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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상배 전문의가 병원을 찾은 영유아를 검진하고 있다.

빈혈은 흔히 임산부나 여성들에게만 흔히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빈혈은 성인뿐만 아니라 영유아기나 청소년기의 아이들에도 자주 나타나는 질환으로, 최근에는 영유아 빈혈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추세다. 동강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상배 전문의는 "빈혈은 다양한 발생 원인이 있지만 주로 철 또는 엽산 결핍으로 발생한다. 영유아의 경우 대부분 철 결핍성 빈혈이 나타나는데, 아이 얼굴이 창백해지고 자주 칭얼거린다면 영유아 빈혈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특히 아이들에게 빈혈이 나타나면 활동성이 떨어지고 성장, 발달 및 학습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후 6개월 후 철분 꾸준히 보충
철 결핍 지속되면 성장장애 초래
9~12개월 영양결핍 검사 꼭 필요



# 쉽게 피곤하고 주의력 감퇴
영양결핍 중에서도 특히 철 결핍은 혈색소를 생산하는 신체능력을 방해함으로서 빈혈을 초래하고 쉽게 피로케 하며 주의력을 떨어뜨린다.
 또 감염에 대한 저항력마저 감소시킨다. 영유아기 때 철 결핍이 발생하면 피곤할 뿐 아니라 보채며 식욕이 감퇴하고 심할 경우에는 심장의 변화도 초래할 수 있다. 손·발톱이 스푼 모양으로 변하고 입술 주변의 구각염을 일으키며, 이식증(pica)이 생겨 정상적인 음식은 잘 안먹고 영양가 없는 것만 좋아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다.


 이 전문의는 철 결핍이 장기간 지속되면 성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능 및 정신운동의 발달장애를 유발해, 주의집중이 안되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학업능력이 부진하게 된다"며 "철분결핍은 한창 발육하는 0~3세까지 영유아의 중추신경계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늦게 발견될수록 적정한 빈혈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될 수 없는 운동과 발달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추신경계에 철을 이용한 여러 효소가 있는데 철 결핍으로 인해 이의 활동도가 감소하고, 철분 치료에도 불구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비가역성을 띈다는 것이다.


 이 전문의는 "두뇌는 3세까지 급격히 발달하므로 이때가 지능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철 결핍은 다른 열성 질환이나 암, 선천성 기형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는 알아내기가 그렇게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때때로 혈액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자가 이를 꺼려해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9~12개월(미숙아는 6개월)에 반드시 영양결핍에 대한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모든 아이들에게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으나 사실상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선별검사를 꼭 해야할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꼭 선별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이다.
1. 미숙아와 저체중 출생아로서, 철분강화 formula가 안된 이유식을 먹거나, 철분강화 없이 모유만을 장기간 먹이는 겨우.
2. 정상 아이에서 6개월 이상 모유만을 주는 경우.
3. 돌 전에 생우유를 500cc 이상 먹거나 돌 이후에도 1ℓ 이상 주는 경우.
4. 이유식이 주로 철분 함량이 부족한 맨밥, 밥물, 누룽지 등 주로 탄수화물로만 이루어진 경우.( 과일 주스만 지나치게 먹는 경우도 포함됨)
5. 채식주의 가정.
6. 이유식을 늦게 시작하고, 보리차, 선식이나 미스가루 등만 주로 먹인 경우.
7. 만성 설사, 만성 감염이 있는 경우.
 
# 철 결핍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해당 질환이 확인되면 주로 철분제 처방이 우선된다. 철분 흡수 효과가 큰 제일철염(ferrous salt)을 치료제로 많이 쓰며, 철분의 흡수가 잘되도록 식간에 먹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위장 장애가 있을 때에는 식후에 복용해도 좋다. 단, 한가지 주의할 점은 과량의 철분은 위험하고, 급성 중독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잘 보관해야 한다.
 이 전문의는 "무엇보다 생후 6개월 이상의 영아는 철분을 꾸준히 보충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생후 4~5개월 이유식 시작 필요 △철분 강화 식이 필요 △비타민 C의 충분한 섭취 등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유를 통한 철분 흡수는 50%로 생우유의 10% 보다 훨씬 더 좋지만, 모유만 장기간 먹일 경우 철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생후 6개월 이상의 영아는 철분이 많이 함유된 고기, 미역 등을 이유식에 넣어 섭취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후 24개월까지는 급격한 뇌 성장과 함께 정신, 운동, 감정 발달에 중요한 시기이므로 조기에 철 결핍을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 결핍성 빈혈은 철분을 2~3주 꾸준히 공급하면 쉽게 나아지지만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2~3개월 꾸준히 섭취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사실 철분은 우리 몸에 아주 소량 필요한 성분으로 체내 흡수도 잘 되지 않는데다 서로 흡수를 방해하기도 하는 등 아주 까다롭기 때문에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철분을 비타민C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지지만 칼슘과 함께 섭취할 경우 서로 경쟁 흡수를 해서 흡수율이 낮아진다. 철분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위장장애 및 변비를 유발시킬 수 있는데, 이 때 유산균을 함께 섭취하면 장 트러블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 전문의는 "어른의 경우는 음식섭취가 다양하고 양도 많아서 편식을 하지 않는 한, 철분결핍이 잘 생기지 않으나 소아는 그렇지 못하다"며 "식물성보다는 동물성 음식을 통한 철분 섭취가 효율적이지만 고기나 생선보다 계란이나 치즈로부터의 흡수가 훨씬 많다. 오히려 철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난황이나 시금치 등의 철분은 생체 이용률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정리=이동욱기자 usldu@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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