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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 정민자 교수가 시집 '인연'을 펴냈다. 정 교수는 강릉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를 졸업하고 이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수필가로 등단하여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고 1980년대부터 울산문인협회 등에서 활동해왔다. 그후 2013년 '한국문인'지를 통해 다시 시인으로 등단하여 두 장르를 넘나드는 당당한 문인이 된 것이다. 이같은 관록이 이번 시집의 편편마다 시로서의 무게를 보이고있는 시들만으로 묶어 놓았다. 또 정교수는 울산광역시청의 고위직에 봉직한 인물로 울산과의 인연은 더욱 깊을뿐 아니라 대학과 지역사회를 잇는 가교역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그의 시집을 읽고나서 한가닥 소회가 생겨 잠시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같은 문인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정 교수와는 차 한잔을 같이 나눌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소회를 느끼는 작은 인연의 고리는 있었던가 보다. 1986년 초여름께였다. 강릉에 사는 절친한 친구의 가정에 대사가 있어 간적이 있었다. 그는 강릉의 토박이로서 그 지역의 일들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가 신사임당의 동상이 있는 경포대로 안내 했을 때였다. 동상주변이 지저분하게 쓰레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관광지가 이래서야…"내가 한마디 했을때였다. 친구가 나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허! 이것도 인연인가 보네 최형이 울산이니 이 이야기를 해야겠네, 아마 서울대학을 마치고 울산으로 간 모양이야, 정아무개란 소녀가 있었지, 대학갈 때까지 강릉에서 살았는데 강릉에서는 머리가 비상한 소녀였지, 이 아가씨가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와서 동상은 물론이고 주변청소를 말끔이 했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왔어. 그렇게 착한일을 하고 가니 항상 이곳이 깨끗했다 말이야. 풍문에 들었는데 울산의 어느 대학 강단에 선다는 말을 들었어어…. "
 사실 나에게는 이 사실이 수십년을 머릿속의 기억으로만 살아있게 되었다. 그것을 이번 정 교수의 시집에서 그 주인공이 바로 정민자 교수 였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경주의 고택 수오제의 이재호 대표가 시집의 발문을 쓰면서 밝혀 놓은 것이다.
 아무튼 시집 '인연'을 읽고나서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 생각이란 이 땅에서 한 여성의 깊이와 내면의 넓이는 어디까지일까? 또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정교수의 얘기부터 해본다. 그는 같은 유학자이면서 퇴계 이황 선생과 쌍벽을 이룬 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을  흠모 했을 것이다. 그래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 청소를 하는 착한 맘씨로 내면을 넓혔을 것이다. 그렇게 일군 내면의 세계를 시인의 가슴에 축적하면서 삶의 깊이를 터득 했으리라. 그래서 지금도 쉬지않고 울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수장으로서 가족의 역량을 키우며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가족 상담가로서 가난하고 힘든이들을 도와 함께 고락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울산과 맺은 소중한 인연으로 제자들을 신사임당의 인성으로 키워 주시고 신사임당의 붓끝에서 알알이 그려지던 포도알처럼 소담스러운 시를 써 주시기를 바라고 싶다. 그리고 대학과 지역사회에 관해서다. 지역사회의 발전이 곧 대학의 발전이 되고 대학의 발전이 지역사회의 발전이 된다는 것은 이미 해묵은 상식이다. 울산대학은 일개 단과대학으로 출발해 울산의 발전에 절대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산학 협동이란 프로그램이 지금도 울산공단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모두 아우르면서 40여개 기업에 지식을 지원해 성장시키는 일을 모범되게 하고 있다. 그래서 기업도 성장하고 대학도 명문대학으로 자리를 굳히고 이제 아시아대륙을 선도한다는 슬로건을 외치는 대학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거기에 덧붙이고 싶은게 있다. 산업과 대학이 협동하듯이 지역사회 문화예술을 학교와 협동하는 예학협동을 할 수 없을까? 오래전 국어국문학과에서 펴낸 울산지방의 민요자료집은 사라져가는 향토문화가운데 민요와 농요·노동요 등을 집대성함으로서 향토의 보물이 되었다. 또 울산의 주요 건물들을 실측을 통해 정리한 다음 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회를 가졌던 건축학과의 전시회, 대공원에서 행사를 가지며 시민들의 시선을 모으고 울산대학을 다시 인식 시켰던 의상디자인과의 의상 발표회 등은 보기드문 훌륭한 행사였다.
 그러나 더 보람이 된 일이 있다. 해마다 고래축제가 열리는 울산이지만 울산사람들은 고래의 꿈을 꾸면서 살아왔다. 우리의 희망이 되고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던 포경산업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주워담아 저서로 남긴 허영란 교수의 '장생포 이야기'는 울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경업의 대장경이 된 것이다. 고래를 주제로한 콘텐츠 개발을 하려면 어느 누구도 이책을 읽지 않고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전통을 잇지 못하는 것일까? 대학관계자들이 울산과 맺은 소중한 인연을 더욱 살려주기 바라며 아무쪼록 지역사회와 대학이 유기적인 관계로 서로가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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