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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열린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에서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우선등재 목록 신청에 대한 결정이 연기됐다. 

울산시에 따르면 서울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청 심위위원에에서의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우선등재 목록 신청에 대한 심의 절차를 진행했지만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월 중하순 차기 회의를 개최해 결정하기로 심사 연기됐다고 한다. 울산시는 이날 문화체육국장과 문화예술과장 등 관계자 등이 참석해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우선등재 신청과 관련해 10분여간 프리젠테이션을 갖고 문화재위원들과의 질의 응답과 토의 과정을 거쳤다. 심의 결과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는 한층 심도 있는 논의 후 결정을 위해 이날 함께 상정된 '한양도성'을 포함해 우선등재목록 선정을 연기했다.

또 다른 뉴스도 있다. 문화재청이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려다 국비 확보 실패로 제자리를 걷고 있는 '사연댐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에 대해 울산시에 일부 지방비를 포함해 용역을 추진하는 국고보조금 매칭사업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돼 '사연댐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 추진 여부가 4월 중이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20년도 국비 확보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던 '사연댐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 사업에 대해 기재부와 환경부 등의 동의를 얻지 못해 예산 확보에 실패하자 국고보조금 매칭사업으로 용역을 추진하기로 하고 최근 이를 울산시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용역에 필요한 사업비 2억 원 중 1억4,000만 원을 문화재보수정비 사업 명목으로 울산시 배정을 확정했다. 국고보조금 매칭사업은 전체 사업비 중 70%를 국고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0%를 울산시가 확보해 추진하는 방식이다. '사연댐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은 문화재청이 '사연댐 영구수위조절' 방안으로 울산시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지난해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사연댐 수문설치 방안에 대해 울산시의 적극적인 수용을 촉구하면서 구체화 됐다.

그동안 맑은 물 확보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며 영구수위조절 안 등에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울산시는 사연댐에 수문설치가 기술적인 면이나 경제적으로 가능한지를 따져보자는 절충안을 문화재청에 제시했고, 문화재청이 이를 수용하면서부터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울산시와 울주군, 문화재청은 지난해 9월 9일 '반구대암각화 보존 및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의 핵심은 울산시가 타당성 용역에 동의하는 대신, 문화재청이 세계유산 등재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전액 국비확보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던 '수문설치 타당성 용역'에 대한 예산 확보에 실패하고 사업비 일부를 울산시가 분담하는 매칭사업으로 변경 추진하기로 방향을 선회하자 울산시는 우선, 예산 확보를 위한 추경 반영을 검토하는 동시에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한 용역 추진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반구대암각화 관련 용역이 지금 현재 확실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반구대암각화와 관련한 환경부의 연구용역은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연구용역'과 '구미 산업폐기물에 대한 무방류시스템 도입용역' 등 두 건이다. 사연댐 수문 문제와 함께 모두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관련이 있는 용역이지만 정부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실효성이다. 운문댐 문제는 지역 간의 갈등과 주민반발이라는 쉽지 않은 문제가 있고 사연댐 수문은 공학적 검토나 울산시민들의 식수와 연관된 사안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인데 갈수록 다른 문제로 전이되는 이상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물문제를 떠나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핵심은 반구대암각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일이지만 지난 세월 동안 다른부분으로 갈등만 키워왔다. 지금이라고 달라진 것은 없다. 그 모든 문제의 출발은 원형보존이라는 이상한 용어다.

문화재청의 용어를 동원하면 형상변경 없는 보존이다. 여기서 반구대암각화의 세계유산 추진을 담당하는 주체들의 자가당착이 발견된다. 바로 대상의 문제와 형상변경이라는 자기모순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작업은 첫 단추가 잘못됐다. 반구대암각화 하나로 보편적이고 탁월하고 독보적인 문화유산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도 암각화군이라는 지분으로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아우르는 세계 유일의 자연과 문화가 한곳에 집약되는 세계유산 등록증을 요구했다. 이제라도 이를 수정해 반구대암각화 만으로 세계유산신청을 하자는 것이 울산시의 입장이다. 정말 잘한 결정이다. 본질에 충실하면 답이 나온다. 문화재청도 이를 제대로 보고 이번에는 딴지를 걸며 방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문화재청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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