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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또래문화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행복한 청소년기를 보장한다. 필자는 대학 4학년생과 올해 대학교 신입생이 된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아버지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한창 겪을 때 엄마 잔소리에 투정 부리고 반항하는 모습을 봐 온 지라 '자녀 사춘기 대처법을 진즉에 배웠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본래 학교 기능은 학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또래 친구들과의 교우 관계,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학습·교칙 등을 통한 인간관계 경험의 장이자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격과 소양을 쌓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청소년의 행복은 학습결과가 아니라 여러 친구와 좋은 교우관계를 맺는 것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교우관계는 아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는 또 다시 긍정적인 또래관계를 형성하는 지지대가 된다.

특히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 이후 청소년기는 또래문화가 가장 발달하는 시기로서 친구와의 관계가 삶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중학생부터 입시를 위한 사교육에 뛰어들고 많은 시간을 학원과 과외에 투자하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거나 사귈 기회조차 차단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정과 학교에서는 학업지향적인 풍토를 지양하고, 또래와의 건전한 관계도 가치 있게 생각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나아가 학벌우선주의 사회가 청소년의 행복을 앗아간 것은 아닌지 자성하고, 무엇보다 삶의 만족감을 중요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은 가족 기능의 회복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학교폭력 문제가 청소년 개인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족 기능이 불안정하거나 붕괴되면 곧바로 청소년의 성장 과정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곧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청소년 성격, 생활양식, 대인 관계 패턴 등이 결정됨에 따라,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획기적인 질적 향상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책인 '워라밸(Work & Life Balance)' 문화를 빠르게 정착시켜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역량 개발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체험활동을 늘려, 청소년에게 저녁이 있는 삶,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우리 어른이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기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쉼 없는 노력이 절실하다. 학교폭력은 교내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 문제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성세대들은 학교폭력 문제를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것이라 여겨왔다. 이 때문에 피해학생은 부모님이나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기가 힘들었으며, 스스로 극복하거나 피해 상황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혼자 두려워하기 보다는 보호받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로 변화했다.

이런 사회변화에 발맞춰 울산시는 올 한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지원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울산시와 구·군, 경찰청, 교육청 등이 지역사회와 함께 긴밀히 협력해 시행하는 학교폭력예방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청소년상담센터 운영도 계속한다. 또 청소년상담 전용전화(1388)를 24시간 운영한다. 특히 울산시만의 특수시책인 '찾아가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극 공연사업'은 58개 초중고 1만 4,6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할 계획이며, 이는 해마다 학교폭력 근절에 크게 기여한다는 유의미한 자료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여성가족부의 신규 공모사업에 선정돼 위기청소년에게 상담·보호·자립 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는 '청소년 안전망 운영' 선도사업과 '고위기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 사업을 오는 3월부터 본격 추진한다. 이러한 울산시의 노력을 통해 올 한해가 학교폭력을 최대한 줄이고 사전 예방에 더 집중하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굳게 믿으며, 올 연말에는 학교폭력 사건 발생이 점차 하향곡선을 그려 청소년이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체감할 수 있게 된다면 참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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