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마방에 완장혈투까지 무림, 잡배소굴 되나
위성마방에 완장혈투까지 무림, 잡배소굴 되나
  • 울산신문
  • 2020.03.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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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의 정치무협-경자무림대전] 전국방총림열전 5.

#선교충심의 배신, 결단의 시간
춘분지계(春分誌計). 도읍검관이 가야총림 무율거사에게 받아온 춘분첩지를 꺼냈다. 찬실(饌實 음식과 기물)과  생뢰(牲牢 희생물)까지 준비를 마쳤다. 축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춘사월대전 감소고우 현명지신 취, 화룡도(春四月大戰 敢昭告于 玄冥之神 取, 火龍刀) 음기의 신에게 감히 고하노니 돌아오는 4월 대회전, 화룡도를 쥐게 해주소서.

교안대행에게 삼배를 권하고 무율거사의 현현지봉(玄玄之棒)을 전한 뒤 도읍검관은 무릎을 꿇어 밀봉황서를 올렸다. 

- 일찍이 선교충심의 입춘결의는 영색지술이라 일침하지 않았소. 금일로 지존우파의 위성마방을 유철우사에 맡기고 양기충전에 전력을 다하시오.

가야묵골에 은거한 선사의 선견지명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그때도 선교충심은 스스로 충심결기를 보이며 단지합술의 결단까지 보이지 않았는가. 도읍검관을 부추겨 별동대장을 자처하던 통에 무율거사의 경계명부에 오른 자(者)란 경고음도 잊었던 터였다. 무율거사는 구랍 동지 회동에서 경자무립대회전의 경계명부를 남겼다. 그리고 이 한마디를 단서로 달았다. 

- 명부 가운데 산공독(散功毒)을 가진 자는 잘 쓰면 무량대부로 문파지극에 이를 자이니 교안대행의 안목지술에 달렸소.

경계명부에 오히려 인물이 있다는 거사의 암시였다. 선택은 교안대행이 해야 하는 일. 그 첫째 선택이 형오대부였고 두 번째가 선교충심이었다. 형오대부의 대의지세는 하늘을 찌를듯했지만 입춘지절 이후 북풍이 동남풍으로 방향을 잡지 않고 파산지풍으로 변해버려 여의합사의 춘풍지세가 멈칫한 상황이다. 무극이다. 아니, 무극이 태극(無極而太極)이라 하지 않았나. 무율거사가 정유년 겨울, 삼청합사에서 일필휘재로 적었던 글귀에는 "무극동이생양(太極動而生陽)한대 동극이정(動極而靜)하고 정이생음(靜而生陰)하며 정극부동(靜極復動)이라. 이동일정(一動一靜)이 환위기근(互爲其根)하고 분음분양(分陰分陽)에 양의입언(兩儀立焉)하니라"라고 적혀 있었다. 그 글귀가 지금 지존우파 마방합사에 걸개로 걸린 절문이다.

- 무극이 곧 태극이다. 태극이 움직여 양을 낳고, 움직임이 극에 달하면 고요한 법, 고요는 음을 낳아 그 극에 이르러 조화가 생기는 법이니라.

춘분은 음기가 연하고 양기가 일어나는 분기점이다. 무율거사가 도읍검관에게 굳이 제례절차까지 준비하게 한 이유는 분명했다. 지존우파는 태극이요 양생지세 아닌가. 생각이 그곳까지 미치자 결단이 섰다. 도읍검관에게 유철우사를 급히 불러라 명했다. 

선교충심의 앞선 이름은 선교나발이었다. 정유년 대권혈투로 여의벌이 진동할 때 선교나발은 사선장군의 한 무리로 교안대행에게 우파지휘권을 쥐여줬다. 성균관첩 동문수학의 인연까지 겹쳤으니 무림 등극 초년생인 교안대행으로서는 든든한 심복이었다. 곧장 지존우파의 총사정랑을 부여하고 전권을 주었던 것도 모두 그런 배경이었다. 문제는 선교충심이 선교나발 시절부터 습관지수로 감춰둔 산공독(散功毒)이었다. 미량의 독을 타 습관처럼 마셔댄 터에 수시로 물의를 빚었다. 마방의 졸개에게 폭언은 예사였고, 툭하면 잡신술과 육두술로 휘하열병의 사기를 무너뜨렸다. 결국 얼마 못 가 총사정랑직도 걷어차고 칩거했지만 교안대행으로서는 읍참선교로 마방의 여론을 수습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무율거사의 경계명부에 윗자리를 버티건만 교안대행이 굳이 선교나발을 버리지 못한 것은 선교나발의 타고난 영색지술이 첫째였지만 산공독(散功毒)을 잘만 다스리면 무극의 극, 즉 태극의 정점에 이를 약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스스로 선교나발을 버리고 선교충심 네 글자로 개명까지 하고 나타난 지난겨울, 교안대행은 다시 한번 선교충심을 오른 쪽 주머니 깊숙이 자리를 잡게 했다. 아뿔사, 결국 버린 패는 다시 쓰지 않는 법. 무율거사의 선견지명은 절대지명이다. 

