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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허가는 위법하지만 공공 법리 측면에서 허가를 취소해선 안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14일 그린피스 등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런 취지의 '사정판결(事情判決)'을 내렸다. 사정판결이란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면 법원이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원안위의 건설허가 처분이 두가지 위법 사항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안위 위원 중 두 사람이 위촉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한수원이나 관련 단체의 사업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위원으로서 결격 사유가 있다고 봤다. 결격자가 의결에 참가한 이상 위법한 의결에 기초해 이뤄진 처분도 위법하다고 했다. 또 한수원이 원전 건설허가를 신청할 때 첨부서류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기재도 미비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두 가지 문제 외에 원전 부지의 위치 선정이 부적합했다거나, 지질 조사가 적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 등 다른 12가지 쟁점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없었다고 결론냈다. 

그린피스와 주민들은 특히 원전 부지 주변이나 울산지역 해저의 단층, 과거 역사에 기록된 지진의 재발 가능성 등 지진으로 인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조사가 부족했다는 주장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앞서 인정한 두 가지 위법 사항만으로는 원전 건설 허가 처분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처분을 취소할 경우에는 다시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사가 지연돼 적정 전력설비예비율을 갖추지 못할 수 있고, 관련 사업체 중 상당수가 도산해 산업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처분의 취소로 예상되는 약 4년의 건설중단 기간에 약 1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여기에 사회적 비용까지 더하면, 처분 취소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조창훈기자 us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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