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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담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킨 데 대해 "독도 영토주권 침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왜곡된 교과서의 즉시 수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교육 일선에서 일하는 교육감으로는 첫 목소리다. 

노 교육감은 발표한 성명에서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억지 주장을 담은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것은 아베 정권의 교과서 제작 지침에 따른 것"이라면서 "역사적 진실은 거짓으로 꾸미고 왜곡한다고 바뀌지 않으며, 교과서는 판타지나 소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세대를 키우는 역사교육은 사실에 기반하고 객관적 평가와 반성을 통해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교과서를 통한 역사 왜곡은 침략과 강탈의 역사를 부정하고 새로운 범죄를 준비하는 어리석고 퇴행적이며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적 목적으로 진실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면서 "전범국인 독일이 국제사회에서 신뢰와 존중을 얻게 된 것은 과거 역사를 있는 그대로 사실로 기록하고 가르쳤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교육감은 교육청 차원에서 독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영토주권을 지켜갈 수 있도록 독도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독도 교육주간 운영과 독도체험관 개관 등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교육감의 이 같은 주장은 울산인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고 자랑스럽다. 울산이 어떤 곳인가. 삼한시절부터 왜구의 노략질로 고통을 겪었던 노략질의 대상이었던 땅이다. 그 땅에 살던 울산의 선조들은 삼한시절과 통일신라, 고려와 조선조까지 왜구와 왜적을 상대로 산하와 혈족을 지켜냈다. 그리고 무자비한 일제강점기 시절 누구보다 항의 의식으로 무장한 울산의 청년들이 삼일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애국독립투쟁에 앞장섰다. 그 증좌가 바로 박상진 장군이다. 경술국치 100년이 되던 지난 2010년 공영방송의 역사 프로그램에서 울산의 의사 고헌 박상진 장군의 일대기를 방송했다. 청산리 전투의 김좌진은 알아도 그의 대장 광복군 총사령관 박상진은 아무도 몰랐다. 방송이 나가자 울산 송정동의 고헌 생가는 뉴스의 초점이 됐다. 그리고 7년 뒤 지난 2017년 전쟁기념관은 일제강점기 항일 무장투쟁에 헌신하고 순국한 박상진 장군을 '8월의 호국인물'로 선정했다.

울산이 낳은 근대 인물 가운데 박상진 장군은 단연 특출하다. 법률공부를 하고 판사시험에 합격했던 장군이 왜놈의 법을 집행하는 것을 거부하고 광복군에 뛰어든 것은 스승의 영향이 컸다. 그의 일생에서 스승 허위와 이토의 심장을 도려낸 안중근 의사는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한 멘토였다. 박상진 장군을 기억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당당함이다. 장군은 의병장이던 스승의 죽음 이후 만주를 떠돈 뒤 민족의 반역자들을 처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경술국치 이후 일제처단의 기회를 엿보던 장군은 조선국권회복단과 대한광복회를 결성하고 민족반역자와 부역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처단을 통보했다. 이같은 기개는 일제의 폭압이 자행되는 암울했던 시기에 우리 민족에게 독립의 희망을 잃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고 비열한 일제 앞잡이와 지도부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외침이었다.

일본 정부의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 왜곡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미 검정을 통과한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 상당수는 독도 관련 기술면에서 이전보다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과거에 기술 내용상에는 독도 관련 내용이 거의 없었던 역사 교과서 다수에 독도 관련 기술이 들어가며 복수의 역사 교과서가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표현을 담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불편하다. 불편한 이웃이지만 언제나 얼굴을 맞대고 살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불쾌하다. 문제는 바로 비열한 지도자들 때문이다. 일본의 우익 지도자들은 도요토미부터 아베에 이르는 장구한 계보를 가졌다. 하긴 도요토미 역시 삼국시대 이전부터 대륙의 시작점인 한반도 해안을 분탕질해온 유전인자를 가졌으니 그 계보의 역사는 수천 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노옥희 교육감의 대 일본 항의 성명은 울산시민들의 어깨를 더 당당하게 펴게 만들고 있다. 이 성명을 접하면서 박상진 장군을 떠올리는 것은 그의 고향 울산이 가진 항일정신의 면면한 역사성 때문이다. 울산은 일제강점기를 떠올리면 독립의 의지가 어느 곳보다 강했던 항일투쟁의 중심 도시였다. 이를 기억하고 찾아낸 울산시는 최근 과거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려는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출발에 망부석의 박제상이 있어야 하고 조선의 외교관 이예 선생이 자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일의 뿌리에 관문성과 기박산성, 도산성전투에서 산화한 이 땅의 민초들과 노예로 끌려가 참혹한 삶을 산 수많은 전쟁포로를 제자리에 서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지점에서 울산이 지난 한 세기 일본과 무슨 일을 했는지 되돌아보고 잘못된 역사를 새로 고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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