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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울산시가'가 다시 제작된다는 소식이다. 잘한 결정이다. 울산시는 표절 논란이 일었던 '울산시가' 세부 계획과 '시가 심사위원회' 구성을 이달 중 마무리하는 등 '울산시가' 제작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지난해 6월, '울산시가' 노랫말이 표절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시정 조정위원회를 통해 '울산시가'의 신규제작을 결정했었다. 당시 시정조정위원회는 "'울산시가'의 전반적 가사내용이 '대구 중구의 노래'와 상당 부분 유사성은 있으나 저작권 침해는 확인되지 않아 작사가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고, 손해범위가 특정되지 않고, 소멸시효가 한참 지나 소송의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외적 이미지 관리를 위해 '울산시가'의 신규제작을 울산시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울산시가' 신규제작에 따른 소요예산 7,000만 원을 올해 예산으로 확보하고 '울산시가'의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울산시가의 표절 논란은 작가 겸 작사가로 활동 중인 울산문인협회 소속 김종헌 씨의 의혹에서 시작됐다. 그는 작사 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대구 중구의 노래'와 '울산시가' 두 곡의 가사가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울산시가'는 지난 2000년 전국공모를 통해 가사를 선정한 후 2002년 발표됐고, '대구 중구 의 노래'는 1997년 공모에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 두 곡의 작사가는 부부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더했다. 문제가 된 가사 부분은 '울산시가'의 '동녁해 오름에 더 찬란하다' '겨레의 높은 기상 지켜온 울산' '태화강 흘러흘러 보듬은 터전' '하늘을 우러러 더 우뚝하다' '나가자 미래로 모두 손잡고' 등 다섯 소절이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대구 중구의 노래'에는 '아침해 오름에 더 찬란하다' '겨레의 높은 기상 지켜온 고장' '금호강 흘러흘러 보듬은 터전' '하늘을 우러러 더 우뚝하다' '나가자 미래로 모두모두 손잡고'가 등장한다. 저작권 침해 여부에 관한 법률적 판단은 뒤로하더라도, 이 두 곡은 표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유사한 가사 형태를 띠고 있다. 울산시는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자세한 검토를 거친 후 법적 대응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질 울산시가를 위해 과거의 사례를 다시 한 번 더듬어 본다. 바로 울산시가와 비슷한 취지로 만든 울산응원가 이야기다. 수년전 울산시는 '울산시 응원가'를 만들기로 하고 제작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 울산지역 각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1년여 만에 울산의 응원가가 만들어 졌다. 당시에도 울산시가가 있었지만 굳이 응원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울산의 노래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기존의 시가가 '대중성'이 약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대중성은 상업성의 다른 이름이다. 한 도시의 노래가 대중성을 획득해 널리 불리는 경우는 대부분 유명가수의 타이틀 곡일 때 가능했다. 서울이 그렇고 로마나 뉴욕이 그렇다. 울산 역시 지난 1970년대 전국적인 히트곡을 배출한 도시다. 지난 1975년 울산시가 음반회사 오아시스에 의뢰해 제작한 음반이 있다. '울산의 노래'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음반은 불루벨즈의 '울산의 노래'와 김상희의 '울산큰애기', 바니걸스의 '목도는 내고향' 등 10곡의 노래가 실려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하는 노래는 역시 "내이름은 경상도 울산큰애기~(하략)"로 시작하는 김상희의 울산 큰애기다. 70년대를 살았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울산에 한 번 와보지 못한 이들도 이 노래 한 가락은 기억한다. 

하지만 이같은 대중가요와 달리 울산시가는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보다 시민들에게 친숙한 응원가 제작에 들어갔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에 응원가 제작에 참여했던 이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은 울산이 가진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리면서 대중성도 확보하는 노랫말을 선정하는 작업의 어려움이었다. 

실제로 당시 한 위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정도 뿐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 응모작 가운데 울산의 정체성을 담은 빼어난 수작이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음원을 개발해 상당히 호응도가 있는 응원가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 제작될 울산시가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냐다. 이는 바로 울산의 정체성이다. 울산은 한반도에 인류가 정주생활을 시작한 이래 몇 안 되는 집단 주거지 중의 하나였다. 이는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져 있는 선사시대의 생활상이 그대로 증명해 준다. 바로 그 출발점을 근거로 신라 1,000년을 일군 문화상업항의 모태, 그리고 다른 문화나 다른 지방인, 심지어 먼 땅에서 온 외국인들조차 배척하지 않은 포용의 도시였다는 숭고한 울산정신을 담아내야 한다. 물론 쉬운 작업은 아니겠지만 이왕에 만드는 울산시가가 울산정신을 제대로 살려내는 울산인의 자랑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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