계소자 실장부(係小子 失丈夫)라. 교안대행이 여의벌로 나갈 때 무율거사는 여섯 글자를 주문했다. 소인배를 경계하라. 소인을 가까이 두면 필수취장들을 놓치고 머물던 장부도 떠나가기 마련인 법. 완장을 채워주자 선교충심은 충심을 버렸다. 요란공병을 앞세워 선발대위를 만들더니 지존우파의 무림순번은 무시한채 스스로 우파지존의 대부통사가 된 듯 사방으로 파발을 띄웠다. 좌성나발은 신이 났다. 초반부터 자충수에 진퇴양난을 만났다고 어준나발과 시민나발이 대성통발이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교안대행은 여의합사에 우파지존 회합을 알렸다. 

"미래통합. 오늘로 지존우파는 미래통합 네 글자로 하나가 되고 나, 교안은 대행의 꼬리를 떼고 행수로 등극해 4월대회전을 지휘하리다" 스스로 무림대회전의 총괄마방장으로 깃발을 흔들었다. 교안행수는 곧바로 오른쪽 주머니를 털고 새롭게 그린 위장마방 미래한국의 분홍깃발을 펼쳤다. 바로 그때, 우보충직의 대명사인 유철우사가 '교안일통'이라 적힌 걸개를 들고 지존문에 들어섰다.   

#원순좌랑과 이중재명의 백중지세(伯仲之勢)
골로납균의 창궐이 급기야 천하를 뒤덮었다. 지난겨울 엄동설한에 시작된 중원발 골로납균은 천하좌방의 위계질서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다. 그 대표 주자가 원순좌랑과 이중재명이다. 원순좌랑과 이중재명의 행보는 가히 백중지세다. 이중재명은 중원의 골로납균이 강호로 이식된 것은 천지만교에 그 원인이 있다며 만희령영의 옥황궁전에 강제진입하는 대범지술을 구사했다. 급보를 받은 원순좌랑은 이에 질세라 다음 날 아침 시급회동을 하고 만희령영을 살인수괴로 처단해 달라며 암수석열에게 전통을 띄웠다. 가관이다. 와대가 곤란지수에 빠졌다. 원순좌랑이나 이중재명 모두 계륵 아닌가. 재인통부의 총애지수는 여전히 강남좌랑 쪽에 맞춰져 있는데 원순과 재명이 좌랑암수와 이중첩술을 구사하니 난감한 일이다.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인사 아닌가. 좌방의 유력한 무림후계 주자로 오르내리는 자들이다. 이들이 와대의 입장발표에 앞서 천지만교를 휘두르는 데는 포석이 엿보였다. 혜민서와 별도로 괴질타본을 차린 와대의 책임지수가 오르기 전 스스로 접주의 도량을 넓혀 수하의 계파를 확보하려는 술책이 분명했다. 

두 사람의 천지만교 표적 공격은 이중재명의 선방이 주효했다. 암수였다. 이중재명은 천지만교의 무사 명단 제출이 논란이 이어지던 시간, 왈가왈부 국면에 지르기 한판으로 옥황궁전을 잠입했다. 진입은 암수였지만 재명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좌성나발과 활동필름들을 뒤따르게 해 옥황궁전에서 확보한 무사 명단을 전리품처럼 흔들었다. 스스로 확보한 무사명단은 괴질타본이 제공받은 명단과 다르다며 천지만교에 선방효과가 확실하다고 외쳤다. 하부병졸까지 동원한 파죽지세가 만희령영의 혼비백산을 유도했다며 좌성나발이 떠들자 일시에 대권 후계 2순위로 부상했다.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김진영 이사겸 편집국장

발등에 불은 원순좌랑이 맞았다. 감히 한성수장을 제쳐두고 암수지세로 허를 찌르다니… 원순좌랑은 급히 판관졸개들을 불렀다. 가능한 모든 죄를 걸개로 걸어 천지만교에 달아올리시오. 명이 떨어지자 판관졸개들은 만희령영과 그의 수하 12개 지파장들을 살인과 상해죄, 괴질관리 위반 혐의로 암수석열에 고발장을 전했다. 후렴으로 암수석열에게 "괴질의 진원지이자 책임자 만희령영을 체포하는 것이 지금 암수석열의 역할"이라고도 으름장까지 놨다. 재야판관들은 이를 두고 구설이 분분하다. 살인죄 혐의 입증이 어렵고, 자칫하면 원순좌랑이 무고죄로 맞고발을 당할 사안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마녀사냥술로 만희령영을 잡겠다기 보다는 만희령영을 포획할 듯 움직이는 위장술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계책이 허사가 될 처지다. 서초나루에서 둘의 우격다짐을 지켜보던 강남좌랑은 슬쩍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열린위장마방은 이미 강남좌랑에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분칠혜원과 봉주졸부가 둥지를 틀었고 안하강욱과 환장의겸이 죄우에 포진됐다. 그래도 설치는 원순좌랑과 이중재명이 강남좌랑의 눈에는 참 가소롭기 짝이 없어 보일 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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