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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돈을 벌어 타지로 가 지출하는 것은 울산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외지로 나가 돈을 쓸 수밖에 없는 도시여건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교육 및 의료 인프라 등을 구축해 지역 내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 탈울산이나 역외 지출의 악순환이 멈출 수 있다. 이는 바로 자금의 역외유출이 도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명한 수치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울산지역 가계소비 유출입 현황'에 따르면, 울산의 역외소비율은 전국 최고인 반면, 소비유입률은 전국 최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으로 들어오는 돈을 적고, 나가는 돈이 많으니 지역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인을 유통업, 관광·외식산업, 의료서비스 등이 모두 낙후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이다. 

유통업의 경우 2015년 이후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인구유출과 성장세 둔화로 다른 지역대비 크게 위축된 상태다. 2015년~2018년 중 울산지역 도·소매업 생산증감률은 -1.2%로 전국 평균(2.7%)을 크게 밑돌았다. 같은 기간 인구는 1.4%가 줄었고, GRDP 상승률은 0.1%에 불과할 정도로 경기 부진이 이어졌다. 2018년 울산지역 도·소매업 GRDP, 사업체 수, 종사자 수의 전체 산업 대비 비중은 각각 2.5%, 23.6%, 10.8%로 모두 5대 광역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울산의 소매업은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업체 수가 부족하고 지역 내 이용자의 접근성도 낮은 편이다. 또 울산의 연면적 1,000㎡ 이상 대형 소매업체 수는 인구 1만 명당 0.9개로 5대 광역시에서 가장 적고, 이들 대규모 점포 접근시간은 승용차와 대중교통·도보 각각 10.2분, 19.5분으로 5대 광역시 중 가장 길다. 대형아웃렛, 백화점 등의 부족은 울산지역 방문 관광객을 통한 소비 유입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울산은 5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대형 아웃렛이 없고, 백화점도 3개에 불과해 가장 적다.

울산의 관광산업도 다른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울산 관광업 업체 수는 465개, 매출액은 2,000억 원으로 모두 전국 평균(각각 1,946개, 1조5,000억 원)보다 낮고, 2017년 기준 울산지역 관광여행 횟수는 숙박과 당일 각각 1,027회와 1,575회로 전국 평균(각각 7,577회, 6,379회)을 크게 밑돌았다. 

울산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만족도도 낮아 추가적인 수요 창출이 어려움은 상태다. 울산지역 여행 만족도는 쇼핑, 음식·식당, 문화유산 등 모든 조사대상 항목에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관광객의 낮은 만족도는 재방문이나 추천 의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018년 울산지역 여행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재방문 및 추천의향은 각각 72.7점과 74.4점으로 전국(75.4점, 75.6점)과 5대 광역시(75.1점, 75.3점)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다 외식산업의 낮은 경쟁력도 문제다. 울산의 외식산업은 최근 업황 부진 지속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다. 울산지역 외식산업 경기지수는 2016년 이후 60대 초중반을 지속하며 전국 및 5대 광역시 평균을 밑돌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청년층이 운영하는 외식업체 부족 등으로 젊은 세대의 기호 변화에 맞춘 유연한 대응이 어렵고,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울산지역 음식점의 화제성도 낮은 편이다. 

낙후된 전문 의료서비스도 자금의 역외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울산은 의료서비스 인력, 장비 등 의료인프라가 부족해 중대질환 자체충족률은 61.6%로 5대 광역시 평균(68.6%)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대학병원이 지역에 있지만, 의료인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고, 중대질환을 다루기 위한 전문의가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진단·치료를 위한 특수의료장비나 의료시설 수도 5대 광역시 중 가장 적다. 울산의 인구 100만 명당 특수의료장비 수는 약 509대로 5대 광역시 평균(670.6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울산은 도시 규모에 비해 쇼핑이나 휴양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주말마다 시민들이 외지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를 두고 무턱대고 애향심에 호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울산이 그동안 많은 부문에서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기반시설이나 주거환경 개선 등 기간시설에 초점을 맞춘 발전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역외유출의 근본적인 문제는 돈 쓸 곳을 밖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집중해야 할 부분은 바로 소비를 유도하는 인프라 확충이다. 서부권 유통물류단지 조성을 비롯한 대형 백화점의 울산 진출 추가와 제대로 된 복합터미널 건립과 도로망 확충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현재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사업에 대한 전문·조직화된 행정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모든 노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때 소득의 역외 유출 문제는 조금씩 개선될 수 있다. 울산시와 상공계, 지역 산업계와 유통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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