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수요 감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기 악재 속에 울산지역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산하 SK종합화학에 이어 롯데케미칼도 울산공장 일부 생산공정의 가동을 멈춘다.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공정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대신 울산공장 파라자일렌(PX) 공정은 가동률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PTA공정 가동 중단과 PX 가동률 하향 조정에 따라 이들 공정에서 근무하는 인력 중 일부는 여수·대산공장으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여수공장과 대산공장에서는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증설과 함께 GS에너지와 합작한 롯데GS화학 공장 설립, 중질유·나프타 분해시설(HPC) 등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이번 사업 재편에 대해 중국이 PTA·PX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해 경쟁이 강화된 데다 글로벌 업황 침체 속에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와 대산공장 폭발사고 후유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과다 경쟁과 수요 감소 등으로 PTA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효율화를 하려는 방편"이라며 "이번 구조조정은 사업 재편이 중점을 두고 있으며, 희망 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의 이번 사업 교통정리와 함께 최근 울산지역 정유·화학업계에서 불고 있는 생산 감축과 범용제품 생산 중단,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코로나발(發) 불황을 계기로 연쇄적으로 촉발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사실상 적자 생산을 견디다 못한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가 최근 생산량 15% 감축을 선언했고, S-OIL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생산관리직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자구 노력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SK종합화학은 SK울산콤플렉스 내 나프타분해(NCC) 공정을 지난해 12월부터, 합성고무제조공정(EPDM)은 2분기 안에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SK종합화학의 NCC공장은 대한석유공사 시절인 1972년 국내 최초로 상업 가동을 시작한 시설이다. 가동 중단으로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효시가 4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제유가 하락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져 정제 마진이 개선됐으나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이은 코로나19 여파로 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폭락 수준인 유가 하락 효과는 전혀 없는 상태"라며 "정유사들에 이어 화학업체들로 한계 상황을 맞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최성환기자 csh9959@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