가지를 쳐 형성된 독립봉이다. 국수봉은 원래 한자로 '國讐峯'으로 표기했다고 한다. 즉 나라 국(國), 원수 수(讐)자를 써, 나라의 원수가 되는 산이었다. 풍수지리에 의하면 신라의 도읍지 서라벌(경주)을 중심으로 모든 산들이 경의를 표하는 형국을 하고 있는데, 유독 국수봉은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정상에는 한글로 표기된 국수봉 정상 표지석과 국수봉 안내 표지판이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수봉은 울산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어 시간이 허락한다면 언제든지 쉽게 찾을수 있는 곳이다. 또한 국수봉 산자락에는 유서 깊은 은을암(隱乙岩)이 자리잡고 있다.

  국수봉
  높이 : 해발 603m
  위치 : 울산광역시 울주구 두동면 소재

12월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울산 도심에서 가까운 산행지인 국수봉을 소개한다. 국수봉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곳으로 알려져 있다(울주군 두동면 만화리 율림 마을회관에서 오르는 길, 14번 국도 따라 경주방향으로 가다가 은을암을 거쳐 가는 길, 두동면 은편리 허고개에서 오르는 길 등). 
 이번에 소개할 길은 울주군 범서면 내사마을에서 출발해 국수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이곳은 도상 거리로 보면 제법 먼 거리로 느껴지나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 왼쪽은 범서면과 두동면 일원, 오른쪽은 척과 방면과 울산 시가지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봄·겨울 산행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울산 도심에서 가까운 산행지인 국수봉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오를 수 있다. 국수봉에서 바라본 옥녀봉 능선.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아득하게 이어져 있다.

범서 내사마을서 출발 정상 오르는 코스
능선따라 펼쳐진 북구 시가지 풍경 아늑
산자락엔 울산시 기념물 제1호 은을암도
도심 가깝고 완만해 누구나 오르기 쉬워

# 울주지역·울산 시가지 동시에 감상 가능
서사리 내사마을 입구 마을 표지석에서 출발하는 산행은 마을 입구에 있는 묘지(묘지 3쌍구)를 들머리로 시작된다. 등로는 초입부터 완만하게 이어진다. 길 주변에는 오래전 산불로 탄 나무 흔적이 띄기도 하고 잡목과 소나무로 우거진 산길이 연속된다.

 능선길을 따라 20여 분 뒤 제1봉에 오른다. 등로는 고만고만하게 이어지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한적한 산길이다. 철탑이 있는 작은 산봉우리도 지나고, 산불 예방을 위한 조망대와 CCTV 설치 탑이 높게 솟아있는 산불 감시초소에 오른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산길은 등락을 거듭하다 비탈길로 이어진다. 이때부터 사방이 확 트이고 주변 조망도 한 눈에 들어온다.  울산 북구의 도심이 시야에 들어오고 토암산에서 이어지는 삼태지맥인 삼태봉과 동대산, 무룡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가까이는 연화산이 보이며 그 뒤에는 문수산도 보인다.

 감시초소인 철탑에서 옥녀봉(447m)까지는 제법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사방이 탁 트여있어 주변 경치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오르다보면 별 어려움이 없다. 낙엽이 수북한 오솔길을 따라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옥녀봉에 오른다. 옥녀봉에 도착해 '야호!' 외치면 메아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내사마을에서 출발해 이 곳(옥녀봉)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여기서 옥녀봉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옥녀봉과 비단바위
옛날 옥황상제 딸인 옥녀가 매년 음력 보름 밤이면 이곳(옥녀봉)에 내려와 놀다가 그 아래 비단바위에 옷을 벗어놓고 밧줄을 타고 바위 밑의 샘물에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설화가 있다.

옥녀봉 아래 비단바위.

 비단바위는 옥녀봉에서 국수봉 방향으로 200여m 진행하다가 서쪽 비탈을 따라 다시 300여m 쯤 내려가는 곳에 있다. 바위는 높이 30m, 길이 80m의 현무암이다. 주변은 온통 잡목이 우거져 조망이 쉽지않고 바위 자체를 감상하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옥녀가 목욕을 했다는 샘터는 지금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옥녀봉에서 국수봉까지는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잇따라 이어진다. 산 능선을 따라 등로가 이어지기에 다소 힘이 들고 지루한 느낌도 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봉인 국수봉 정상에 오르는 길이 가장 많은 인내를 요한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등로이기 때문이다.

 국수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아담한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국수봉이라 한글로 된 표지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 옆에는 국수봉(菊秀峰)을 알리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국수봉 정상 표지석은 매번 산 이름이(국수봉: 國讐峯→國守峯→菊秀峰) 바뀌었다. 산은 그대로인데 정상 표지석의 한자 표기를 놓고 왜 이렇게 설왕설래 하는지 모르겠다. 은을암 종각의 종의 무늬에는 국수봉의 수자가 지킬 수(守)로 되어있음을 감안할 부분이다. 국수봉 표지석을 뒤로하고 내려가는 길은 북쪽이다.

