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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철 가을 들녘을 바라보는 농심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고 있다. 봄과 여름 궂은 날씨를 겪었지만 수확기 태풍이 피해 가는 등 양호한 기후 덕분에 풍년이 확실시되면서 공공비축미 수매가를 높게 올려받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여서다.

31일 울주군에 따르면 올해 군이 사들일 쌀은 공공비축미 1,840t과 시장격리곡(생산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유통되지 않도록 격리하는 쌀) 2,080t 등 총 3,920t이다.
지난 해(2,236t)보다 1,684t이 많다.
군은 오는 14일 상북면 신리회관 앞에서 2017년산 공공비축미 및 시장격리곡 수매에 나선다. 수매량은 45곘에 이른다.

수매는 12월 4일까지 45곳에서 이뤄진다. 새누리와 새일미 등 2가지 품종인 이들 쌀은 농소, 검단, 구미 등 정부보관창고 8군데에 각각 보관된다.
공공비축미 수매가는 10∼12월 시장가격 평균치를 적용해 확정하지만, 풍년일 때는 수매가가 떨어지고 흉년일 때는 오른다.

올해는 태풍이 비켜가면서 작황이 좋은 데다 쌀 수요마저 줄고 있어 수매가는 농민들의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수매를 앞두고 있는 농심은 먹먹해 하고 있다. 풍년농사를 짓고도 웃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정부 수매가(40㎏ 기준)는 특등급 4만5,590원, 1등급 4만4,140원, 2등급 4만2,180원에 결정됐으며, 2015년 수매가는 특등 5만3,990원, 1등 5만2,270원, 2등 4만9,940원이었다.
현재 군 지역 두북미곡종합처리장(RPC)에는 농민들이 수확한 벼를  보관하기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농소RPC까지 가서 보관하고 있는 데, 농민 김모(61)씨는 "풍년인데 마냥 기쁘지만 않다"고 말했다.
이모(56)씨는 "봄에는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논바닥을 쳐다보며 억장이 무너졌고, 여름에는 하늘이 구멍 난 듯 쏟아지는 물폭탄에 쓸려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킨 논에서 어렵사리 일궈낸 풍작이지만 수매가 걱정에 가슴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 공공비축미 수매량이 전년보다 크게 늘어 쌀 재배 농가의 어려움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시중 쌀값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이지만, 풍작이라는 점에서 수매가가 농민들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을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두은기자 jde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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