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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울주군 범서읍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던 SUV차량이 보도를 침범, 철제펜스를 들이받고 인도로 돌진하면서 유모차에 있던 2살짜리 아기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앞서 9월 11일 충남 아산, 어린이 보호구역 건널목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의 이름을 붙인 법안이 진통 끝에 지난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관련법 개정법률안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12월 24일 공포돼 이제 앞으로 3개월이 경과된 날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렇듯 관련법의 개선은 속도를 내고 있는데 반해 도로현실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 법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법을 지킬 조건 마련이 더 중요하기에 현장 도로환경여건을 돌아보아야 한다.

울산지역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도로는 차도와 인도가 분리되지 않아 교통안전시설물 미비로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모든 스쿨존이 지정된 학교 133곳 중 50곳이 인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고 도로폭도 좁아 울타리안전펜스 설치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도로를 오가는 차들과 뒤섞여 등하교를 하고 있지만 울산시교육청은 역부족이다.

혁신도시 내 성안초등학교나 울주군 온양초등학교의 경우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몇 걸음못가서 안전펜스가 끊어지고 만다. 등ㆍ하교시간 학부모나 봉사단체가 교통지도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못한다.

울산에 스쿨존도입 20여 년 동안 발생한 스쿨존 사고는 2017년 13건, 2018년 9건, 2019년 19건으로 해마다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편 민식이법을 두고 원래 취지와 달리 무고한 피해자 발생의 부정적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십 수년째 통학차량을 운전한 남모(54)씨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날 경우 무조건 운전자만 가중처벌을 하도록 돼 있는데 누가 통학차량을 운전하겠느냐" 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렇듯 학원가에 자리 잡은 일부 학원은 운전기사 구하기로 애를 먹고 있다. 

택시기사들의 카톡방 대화를 들여다보면 민식이법을 악용한 유사범죄마저 우려된다. 민식이법을 적용하게 되면 어린이 보호구역 사망사고 발생시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 또는 500만 원~1,500만 원 벌금을 물게 돼 있다. 교통사고를 위장한 경우 백미러만 살짝 건드려도 상해로 500만 원 합의를 요구 받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승객이 원하는 경로로 가야하는 택시기사의 입장에서는 피해갈 수도 없으니 자칫 '당하거나 알고도 뜯길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이 되기 싶다. 규정속도인 시속 30㎞준수가 아니라 아예 시속 10㎞로 기어가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넋두리들도 보인다.

운전자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여건 마련이 최우선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스쿨존 내에는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 되고 해당 지자체장의 신호등ㆍ과속방지턱ㆍ속도제한ㆍ안전표지 등도 우선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오는 2022년까지 62억 원을 투입해 초등학교 스쿨존 125곳에 과속ㆍ신호 위반 무인교통단속 폐쇄회로 CCTV를 설치하고 2023년 이후 스쿨존 354곳에 이를 확대 설치계획이지만 뒤엉킨 학교 앞 도로 대책마련엔 소극적이다. 당장 펜스조차 설치할 수없는 좁은 도로 사정상 안전시설물 마련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남구 삼산동의 삼신초등학교처럼 등하교시간 구간통행제한을 시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듯싶다. 

또한 차량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을 쉽게 확인하고 식별할 수 있도록 도로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 비가오거나 흐린 날은 물론 야간에도 선명하게 보이도록 신호등색깔을 조정하거나 도로노면시설물 보완 등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나아가 교육청이나 시청, 구청, 시의회 등 관계당국과 교통단체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나 조사 등 체계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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