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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더스 병원 이지상 과장이 갱년기 증상과 우울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시기가 있다. 바로 갱년기이다. 내가 원치 않아도 인체의 섭리 상 자연스럽게 오게 되는데 대략 40대 중반부터 50대 초에 나타나게 된다.
직장인 김 모(32) 씨는 최근 감정 기복이 갑자기 급변하면서 우울증이 나타난 어머니 정 모(55)씨를 보며 갱년기를 의심했다. 그런데 직장을 은퇴하고 힘이 없다며 집에 누워만 있는 아버지 김 모(59)씨의 생소한 모습이 걱정돼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근육양이 감소했고 골다공증을 앓고 있으며 우울증이 찾아온 원인을 갱년기라고 진단했다. 마더스 병원 이지상 과장으로부터 갱년기 증상과 우울증에 대해 들어봤다.


#얼굴 화끈거림·발한 등 나타나…기억·수면 장애 증상도
우리가 알고 있는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여성 갱년기로 예를 든다. 여성 갱년기는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해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 발한, 두근거림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이다. 비뇨생식기계 위축에 따른 질 건조감, 성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근 골격계도 약화되어 근육통, 골다공증이 잘 생기기도 하며 우울, 불안, 감정기복 등의 정서적 어려움이나 기억력 장애, 수면장애를 겪기도 한다.
 최근에는 남성 갱년기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60대 남성의 30% 가량 나타나는 남성 갱년기는 뇌의 시상하부와 고환 기능 저하로 테스토스테론의 분비 감소로 발생한다. 테스토스테론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을 음주, 흡연을 통한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보기도 한다. 만성적으로 하는 음주가 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성이 겪는 갱년기는 얼굴의 주름만 느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난소의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더 이상 배란이 되지 않고 여성호르몬이 생산되지 않게 되면서 다양한 신체적, 심리적 증상이 폐경 전부터 폐경 후 몇 년간 나타난다.
 남성 갱년기는 정신적 우울증을 겪는 등 일반적인 증상은 여성과 대체로 비슷하지만 신체적인 면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남성은 30대 중반 이후 호르몬 감소 시작돼 점진적으로 진행
폐경기 이후로 급격히 감소하는 여성 호르몬과 달리 남성의 경우 30대 중반 이후 서서히 점진적으로 시작한다. 70대가 되면 30대의 2/1, 80대는 3/1 로 줄어든다. 또 다른 점은 생식능력이 소멸되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남성은 나이가 들면 생식능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소멸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은 폐경기 이후로 생식능력이 완전히 사라진다.
 인생에서 40-50대의 시기는 안정된 직장과 가정을 기반으로 왕성한 일과 업적을 만드는 시기이다. 하지만 중년기는 부모의 사망이나 자녀의 독립으로 이별을 경험하게 되면서 허탈감, 외로움을 느끼게 되어 우울증에 걸리기 쉽고 다양한 역할 변화를 요구받게 되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신의학적으로 주요우울장애는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유병률이 높다.
 여성에서 더 많이 생기는 것에 대한 가설을 보자면 호르몬의 차이, 아이를 낳는 것 등이 연관된다고 하는데 이는 폐경이 우울증과 상당히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우울은 대상의 상실이라는 심리적인 상징이 크게 작용하는데 이것은 실제 및 가상의 상실을 모두 포함한다.
 폐경은 임신할 수 있는 여성으로서의 기능 상실을 의미하며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존재가 된다는 심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것도 여성에서는 자존감의 저하와 더불어 우울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자녀의 독립·부모의 사망 인한 상실감 '빈 둥지 증후군' 겪어
또한 시기적으로 자녀가 대학 입학이나 결혼 등으로 독립하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분리되는 것도 상실감으로 다가오는데 이때 부모가 느끼는 슬픔을 '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리고 부모가 병약해져 부양해야하는 역할 변화도 생기며 부모의 사망은 중년기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스트레스는 중년기에 결혼 생활을 재평가 하면서 발생하는 이혼이며 최근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여성은 갱년기에 호르몬의 변화로 신체적, 심리적으로 취약해진 상태에서 다양한 상실의 경험들을 하며 우울증에 쉽게 걸리게 된다.
 갱년기 우울증의 증상은 일반 우울증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젊은 시절 우울증을 겪지 않은 사람이 45세 이후에 처음 우울증을 경험하게 되면 갱년기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
 흔히 우울, 감정의 기복, 예민해짐, 불안, 초조, 수면장애, 건강염려, 다양한 신체 증상, 집중력 저하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신체적으로 여성호르몬 결핍 증세가 뚜렷이 나타난다면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 호전에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호르몬제 복용 우울 증상 호전…남성은 부작용 주의해야
남성 갱년기 또한 남성호르몬을 보충해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은 갱년기 환자가 아닌 경우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사와 상의 후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갱년기와 우울증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가족들과의 충분히 대화를 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또한 여성만 겪는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인체가 변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삶의 주기로서의 중년기를 재평가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상황 변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의사와 상담을 받고 단기간의 약물치료를 병행한다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정리=차은주기자usc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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