산행길에 만난 하마바위.

# 구슬픈 전설 전해오는 은을암
진행 방향으로 보면 쉼터(테크)에서 왼쪽 길.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은 듯 매끈한 흙길이다. 100여m 쯤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은을암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두동 만화 1.8㎞라 돼 있다. 치술령으로 향하는 갈림길을 왼쪽이다.

 오른쪽 능선길을 따라 은을암으로 향한다. 은을암으로 내려가는 등로는 처음에는 편안한 길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급경사가 시작된다. 조심을 요하는 구간이다. 대략 500여m 거리로 10여 분 걸린다. 비탈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다가 능선길이 이어지고 다시 왼쪽으로 내려서면 은을암에 도착한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법당과 새가 날아 숨었다는 동굴, 그 옆 위로 종각이 반기는 듯 한다.

 은을암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려보면서 휴식을 취한 뒤 처음 출발 지점으로 회향하기 위해서는 원점산행을 해야 한다. 시간이 허락 한다면 은을암 아래 80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왼쪽으로 치술령으로 향하는 등로와 연결된다. 은을암에서 척과 방면으로 하산한다면 은굴산장 방향으로 내려 와야 하는데 1시간 정도가 소요 된다.

 이곳에서 반용 버스정류소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다시 조금 더 걸어 나와야 하는데, 여기서 시내로 가는 버스는 하루 두 차례 운행되기 때문에 시간(오후 17:35 19:40)을 잘 맞춰야 한다. 또한 처음 출발지에 차를 두고 왔다면 콜밴·콜택시 등 차량을 이용함이 편리 할 것 같다(범서 콜택시 : 052-212-8877 ).

국수봉 자락에 있는 은을암 경관.

# 은을암(隱乙庵)
은을암은 국수봉에 자리 잡고 있는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 1호다. 은을암은 신라 눌지왕 때 소현세자가 왜국에 볼모로 잡혀가 왕이 애타게 기다리자 신라 충신 박재상이 왜국에 들어가 세자를 구하고 그 곳에 잡혀 돌아오지 않자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부인이 치술령에 올라가 망부석이 됐고 영혼은 새가 돼 지금 은을암 절 굴(넓이 1.25m·높이 1.8m·길이 8m) 속으로 날아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은을암을 세운 유래는 신라 충신 박제상의 부인 치술신모와 관련돼 구전되고 있다. 박제상은 신라 눌지왕 제위 417~458 때의 유명한 충신이었다. 눌지왕은 고구려와 일본에 볼모로 잡혀 있던 두 동생을 몹시 보고 싶어 했다.  박제상은 임금의 명을 받아 먼저 고구려에 가서 왕제 복호를 구출하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왕제 미사흔을 왜국으로부터 도망쳐 돌아오게 한 후 그는 끝내 신라의 신하됨을 욕되게 하지 않은 채 왜국에서 죽었다.

국수봉 정상 표지석.

 # 호미지맥(虎尾枝脈)
부산 몰운대에서 북진하는 낙동정맥이 영축산, 가지산, 고헌산, 백운산을 지나 경주의 단석산으로 이어지고 북으로 올라간다. 경주 단석산에 이르기 전 백운산은 봉우리가 4개 있는데, 맨 아랫쪽의 892m봉이 주봉이고, 그 북쪽으로 860m봉, 845m봉, 855m이 연이어 있는데, 호미지맥은 그 중 아래에서 세 번째 봉인 845m봉에서 동쪽으로 가지를 쳐 천마산(620.5m)과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치술령(766.9m)에서 부터는 북동진해 포항의 호미곶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를 일컫는다.

# 국수봉 산행코스
내사(마을 묘지) - 제1봉 - 제2봉 - 철탑 - 산불감시초소 - 옥녀봉 - 국수봉 - 은을암 - 은굴산장 코스(약 15.8㎞ 4시간 30분 소요)

□ 찾아가는 길
▷승용차: 다운동→내사마을 삼거리→마을 표지석→옥녀봉→국수봉→은을암→반용마을
▷시외버스: 태화강역→다운동→내사마을 삼계리→옥녀봉→국수봉→은을암→반용마을→(태화강역~다운동: 718번 버스 07:05, 07:45, 08:15 등 30분마다 운행, 708번 버스  14:45분 )→은굴산장
 
□ 주변 먹거리·숙박 안내
▷은굴산장 : 오리불고기, 닭백숙, 메기매운탕, 산채비빔밥, 해물파전, 동동주 등(울주군 범서읍 척과리 31)
▷울산 들꽃학습원: 울주군 범서읍 두산로 52(052-229-3856)
※하산시 마땅한 음식점이 없어 도시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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