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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 산업수도이자 수출의 전진기지다. 이는 울산이 가진 위상이자 정체성이기도 하다. 물론 울산은 산업수도라는 현대적 의미의 상징성 말고도 7,000년 이상의 오래된 한반도 선사문화의 시원이자 신라천년의 상업항으로서의 문화와 역사성도 가진 도시다. 이같은 울산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기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환경관련 기반시설이다. 그 중추적인 기능을 하는 곳이 기상청이다. 하지만 울산에 기상청은 없다. 조직과 규모 시설 면에서 왜소한 울산기상대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울산시민 8만 명이 기상청 승격을 요구하며 서명을 했다. 

울산시는 울산기상지청 승격 범시민 추진위원회가 올해 2월까지 진행한 서명운동에 8만3,008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추진위원회는 시의원, 시민환경단체 대표, 기업체 공장장 등 42명이다. 지난해 10월 구성돼 올해 3월까지 서명운동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 달 앞서 서명을 마감했다. 추진위원회는 시민이 많이 모이는 롯데호텔, 울산역, 태화강전망대,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센터 등에 서명대를 운영하고 각종 축제에서 홍보하는 등 서명운동에 최선을 다했다. 

김형석 추진위원장은 "울산기상지청 승격을 위해 각 기관·단체와 합심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산업수도 울산의 지속적인 발전과 안전성 담보를 위해 질 높은 기상 서비스가 필수이므로 기상지청 승격에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이날 울산시에 서명부를 전달하고, 시는 이달 중 기상청을 방문해 서명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모두가 기억하겠지만 지난해 여름 울산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태풍 때문이다. 두 차례 태풍으로 태화강은 범람 위기를 맞았다. 유난히 태풍이 많았던 지난해 여름 울산을 휩쓴 태풍은 다행히 차바와 같은 악몽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뿐이다. 자연재해가 닥칠 때마다 울산은 각종 기상관련 정보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기상대가 있지만 그 위상은 초라하다. 중구 성안동에 자리한 울산기상대는 울산공단의 수많은 기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 산업수도의 기상 문제를 관할하는 기상대의 경우 울산기상대는 부산지방기상청의 하부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들어 울산을 중심으로 태풍이나 집중호우, 지진 등 기상과 지질의 변화상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상당국의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울산지역의 기후는 이상기후의 전형이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은 국가산업단지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어 복합재난의 위험성이 높은 지역으로 지진과 태풍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울산기상대의 조직 규모와 역할이 너무 열악해 기상·지진 정보를 총괄하는데 역부족이다"면서 "기상지청으로 승격돼 울산지역의 여건이나 규모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울산기상대의 조직은 대장 1명, 주무관 4명 등 5명에 불과하다. 지청으로 승격되면 기상지청장, 관측예보관 29명, 기후서비스과 10명 등 직원 40명 체제로 조직이 확대된다. 

울산은 최근 급속한 기후변화에 직면해 있다. 울산지역 평균 기온이 오는 2100년대가 되면 17.32도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먼 이야기 같지만 이 같은 전망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따른다. 기후 변화는 해마다 체감지수가 민감할 정도로 우리 일상의 문제가 됐다. 2100년의 수치지만 해마다 기온이 오르고 있고 그에 따른 국지성 호우, 폭설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울산발전연구원이 울산지역 기후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당장 울산지역의 경우 집중호우 증가세가 눈에 띈다. 울산지역에서 하루 60㎜ 이상의 비가 내린 경우는 1970년대 29일, 1980년대 34일, 1990년대 38일, 2000년대 42일로 증가했다고 한다. 또 하루 80㎜ 이상의 집중호우의 경우는 1970년대 14일, 1980년대 16일, 1990년대와 2000년대 각각 22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지역 기후 변화는 시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잦아지는 울산지역 지진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재난요소다. 2000년대 들어 동남 해안과 동해권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울산의 경우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기간산업과 수많은 제조업체, 에너지 보고인 원전까지 주요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재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비는 보다 촘촘해야 한다. 자연재해는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철저한 대비는 그 답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기상지청 승격은 당장 시급한 일이다. 국가적인 핵심 시설이 밀집한 울산을 이대로 방치해 온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하루빨리 정부의 응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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