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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 식당

우리동네
산 중턱에 해적선이 나타났다!
'바이킹 식당' 이라는
간판을 단 해적선

애꾸눈 해적 차림의
종업원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인다

도시 사람들
줄 서서 기다리고

모 심던 사람들도
짬을 내 바이킹으로 간다

해적들 불 밝히고
산마을 사람들 호주머니 털고 있다

다랑이논

논이 팔렸다

"잘 팔렸다. 시원타"

하시던 우리 할아버지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밤새
이리 뒤척 저리뒤척
 

아동문학가 박해경
아동문학가 박해경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는 교과서에 도시, 농촌, 어촌, 산촌 마을이 뚜렷하게 구분이 되어 별표까지 해놓고 외우기도 하고 시험까지 보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렇게 눈으로만 여기가 도시이고 농촌이다 구분하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살던 시골에도 얼마 전까지 논밭이었는데 어느 날 카페가 들어서서 요란한 음악소리와 함께 커피와 빵 냄새가 진하게 바람을 따라 마을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닙니다. 그리고 또 축사였던 곳이 화려한 식당으로 바뀌고 오락실로 바뀌고 마을 전체가 특별한 물품들을 파는 가게로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땅만 바라보면서 정직하게 농사만 짓던 사람들이 피땀을 모아 평생 아껴두었던 논밭을 팔고 농사꾼에서 장사꾼으로 변신합니다. 여기저기에서 소비를 부추기는 사람들만 생겨납니다. 김이삭 작가의 동시 바이킹 식당에서 등장하는 해적선이 되어 너도나도 호주머니를 털어가려다 보니 주머니가 탈탈 땅만 빼앗기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런가 하면 평생 농사만 짓다가 도저히 힘들어 논을 팔고 몇 날 며칠 밥도 먹지 않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새롭고 편리하고 화려한 것도 좋지만 좀 더 늦더라도 묵묵하게 땀 흘리며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응원해주는 세상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제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아동문학가 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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