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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도도 높이고 재정적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인 출판기념회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책값 명목으로 건넨 돈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한 편법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지명도도 높이고 재정적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인 출판기념회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책값 명목으로 건넨 돈에 대한 선거관리위원회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한 편법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울산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총선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로 세몰이를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선거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는 오는 16일까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총알 장전'(선거 자금)은 물론 얼굴 알리기와 세 과시를 위해 출판기념회를 선거전에 발판으로 삼는 모양새다. 하지만 사실상 출판기념회가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한 편법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문제는 출판기념회에서 건넨 돈은 책값 명목이라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7일 울산정가에 따르면, 울산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대다수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이미 열었거나 계획 중이다. 줄잡아 10여명이 출판기념회로 이름을 알리고 지지세를 확인했거나 열 예정이다.

김태선 전 민주당 울산시당 사무처장은 8일 동구청에서 북콘서트 '준비된 도약'을 이철희 국회의원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처장은 '울산의 젊은 실력파'를 강점삼아 '32년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아들'로서 정부와 동구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강조할 예정이다.

울주군에 출사표를 던진 구광렬 울산대 교수는 10일 문수컨벤션에서 '구광렬을 읽다'로 출판기념회를 연다. 반구대암각화의 세계문화사적 가치와 활용 방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풀어낼 예정이다.

오는 11일에는 권명호 전 동구청장의 '가지 않은 길'의 출판기념회가 울산 동구청에서 열린다. 동구 출마를 선언한 권 전 청장이 출간한 '가지 않은 길'은 이때까지 하지 못했던 가족, 고향 등 지역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영문 전 관세청장도 11일 KTX울산역 더M컨벤션에서 '다름의 옮음'을 주제로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김 후보의 어린시절, 20여년 검사생활, 2년여 간 관세청장 재직동안 경험을 들을 수 있다.

심규명 남구갑 예비후보는 13일 울산가족문화센에서 자전에세이 이심전심 출판기념 북콘서트를 갖고, 그동안 삶의 이력과 울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노동계를 위한 법적지원 등 변호사로서의 활동을 풀어놓는다.

남구을 출마를 준비 중인 김광수 서광대학교 로스쿨 교수도 15일 남구청 앞 펠리체컨벤션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앞서 서범수 울주당협위원장(울주군 출마)이 '서범수 울주 속으로',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중구 출마)이 '진실'(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의 마지막 브리핑), 민주당에선 황명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 국민소통특별위원(동구 출마)이 '다가온 미래'라는 출판기념회를 통해 지지세를 확인했다. 

이처럼 총선이 다가올수록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쇄도할 것으로 보여 선거전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선거일 90일 전인 오는 16일부터 는 총선 출마자의 출판기념회가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출마선언을 겸한 지역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잇따르면서 덩달아 부작용도 불거질 전망이다.

지명도도 높이고 재정적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일거양득인 출판기념회는 선거철 관례처럼 정착돼 있는 상황.

원외 정치인과 정치신인들의 경우 출판기념회는 총선 출마 의지와 차별화된 정치 철학을 지지자와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한 출마자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일단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만큼 지지세를 결집하거나 확산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출판기념회 관련 수익과 지출을 제재할 방법이 없고 자금 명세도 공개할 필요가 없어 사실상 출판기념회가 선거자금을 모으기 위한 편법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김지운 울산남구을 출마자는 "말뿐인 정치혁신이 아니라 실제로 정치혁신에 앞장서겠다.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시민 여러분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제인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초청장만 3~4장 받았다"며 "참석 않자니 왠지 후일이 걱정되고 참석하자니 부담이 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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