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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 작가의 동시집을 읽으면서 어쩌면 작가는 우주 먼 곳 어느 별나라에서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작가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아이가 늘 꼬물꼬물 말을 걸어오나 봅니다.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 때마다 작가는 펜을 들고 얼른 이야기를 받아 적지 않았을까요?

# 가자미이거나 넙치이거나


어제는 가자미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어른들은 잘 모른다. 입과 눈과 코가 항상 제자리에 있는 줄 안다. 가끔씩 입이 물속으로 가라앉기도 하고 코가 나무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는 걸 모른다. 그런 어른들이 내 마음속에 수백 수천마리 물고기가 산다는 걸 알 리가 없다. 그러니까 어른이 된다는 건 왼쪽 눈이 오른쪽으로 몰리는 가자미나 오른쪽 눈이 왼쪽으로 몰리는 넙치가 되는 일인지 모른다.

오늘은 넙치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나는 오늘 나도 모르게
비뚤비뚤해진 내 마음에게
전화를 받았다.

김륭 작가의 동시집 '첫사랑은 선생님도 일학년'이 일주일전에 세상에 나왔어요. 사춘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찌 그리 잘 알고 있을까요? 어른들의 마음속에 아이가 있다면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어른이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사춘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어른이 80편의 동시의 세계로 안내해준답니다. 그 세계로 가는 길이 꼬불꼬불하고 울퉁불퉁 해서 더 짜릿하고 재미있을지도 몰라요.

# 모든 첫사랑은 두더지와 함께

뭐가 나올지 모르고/ 땅을 파헤치는 두더지처럼/ 나는 그 애 마음속에/ 굴을 팠지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길을 내느라/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지// 그 애가 누구냐고?/ 학교 운동장을 다 파헤쳐 봐라/ 그 애 그림자라도 나오나/ 하지만 열심히 파다 보면/ 세상 모든 두더지를/ 만날 수는 있을 거야//
 

아동문학가 장경숙
아동문학가 장경숙

이제 첫사랑을 시작하는 그 아이를 한 번 만나보세요. 첫사랑을 시작하는 일학년인 선생님을 함께 만날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을 시작하면 두더지처럼 상대의 마음속에 굴을 파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길을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두더지를 만난 적이 있나요? 
 아동문학가 장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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