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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아침은 어떤가요?'
당신 하루의 시작이 어떤지 궁금하다. 어떤 이는 여유롭고 어떤 이는 바빴을 테고 또 다른 이는 어제를 끝내지 못한 채 오늘을 맞았을 수도 있다.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하지만 또 비슷할 것이다.

가끔 일 년의 한 두 번 무엇을 적어야 할지 도통 모를 때가 있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며칠 전부터 아무리 쥐어짜내 봐도 머릿속에 단어들만 맴돌뿐 하나도 적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한 나는 몇 시간 후에 글을 보내 줘야하니 그야말로 마음이 바쁘다. 며칠 전 끝난 연주회 후유증인 것 같기도 하다. 연주회 준비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린 기분이다.

친한 친구와 연주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건 이제 너무 힘들고 타협하며 살겠다고 했더니 친구 왈 "그 모든 걸 받아들이며 살아가라"는 말이 계속 생각나 웃는다. 짧은 말속에 둘만 아는 뉘앙스가 숨어있어서인 것 같다. 어쨌든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심지어 내 의지가 아닌 꼬맹이들 일과의 시작과 함께 강제적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나는 그저 그 모든 순간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늘 뭔가 설레고 특별한 일을 기대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것 보단 잠깐 나만의 여유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잠깐의 여유들이 특별한 순간으로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보통 밤늦게 글을 적는데 아침에 글을 쓰니 정말 특별한 여유를 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에 어울릴만한 노래가 뭐가 있나 생각해보니 제목 그대로 '아침의 노래:Mattinata'가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1858-1919>'가 그당시 너무나 유명했던 이탈리아 테너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1873-1921>'를 위해 작곡한 노래인데 카루소가 전 세계를 다니며 이 노래를 불러 매우 유명해졌다. 세레나데를 저녁에 부르는 사랑노래라고 한다면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아침에 부르는 사랑노래라 할 수 있겠다. 밝고 경쾌하며 이탈리아 가곡의 매력이 아침부터 기분을 좋게 해준다.

또 다른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1678-1741>의 사계 중 '가을' 역시 가을 아침에 어울릴만한 노래이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데 짝꿍이 듣더니 '이 노래 지금 들으니 너무 신나고 좋네' 하길래 너무나 대중적이며 뻔한 노래라고 생각했는데,역시나 명곡 중의 명곡이다.

비발디는 '사계'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변화를 아주 잘 묘사했다. 각 계절의 변화마다 구체적인 표현들을 적어놓았는데 그런 부분을 다 알고 들으면 훨씬 이 곡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가을' 1악장에서는 풍요로운 수확을 맞아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표현한다. 축제에서 너무 술을 많이 마신 주정뱅이의 비틀거리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2악장에서는 축제도 끝나고 만취한 사람들이 잠에 빠진 것을 표현하며, 3악장에서는 새벽에 사냥꾼들이 개를 데리고 사냥하는 것을 묘사하면서 쫓기는 짐승과 쫓아가는 사람들의 총소리, 개 짖는 소리를 흉내 낸다.

매번 사계 '가을'의 배경으로 낙엽만 떨어지며 수북이 쌓이는 장면만 익숙하게 보여줘 지루했던 음악이라 생각했는데 이리도 많은 걸 표현하고 있었다니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이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아침의 노래는 이전에도 한번 소개했었던 오스트리아 작곡가 슈베르트 <Franz Schubert:1797-1828>의 가곡 <그대는 나의 안식:Du bist die Ruh>이다. 이곡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수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르지만 영국의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Ian Bostridge>가 부른 곡이 나는 가장 좋다.

글을 적다 보니 어느새 오후다. 바빴던 마음도 사라지고 이렇게 나만의 아침이 나도 모르게 기분 좋게 끝나버렸다. 누군가도 내가 소개한 노래를 듣고 기분 좋은 아침의 짧은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나의 아침은 어땠는지 미소 지으며 떠올릴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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