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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하게 될 원전해체연구소가 드디어 내년 하반기첫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계획을 보고했다. 원전해체연구소는 원전해체산업의 구심점으로 영구정지 된 원전을 해체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시험장)·인력양성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원전해체연구소는 경수로 해체를 연구하는 본원은 울산과 부산 접경지역에 약 7만3.000㎡ 규모로, 사무동과 연구동, 모델(Mock-up) 시험동, 방사화학분석동, 핫셀 5개동 등이 들어서며 운영인력은 80명에서 12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4월 15일 울산시와 부산시와 함께 원전해체연구소를 짓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서는 원전해체연구소 본원은 울산시와 부산시가 공동 유치하기로 하고, 해당 부지는 울주군 서생면과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걸쳐 있는 신고리 7·8호기 예정부지로 정했다. 정부는 원전해체연구소 건설에 본원의 경우 2,500억 원이, 분원에는 723억 원 등 총 3,233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계획이다.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위해 한수원 등 공공기관이 1,934억 원을 통해 법인을 설립하고, 정부와 울산시 등 지자체는 법인 설립 이후 1,289억 원을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장비구축 등을 지원하게 된다.

원전해체연구소 건설은 원전 해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 대비해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대응이다. 원전해체연구소가 설립되면 울산과 부산지역은 원전 연관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은 모두 24기로, 이 가운데 고리1호기를 포함해 12기의 수명이 2030년에 다한다. 한수원이 고리1호기를 2032년까지 7,515억 원을 들여 해체하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수명을 다한 원전을 모두 해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조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다른 국가에서도 앞으로 수명이 다한 원전 수가 급증해 세계 시장 규모는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원전 해체가 2050년 이후까지 계속되면 440조 원(2014년 기준 가격) 규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울산시는 이미 원전해체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연구활동을 해왔다. 과거에 열린 원전해체 산업과 관련 연구발표 등에서 이 분야에 해한 시너지 효과는 여러가지로 분석된 바 있다. 원전 16기에 둘러싸인 울산은 울산과 부산 경계 지점에 원전해체연구소가 유치된 것을 계기로 원전해체 클러스터 조성과 신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해체 공정관리, 제염, 용융, 부지복원 등 원전해체 전 주기에 걸쳐 기술 개발, 연구인프라 구축, 강소기업 육성, 집적화단지 조성, 인력양성, 국제 협력네트워크 조성 등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세계적인 원전해체 허브 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원전해체연구소 건설이 부산과 공동의 지역에 유치되어서 일면 공동기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울산이 원전해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상은 연구소 대부분이 부산 쪽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문제 제기와 확실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울산은 실제로 해체시설과 연구 인프라를 거의 대부분 갖추고 있다. 국내 최고의 원전해체 연구·교육·산업 인프라로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UNIST, 울산대 등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집적돼 있어 협동연구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를 산업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진 도시다.

그런 점에서 이름만 공동 유치가 아니라 실질적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이미 유치 지정에 앞서 실시된 여러 차례 연구 결과에서도 지적된 사안이다. 울산의 경우 지역산업과의 연계성 측면에서 첨단화된 120여 개의 화학 소재 기업이 인근 산업단지에 소재하고 있어 원전해체 원천기술 확보와 실증화가 용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학·연 기술적 연계 측면에서도 고리, 월성, 신고리 등 인접한 원전단지에는 국내 운영 중인 모든 원전모델들이 가동 중이어서 모델별 해체기술 확보가 쉽고, 울산대, 현대중공업, 수산이앤에스 등 해체기술 역량을 갖춘 기업체와 연구기관·대학과의 기술연계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국내 해체예정·가동·건설 중인 원전 16기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반경 30㎞) 내에 울산이 위치함에도 부산이나 경북에 비해 원자력과 관련한 수혜가 지금까지 전혀 없었던 만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원전해체연구소의 울산 유치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울산은 이미 원전해체연구소 입지로 국내 최고의 인프라를 갖췄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울산시는 원전해체연구소 건설을 계기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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