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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중기와 송혜교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송송커플'이 됐다. 한물 간(?) 여배우와 변변한 히트작 없던 변방의 남자 배우가 의기투합한 '태후'는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고, 드라마의 성공은 두 사람에게 사랑의 콩깎지를 씌웠다.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결국 무성한 염문설을 부인하다가, 드라마가 종영하고 여운이 채 가시기 전 깜짝 결혼 발표를 했다. '유시진 대위' 신드롬에 동참했던 특정 여성들은 송송커플을 시기하고 질투했다.

지방선거 이후 울산에서도 '송송커플'이 탄생할 조짐이다. 8전 9기 끝에 기어이 울산시장에 당선된 송철호(이하 송 시장)와 울산시 전 교통국장 출신 송병기(이하 송 국장) 씨가 주인공이다. 풍문을 빌자면 두 사람의 본격적인 인연은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대략 1년 전부터다. 교통국장으로 일 좀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송 국장은 어느날 한직으로 밀려났다가 잊혀질 때 쯤 혜성처럼 송 시장 캠프에 나타났다.

절치부심에 와신상담했을 송 국장은 당시만 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압도적이지 않았던 송 시장에 올인한 사람처럼 비춰졌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은 선거 과정 내내 끈적했고, 결국 당선이라는 성공을 함께 일궈냈다. 선거에서 8번 낙방한 정치인과 한직으로 밀려났던 전직 공무원은 당선이 발표된 그 시각, 서로 애틋한 눈빛을 교감하고 뜨거운 포옹을 나누지 않았을까?

당선 후에도 송 국장은 인수위원회인 '시민소통위원회' 간사를 맡았고 그 때부터 이른바 '송송커플' 탄생에 대한 염문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믿기 어려운, 그야말로 '설'에 불과한 이야기는 송 국장의 '경제부시장 내정설'로 출발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도시공사 사장 내정설'부터 '총선 공천설'까지 입방아를 찧고 있다.

급기야 송 국장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루머도 떠도는데 '설마'하면서도 '혹시'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 있다. 송 시장 취임 이후 2일 울산시가 부랴부랴 입법예고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때문이다. 조례안을 뜯어 고치는 건데 눈에 띄는 부분이 경제부시장의 소관 업무 변경이다. 현행 경제부시장은 창조경제본부, 일자리경제국, 환경녹지국을 총괄 지휘했다.

송 시장 취임 후 바꾸고자 하는 부분은 환경녹지국을 행정부시장에 넘기고 교통건설국을 경제부시장이 맡도록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오비이락'으로 치부하기에는 경제부시장의 소관 업무가 너무 송국장에 맞춤형이다. 울산시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창조경제본부와 송 시장이 앞으로 주력 시정으로 내세운 일자리 창출, 송 국장 전공인 교통건설 업무가 몽땅 경제부시장 소관이 된다. 알짜 업무만 챙기는 유래없는 요직 중의 요직이다. 

이 상황에서, 송 국장이 경제부시장을 맡게 된다면 그야말로 오직 그를 위한 맞춤형 코드 인사나 다름없다. 기존 조직 체제가 뒤흔들리고, 어렵게 선발한 기재부 출신 현 경제부시장이 6개월 만에 짐을 싸야된다. 선거라는 전쟁을 함께 치른 애틋함이야 두 사람의 몫이지만 한 사람만을 위해 치러야 하는 공공의 대가와 출혈이 너무 크다는 점이 송송커플에 대한 우려감이다.  

송 시장은 2일 취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부시장 내정설을 일축했다. 한마디로 "내정된 사람이 없다"고 했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로 위기에 빠진 울산 경제를 이끌어 갈 적임자를 선발할 지, 세기의 커플이 늘 그렇듯 일단 아니라고 발뺌했다가 깜짝 발표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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