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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이후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의견 가운데는 태화강 국자정원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도 상당하다. 새로운 정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부터 정원도시와 산업기술, 그리고 교육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뜻도 모르는 이야기까지 무수한 의제들이 남발하고 있다. 이들 이야기는 물론 태화강 국가정원을 아기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아무리 애정을 가진 이야기라고 해도 현실을 무시한 이야기이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공허한 말장난이다.

지난 주말 울산에서는 태화강 국가정원과 관련한 심포지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태화강국가정원이 생태도시 울산광역시의 가치를 높이는 대표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비전이 쏟아졌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환경이나 정원관련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의 주장이었다. 

한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는 '국가정원 지정과 울산시의 미래 비전'이라는 발표를 통해 "태화강 국가정원은 울산과 대한민국 동남권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이며 생태도시 울산광역시의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 공간으로써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양한 경제적 효과, 사회·문화적 효과는 생태도시 울산광역시의 발전과 미래상 확립을 위한 발전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태화강 국가정원은 정원문화 확산과 진흥을 위한 거점시설이 부재한 동남권 지역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을 계기로 울산이 다양한 매력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태화강을 생태 역사 문화 여가 교통 및 도시재생 측면의 거점공간으로 활용한 부문별 목표의 수립 달성, 체계적인 부문 간 연계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대로 태화강 국가정원이 영남권의 정원문화 확산과 진흥을 위한 거점시설이 되고 나아가 동남권 지역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려면 경주권의 보문단지를 뛰어넘는 투자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특히 태화강을 생태 역사 문화 여가 교통 및 도시재생 측면의 거점공간으로 활용하라는 주문은 방대한 요구다.

또 다른 발제자인 한 교수는 정원문화 확산과 정원 산업 선도를 위한 정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태화강 국가정원은 향후 울산시의 도시 브랜드로 각인되고 지역균형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중요한 도시자산이 될 것이고 정원과 관련한 녹색 일자리를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지역경제 발전 모델이 될 것이다"며 "태화강국가정원의 시작은 열악한 환경을 지닌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도모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다"며 "지속가능한 태화강국가정원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를 전제로 태화강정원을 중심으로 도시 전체를 정원화 하는 정원도시로서 수준 높은 정원문화를 확산시키는 등 순천만국가 정원과 더불어 정원이 도시발전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그림을 제시했다. 

여기서 그는 태화강국가정원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정원도시와 산업기술, 그리고 교육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것 등을 주문했다. 무슨 주문인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이야기로 들린다. 더구나 태화강국가정원의 시작이 열악한 환경을 지닌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그의 주장은 울산인들이 태화강 국가정원을 가꾼 스토리텔링을 인지하지 못한 발언이기도 하다.  

오히려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의 지적은 지극히 가슴에 와 닿는다. 한 지역 대학교수는 토론을 통해 "울산시민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정원을 일궈낸 장본인으로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 마땅하다"며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행동이 필요하고 민관의 협력에 적극적이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태화강 국가정원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 민관협의체 구성을 통한 장기발전 비전계획 및 부문별 추진계획 마련 등을 주문했다. 

울산은 태화강을 모태로 형성된 도시다. 강을 가진 도시는 풍요롭다. 강의 역사는 울산의 역사와 함께한다. 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고, 문명이 발원하고 문화와 예술이 피어났다. 태화강 일대는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와 설화, 문학이 남아 있다. 이제 우리는 태화강의 활용과 이를 통한 도시 이미지 극대화를 꾀할 시점이다. 지금 태화강을 강으로 이용하는 시설은 나룻배나 용선, 소규모 보트운항 정도가 고작이다. 문제는 강을 어떻게 이용해 태화강을 풍부한 콘텐츠를 가진 국가정원으로 만드느냐에 있다. 이 논의는 책상머리 학자들의 주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강과 공존하고 정원문화를 강에 녹여내는 작업이 필수다. 강을 그냥 그대로 두고 보존하는 데 치중하면 강과 도시는 공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강의 활용은 국가정원을 찾는 이들이 강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이제 탁상공론은 접고 현장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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