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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dare you!"(어떻게 감히!) 
2019년의 한마디를 꼽자면 저는 망설임 없이 그레타 툰베리의 이 발언을 택할 것입니다.

이 대사는 기후 위기에 둔감하게 반응하며 지구를 함부로 착취해온 어른들에 대한 일갈입니다. 그 이전까지 누구도 하지 못했던 말을 공식석상에 당당히 선 여성 청소년 환경운동가로부터 들었을 때, 통쾌함과 당혹감이 밀려왔습니다.

언젠가는 어른들이 이렇게 심판받는 날이 올 것이라 내심 기대해왔지만, 저 또한 그 심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할 테니까요.     

어른 말을 그대로 믿는 '착하고 바른 아이'이길 거부하는 세대가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머리보다 손가락을 먼저 움직여 정보를 얻고, 어른들의 말이 진실인지를 확인합니다. 이 아이들은 가라앉는 세월호를 목격하고, 촛불을 들고 자라면서 옳지 않은 일은 목소리를 내어 바꿔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습니다.

한편, 아무리 '노오-력'해도 제대로 인정받으며 일하기 어려운 현실을 학교 담장 너머 바라보고, 기후 위기로 곧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보며 아이들은 "지금 하는 공부가 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합니다.

이것은 '버릇없는 요즘 애들'의 문제가 아니라, 지켜야할 가치가 실제 삶에서 통용되지 못하는 괴리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배운 가치가 사회에서는 고리타분한 것으로 취급되고, 옳다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면 '호구'가 되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세상에 배신당하기 전에 먼저 어른들의 기대를 배신하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학교는 '글로벌 리더 양성'이라는 슬로건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20년, 과연 공교육이 키워낸 글로벌 리더는 얼마나 될까요. 무한한 입시 경쟁을 뚫고 스펙을 쌓으면 글로벌 리더가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글로벌 리더가 되지 못한 아이들은 공교육의 실패작인가요.

자신이 세계가 주목할 인재가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아이들은 등교할 때마다 건물에 붙은 그 문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이건 어쩌면 학교라는 시스템이 아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 결석하며 기후 파업을 하고 있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위기가 일어나는데도 어른들은 돈과 관련된 환상만을 좇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학교 교육이 아이들에게 주입하려 하는 '글로벌 리더'도 결국 그 환상의 한 종류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2020년, 영원히 미래일 것 같던 해를 맞이한 기념으로 그 환상들을 깨어버리는 것은 어떨까요. 학교는 더 이상 누군가를 밟고 올라선 '리더'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고, 무조건 착하고 바른 '학생'보다는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곳이라고, 적어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몇 번이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2020년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잘 지켜지지 못했던 학교의 진짜 가치를 구현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리는 2020년 울산교육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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