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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생각하는 인구감소에 대한 불안감이 예사롭지 않다. 울산시민 10명 중 8명은 지역이 사라질 것이라고 여기고 있고, 이 중 2명가량은 10년 내 지역사회가 소멸할 것으로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 미래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이 같은 비관론은 전국 최고 수준이며, 지역경제 위축과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는 비율도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지역경제 현황 및 전망' 인식조사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수도권을 제외한 울산 등 6개 광역시와 8개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30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부터 이달 1일까지 했다. 

조사 결과, 지방민의 60.6%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울산이 78.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전북(77.2%), 세종(77.0%), 경북(67.6%), 충남(66.3%)이 뒤를 이었다. 인근 경남(60.6%)과 부산(56.1%)은 울산보다 크게 낮았고, 지역에 대한 비관론은 광주(37.7%)가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소멸 시기는 10년 이내(60.6%), 20년 이내(23.0%), 30년 이내(7.8%) 순으로, 10년 이내 소멸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울산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역 소멸 예상 응답은 가장 높으면서도 10년 내 소멸 가능성에 대한 답변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지역별 10년 이내 소멸 가능성은 충북(48.6%), 전남(47.4%), 세종(45.1%), 경북(41.7%) 순으로 높았고, 울산은 제주(26.1%)에 이어 23.4%로 전국에 가장 낮았다.

지역소멸은 경제 위축, 일자리 감소,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교육, 경찰, 소방 등의 행정기능을 포함한 지역 활동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선 또 지방민의 85.2%는 올해 지역경제가 작년보다 악화됐고, 체감경기 수준은 작년의 70.0%라고 답했다. 경기악화 응답은 울산이 전년 대비 62.8% 수준으로 전국 최고였고, 충북(64.2%), 부산(66.1%)이 뒤를 이었다. 또 지방민의 85.2%는 내년에도 지역경제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도 체감경기 수준은 올해의 68.9%에 불과할 것으로 점쳤다.

지역경제 위축 원인으로는 △지역산업 위축(28.4%) △지역재정 악화(24.3%) 등이었고, 개선과제는 △지역산업 활성화(46.3%) △저출산·고령화 대응(15.6%) 등이 꼽혔다. 지역민의 85.0%는 올해 지역 일자리가 작년보다 감소했으며, 체감 일자리 수준은 작년의 69.2%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일자리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은 전년 대비 61.6% 수준인 울산이었고, 다음으로 강원(64.8%), 세종(64.8%), 경북(65.0%), 대구(65.9%) 순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7% 다. 

앞선 조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울산의 인구 문제는 심각하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성장둔화와 고용감소 여파로 울산의 인구가 3년째 순유출되는가 하면 경기불황에 기인한 출산기피, 비혼주의가 확산되면서 인구 관련 지표가 총체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인구 절벽을 부추기는 출생아 수 감소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조선업 등 주력산업 침체로 최근 3~4년간 계속되고 있는 인구 유출, 이른바 '탈울산' 현상도 지속됐다. 지난 10월 울산의 인구 이동자 중 외지로 나가는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보다 많아 한 달 동안 700명 넘게 빠져나갔다. 울산으로 들어온 총전입자는 1만1,188명인데 비해 총전출자는 1만1,892명으로 704명이 순유출됐다. 이는 전년 동월 순이동자에 비해 834명이나 많은 수준이다. 최근 조선업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탈울산 인구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부진으로 인한 고용쇼크가 도소매·음식숙박 등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산업전반으로 확산되며 고용쇼크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울산의 인구유출 행렬이 멈추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출산율이다. 인구 증감의 1차적 지표가 되는 출산율은 올들어 낙폭을 키우며 브레이크 없는 하락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울산지역 출생아 수가 1,800명 대에 머물면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1.03명으로 추락했다.

인구 문제는 곧바로 도시안정성과 직결된다. 탈울산과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도시가 성장을 멈추고 쇠퇴한다는 의미다. 울산을 살고 싶은 도시,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로 만들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인구유출이 고착화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된다. 때늦은 후회로 더 이상의 출구가 없게 되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울산시는 물론 시민사회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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