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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없으면 노동조합도 회사도 존재할 수 없다. 회사는 사활을 걸고 부품 공급을 책임져야 하며, 조합원은 품질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성 만회에 적극 나서야 한다"
 파업의 아이콘이나 다름없었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코로나19 사태로 휴업한 이후 조합원들에게 생산성 만회를 호소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습관적 파업과 투쟁 일변도 정책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던 노조가 지난해부터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고, 중도·합리 기조의 새 집행부가 집권한데 이어 이례적인 행보를 잇달아 보여주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2일 '코로나19가 노사 생존 의지를 꺾을 순 없다'는 제목의 소식지를 냈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공장별 휴업이 지난 11일 2공장을 시작으로 부분적으로 나마 생산 재가동을 시작했다"며 "품질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성 만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이 없으면 노동조합도, 회사도 존재할 수 없기에 노사 생존을 위한 노조의 호소에 조합원들이 결코 경직된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어 "집행부는 소통과 공감을 가치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자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며 "사측만 변화 의지에 공감해 준다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현대차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는 현대차가 2, 3차 협력사에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환영을 뜻을 내비치며 "회사는 앞으로도 부품 협력사들에 대한 기술지원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나아가 그동안 노조가 요구해온 핵심 부품공장의 국내 U턴과 인소싱의 필요성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현대차지부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노조는 "코로나19 관련 휴업 기간 임금 지급 문제를 두고 '일도 안 하는데 정상임금을 달라'고 하는 건 노조에 대한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라며 "휴업 임금을 지급하도록 단협에 명시돼 있고 이를 토대로 휴업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파업과 투쟁을 앞세우면서 사측과 갈등을 빚어왔던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생산성 만회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노조 집행부 선거에서 '대화'와 '실리'를 강조한 현 집행부가 당선된 이후 노조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이상수 신임 노조 지부장은 "'뻥' 파업을 지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 지부장은 "소모적·대립적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만들자"고 회사에 제안하는 등 '노사화합'을 무엇보다 강조해 왔다.


 새 노조는 출범식에서 "4차 산업과 친환경 차량 등 산업 변화에 맞춘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를 노조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노조는 변화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지난 6일 노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생산라인이 휴업에 들어가자 '노사가 함께 뭉치면 더 단단해 진다'는 제목의 소식지를 내기도 했다.


 노조는 소식지에서 "사측이 조업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면 노조는 생산량 만회와 품질향상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사태처럼 국가 위기 상황에 노조 이기주의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며 "노사 상생으로 희망을 주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신종코로나 사태로 협력업체 중국 공장이 멈추면서 부품 수급이 끊겨 4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한 휴업에서 벗어나 재가동에 들어갔다.
 휴업 시작 8일 만인 이달 11일 GV80과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등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이 재가동됐고, 12일 울산 4공장과 5공장 각 2개 라인 중 1개 라인이 돌아가고 있다.


 다만, 아직 중국에서 들여오는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수급이 넉넉지 않아 완전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홍래기자 starwars0607@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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