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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노스탈쟈
 
이양우
 
뜨거운 여름은 가고…
술 취한 사내는 휘청거린다
방황은 또 온다는 사실
또 가을과 겨울…
나는 그리하여 마냥 서글프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노크를 할 때쯤
나의 기억 속에 남은 술잔과
길거리에 방황과
카페와 갤러리에 걸린
달빛과 그 창가에 걸린
그 여자는 햇살처럼 맑았다
나는 그 한 구석에 서성이며
작은 목소리로 시 한 편을 외운다
 
수많은 인파에 낯 서른 이국 향
스산한 거리에 은행잎 우수수 떨어질 때
가을의 오후는 눈부시기만 한데
그런 창밖을 애써 응시한다
 
모두가 낯서른 파도에 휩쓸린
모더니즘의 물결 따라
사랑의 궤도를 돌고 있다
 
아마도 도진 사랑의 병일까
오갈 때 없는 길거리에 나그네
거리에 휘청거리는 거리의 석양
가을의 술잔은 노스탈쟈를 즐긴다
 
노란 햇살위에 어린 천사같이
분홍 스카프를 두른
20세기의 마네킹이
윈도우에서 살며시 웃는다
유혹이겠지
아니, 아방가르드의 상술이겠지
 
슬픈 사내는 도취되었다
술잔 가득 휘청거리도록
처량한 목소리로 울부짖을까
<오솔레미오>
나는 남은 인생의 작은 성을 쌓고 싶다
 
목이 터지도록 울고 싶은 날은
눈을 밟고 걸으며
또 빈 가지위에 쌓인 언덕길을
청백 스카프를 두른 연민의 여인과
아직도 가슴속에 남은 추억을 토하며
남은 눈물을 흘리고 싶을지라
 
그러나 이제는 늙었단다
인생은 낙엽이 아닌가
강물위에 떠내려가는
처량한 울프의 울음이 꿈속 귀를 적신다
아, 나는 이제 그날을 지워야 할
정처 없는 나그네가 아닌가
 
● 이양우 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대시인협회 이사,환경문학작가회의 대표 역임, 동서사상연구원 원장 역임, 국제펜 클럽 한국본부 회원, 환경문학 주간 역임(전), 격월간 '문학저널' 편집 고문, 한국 육필문학 보존회 회장, 계간 '신인과 육필시' 대표, '문예춘추' 대표, 모산 한국육필문예공원 대표, 시집 '뒤로 그림자를 떨구고 가는 계절' 등 다수.
 

□ 작가 노트

 

▲ 서순옥 시인

날씨는 여전히 무더운데 입추가 지난 걸 용케도 알아차린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침실까지 파고든다. 누가 계절을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때가 되면 부르는 가을의 노스탈쟈 아니, 가을밤의 세레나데가 더 어울릴 것 같은 가을은 울부짖는 수컷들의 계절.
기온과 일조량이 관계로 신체의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일어나 뇌의 갑상선 호르몬이 줄게 되고 세로토닌 등 뇌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증가하며 기분이 가랑 앉고 차분해진다고 하는데, 기운이 왕성했던 계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밀물처럼 밀려오는 적막감, 쓸쓸함, 허탈감, 허무함…. 그래서 노스탈쟈의 계절병이 생기나보다.
 몇 십 년 후, 필자 또한 인생의 종점에 다다르게 되면 가을을 노년기에 비유한 이 시 한 편처럼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 다른 고통을 호소하는 노스탈쟈의 병을 앓으며 늙어 갈 것인지 미래의 자화상을 상상해보지만 아직은 답을 얻을 수 없다. 이양우 시인은 현재 보령에 있는 '개화예술공원'과 '시와숲길공원'에 문호대가들의 현대문학 100주년기념탑과 각종 문예비와 문학시비를 1,000기 이상 조성했으며, 현재 '시집박물관(보령)'과 '위대한 문화유산 21세기세계문인탑(단양)'을 건립계획이다. 서순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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